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글로벌 AI 스타트업 대회’가 열린 지난 3월31일 서울 코엑스 마곡에서 본지와 인터뷰하는 썬 박 월드옥타 글로벌스타트업 위원장.
월드옥타(World-OKTA)가 스타트업이라는 새로운 화두를 꺼내 들기까지, 그 중심에는 한 사람의 집요한 문제의식과 포기하지 않는 실행이 있었다. 30년 넘게 스타트업 투자와 육성 현장을 누벼온 썬박 월드옥타 스타트업 위원장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애틀란타 한인상공회의소 회장을 하면서 실리콘벨리를 수없이 돌아다녔다. 스타트업이 어떻게 태어나고, 왜 실패하며, 어떤 순간에 도약하는지를 온몸으로 겪어봤다.
“스타트업 대회 하면 다들 실리콘밸리부터 떠올립니다. 그런데 저는 늘 의문이 들었어요. 왜 애틀랜타는 안 되지?”
이런 의문을 품고 2023년 애너하임 및 2025 애틀란타 한상대회 스타트업경연대회를 직접 주관하면서 지역 기반의 글로벌 스타트업 가능성을 실험했다.
월드옥타는 사실, 20년 넘게 차세대 교육을 해 왔다. 문제는 구체적인 데이터도, 비전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썬 박은 3만여 명에 이르는 차세대 회원은 엄청난 자산이라는 점을 예의주시했다. 더군다나 월드옥타는 글로벌 마케터로 활동하는 회원들이 세계시장의 최일선에 배치돼 있지 않은가. 이 둘을 조직적으로 연결하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이런 와중에 박종범 월드옥타 회장이 2025년 4월, 애틀랜타 한상대회에 참가했다.
그는 박 회장에게 “월드옥타는 막강한 세상에 둘도 없는 ‘유니크한 조직”이라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 스타트업 경연대회’ 모델을 보고했다. 박 회장이 썬 박 위원장의 제안을 전격 수용하면서 월드옥타 스타트업 프로젝트가 본격 가동된다.
사실, 지금까지 월드옥타가 차세대 스타트업 활성화를 포기했던 것은 아니다. 10여년 전에도 ‘라이징 스타’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지만 실패했다.
“차세대들이 월드옥타가 진행하는 크고 작은 행사에는 참석합니다. 그런데 뭘 창업해야 할지도 모르고, 뭘 해보고 싶은지도 모릅니다.그냥 행사에 끌려 다니는 분위기죠.”
썬 박 위원장은 “과거 월드옥타는 투자자를 내부에서만 조달하다 보니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던 것”이라며 “청년 창업은 외부는 물론, 정부,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펀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의식은 ‘스타트업 경연대회’라는 형식이 아니라, ‘스타트업 육성 시스템’이라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전국을 돌며 100개 스타트업을 모으다
썬 박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인천에서 개최되는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서 스타트업경진대회를 위해 5개월 동안 매달 한국을 방문했다. 월드옥타 사무국을 통해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공문을 보내며 스타트업 모집에 들어갔다.
“5개월 동안 약 100개 회사를 모았습니다. 경기창조혁신센터, 테크노파크, 콘텐츠진흥원, 대학 창업센터, 엔젤투자협회 등등 발로 뛰었죠.”
그는 특히 팁스(TIPS) 프로그램을 주목했다. 세계시장에서 통할 스타트업들이 적지 않지만 이들이 해외로 진출할 통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지자체가 해당 지역의 스타트업 진출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월드옥타가 보낸 공문조차 검증할 수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스탠퍼드와 UC버클리 현직 교수진을 직접 섭외해 8과목, 10시간짜리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자체와 스타트업들에게 보냈다. 이런 광경을 목격한 박 회장이 월드옥타 지회장과 차세대들에게 스타트업 경진대회 공문을 보내면서 탄력을 받게 된 것이다.
“영어로 교육하고, 레포트까지 쓰게 했습니다. 이걸 통과해야 스타트업 대회에 참가할 수 있게 했죠.”
썬 박 위원장은 예선부터 결승까지, 기업 한 곳당 최소 3~4차례 이상 직접 미팅을 하는 등 진심을 쏟아냈다.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글로벌 VC들에게 투자를 이끌어 내려면 깐깐하게 검증하고 심사숙고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처 지난해 인천에서 개최된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서 아이스 브레이킹 미팅을 했다.
교육비가 비쌌지만, 그는 이걸 참가자들에게 숨기고 무료로 진행했다. 비용보다 인재양성에 목적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업을 들은 청년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위원장님, 이거 작년에 미국에 가서 들은 수업 수준이였어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그는 결승전에서 상금 대신 ‘머니카드(Money Card)’, 즉 투자 약정서를 내걸었다.
“우리는 FI, 금융투자를 하려는 게 아닙니다. SI, 전략적 투자입니다. 우리는 돈만 주는 투자자가 아니라, 마케팅과 해외 진출을 함께 하는 파트너가 될 수 있습니다.”
결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서울대 교수가 설립한 리올로진과 건국대 교수가 창업한 보이노시스가 각각 50만달러와 2만5000달러를 투자 받았다. 또한 연세대 치대 교수가 창업한 MD스테이지는 2만5000달러를 투자받았으나 연말 약정서의 4배인 10만 달러를 투자받기도 했다.
이같은 성과는 지난 3월31일 ‘제27차 세계대표자대회’ 부대행사로 서울 강서구 코엑스 마곡에서 열린 ‘2026 글로벌 AI 스타트업 대회’로 이어졌다. 이번 행사에는 총 114개 스타트업이 참가신청을 한 가운데 24개사가 본선에 진출해, 이날 캐나다 기후테크 기업인 ‘미온 포레스트’(MiOn Forest)와 수면 모니터링 스타트업 '위스 메디컬'(Wiz Medical)이 영예의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위스 메디컬'은 월드옥타 차세대가 창업한 미국 투자기업 프로베스트 파트너스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기로 한데다 미국시장 진출의 기회를 마련했다.
‘2026 글로벌 AI 스타트업 대회’에서 공동 우승한 미온 포레스트(MiOn Forest) 김상현 대표와 기념촬영하는 썬박 위원장.
그는 재작년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개최된 ‘KOREA BUSINESS EXPO 2024 VIENNA’에서 한 스타트업이 대박친 사례를 소개했다.
“지앤티(GnT)라는 스타트업은 비엔나에서 독일로부터 6500억을 수주 받았어요. 스타트업은 그런 묘미가 있거든요, 박종범 회장이 어디를 가나 그 말씀을 하십니다. 이런 사례를 롤모델로 삼아야 합니다.”
썬 박 위원장은 이 성과를 이렇게 해석하기도 했다. 글로벌 스타트업의 또 다른 매력은 재외동포는 물론,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에 들어오면서 달러를 가지고 온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지금 한국이 고환율로 적지 않은 애로를 겪고 있음을 주지시켰다.
“IMF때 '연어'가 모국으로 들어오면서 미국의 VC를 동원해 후배들의 회사를 키워준 사례가 아주 많습니다. 이렇듯 우리 월드옥타가 스타트업 경진대회를 통해 글로벌 VC를 끌어오고 동시에 월드옥타 글로벌 마케터가 해외 마케팅을 해준다면, 정말 너무 좋은 그림 아닙니까?”
그에게 스타트업 대회는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다. 해외동포의 역할을 재정의하는 프로젝트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열린 AI스타트업 경진대회도 큰 기대를 모았다.
"스타트업 대회는 주제를 잘 만들어야 돼요. 현 정부가 AI 3대 강국을 목표로 하는 만큼, AI를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대회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지방균형발전을 내세우고 있어서 충청북도 관내 대학과 단체 등을 방문하면서 소통을 했습니다. 수도권 업체보다는 지방의 청년들의 창업에 비중을 두었어요.“
그는 애로사항에 대해 자금을 꼽았다.
“VC를 부르려면 항공료, 숙소, 심사비, 상금… 다 돈입니다. 작년에는 친구들에게 후원 부탁하고, VC들에게도 ‘좀 싸게 해달라’고 해서 대회를 마치기는 했지만 앞으로가 문제입니다.”
그럼에도 그는 확신한다.
“이건 분명히 빅히트 칠 수 있습니다. 옥타가 글로벌 스타트업의 관문이 되는 순간,
차세대는 저절로 움직입니다.”
썬 박 위원장의 옥타 활동 경력은 6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그가 던진 질문은 월드옥타의 40년 관행을 흔들고 있다. 행사 중심 조직에서, 사람을 키우는 플랫폼으로. 그 실험은 아직 진행 중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월드옥타 스타트업의 시간은 이미 시작됐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