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학에서 열린 창작 뮤지컬 '디 아이돌'장면.[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 제공]
4일(현지시간) 저녁,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의 나자르바예프대학교 메인홀. 조명이 어두워지자 객석 곳곳에서 형형색색의 불빛이 일제히 흔들렸다. 음악이 시작되자 관객들은 기다렸다는 듯 함성을 터뜨렸고, 무대 위 배우들이 등장하는 순간 공연장은 순식간에 콘서트장으로 변했다.
이날 열린 창작 뮤지컬 '디 아이돌'(The Idol)은 아이돌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들의 경쟁과 성장을 그린 작품이다. 실제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빠른 전개와 긴장감 넘치는 무대가 이어지며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디 아이돌'은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연습생 은비와 아이린이 라이벌로 등장해 매 무대마다 순위가 뒤바뀌는 긴장감 있는 이야기를 펼친다. 두 인물은 경쟁과 협력을 오가며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을 통해 K팝 산업의 이면과 청춘의 치열한 현실을 보여준다.
공연에서는 방탄소년단(BTS)의 'Idol'을 비롯해 '카자흐스탄의 빅뱅'이라 불리며 Q팝(Qazaq POP)을 선두하는 그룹 '나인티 원'(NINETY ONE)의 노래 등 총 13곡을 선보였다. 완성도 높은 퍼포먼스와 생동감 있는 연출은 카자흐스탄 젊은이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뜨리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무대가 특별했던 이유는 따로 있다. 이 공연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나자르바예프대학 내 동아리 ‘YBS’ 소속 학생들은 몇 달간 준비하며 각본과 연출, 안무, 연기, 의상 제작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맡았다.
이처럼 K팝과 Q팝이 이어지는 순간, 카자흐스탄의 젊은 관객들은 국적을 넘어 하나의 무대를 즐겼다.
Q팝은 K팝의 영향을 받아 카자흐스탄에서 만들어진 음악 장르로, 아이돌 중심의 퍼포먼스와 팬 문화까지 한국과 닮아 있다. 실제로 이날 공연장에서도 관객들이 응원봉을 흔들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한국 콘서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객석의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커튼콜이 이어지는 동안 관객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내고 환호성을 질렀다.
이번 행사는 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원장 구본철)이 2019년부터 꾸준히 지원해 온 공연으로, 올해는 특히 Q팝까지 더해지며 의미를 넓혔다.
구본철 원장은 “학생들의 열정과 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된 무대였다”며 “K팝과 Q팝을 통해 두 나라가 더 가까워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무대는 단순한 공연을 넘어, K팝에서 시작된 문화가 어떻게 다른 나라의 젊은 세대 속에서 새롭게 살아 움직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현장이었다.
나자르바예프대학에서 열린 창작뮤지컬 '디 아이돌' 공연 장면.[카자흐스탄 한국문화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