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개념 의료기기 기술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 차세대 체외진단 기술을 잇따라 개발해 상용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 연구진들은 최근 조직검사 없이 자궁경부암 진단, 호산구 육아종증 다발혈관염 진단, 씻어서 다시 써도 암 전이 잡아내는 기술 등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 조직검사 없이 자궁경부암 진단 '메틸화 기반 기술' 개발
고려대학교 안산병원 산부인과 오영택 교수는 최근 자궁경부암 전 단계인 저등급 병변(LSIL) 환자에서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 고등급 병변(HSIL)을 선별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연구의 핵심은 'DNA 메틸화'다.
이는 DNA 내의 유전자의 작동을 조절하는 일종의 '스위치'로 DNA에 '메틸기'라는 작은 화학 물질이 붙으면 해당 유전자의 활동이 꺼지거나 약해진다. 우리 몸은 이 과정을 통해 필요한 유전자만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문제는 암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이 조절 기능이 비정상적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들이 정상 작동하면서 우리 몸을 보호한다. 하지만 암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는 암 억제 유전자에 메틸기가 과도하게 붙는 '과메틸화' 현상이 발생한다. 즉, 우리 몸을 지키는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LSIL은 대부분 자연적으로 호전되지만 일부는 암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어떤 환자가 고위험군인지를 정확히 감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지만 기존 HPV 검사나 세포진 검사는 병변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실제 암으로 진행될 위험을 정밀하게 구분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오 교수는 고위험군 진단을 위한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기 위해 자궁경부 세포의 다양한 생물학적 정보를 통합적으로 분석하는 접근을 시도했다.
LSIL과 HSIL 환자의 자궁경부 세포를 채취해 바이러스, 유전자, 미생물 등 다양한 생물학적 정보를 통합 분석한 결과 바이러스나 미생물 환경 정보만으로는 병변의 위험도를 구분하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DNA 메틸화 패턴에서는 고위험 병변과 저위험 병변 간 뚜렷한 차이가 확인됐다.
이를 바탕으로 두 개의 핵심 유전자(KIRREL3, ADRA2A) 변이를 최종 바이오마커로 도출하고 이를 활용한 머신러닝 기반의 독자적인 고위험군 예측 모델을 개발했다.
해당 모델은 정확도 94.1%를 기록했으며 검증 과정에서 고위험군을 단 한 건도 놓치지 않아 민감도는 100%를 달성했다. 민감도는 실제 위험 환자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능력을 뜻한다.
이 같은 접근은 자궁내막암 진단으로도 확장됐다. 자궁내막암은 대부분 비정상적인 질 출혈 등 증상이 나타난 이후 초음파 검사와 조직검사를 통해 진단된다. 현재까지는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자궁내막암을 조기에 선별할 수 있는 효과가 입증된 검진 방법은 없는 실정이다.
자궁내막 조직검사는 마취 후 자궁내막 안으로 기구를 넣어 조직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시행되는데 통증과 출혈을 동반할 수 있어 환자에게 가해지는 부담이 크다.
특히 최근 자궁내막암이 젊은 미혼 여성에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은 이러한 검사 방식에 대한 거부감으로 검사를 미루는 경우가 많아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실제로 자궁내막 병변이 의심되어 이러한 침습적인 검사를 받는 환자 중에 암으로 진단되는 비율은 매우 낮다.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질 분비물을 활용한 비침습적 진단 가능성을 확인하는 연구가 진행됐다. 의료진이 환자의 질 내 분비물을 채취하고, 그 안에 포함된 DNA의 메틸화 패턴을 분석해 자궁내막암 여부를 예측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총 28개의 메틸화 바이오마커를 기반으로 진단 모델을 구축했으며 검증 결과 민감도 최대 82%, 특이도 96% 수준의 성능을 확인했다. 민감도는 암 환자를 놓치지 않고 찾아내는 능력을 의미하며 특이도는 정상인을 암으로 오진하지 않는 정도를 뜻한다.
이번 연구는 향후 생리대를 활용한 검사 방식 등으로 확장해 병원 방문 없이도 일상에서 손쉽게 암 발병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진단 기술로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기술이 상용화될 경우 조기검진의 접근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조직검사를 줄이며 치료 시점을 보다 최적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희귀질환 EGPA, '호산구 물리화학 프로파일링'으로 진단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김준기 교수팀은 최근 단일 세포의 물리 구조와 화학 성분을 동시에 분석할 수 있는 '광회절 단층 이미징-라만분광 멀티모달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호산구 육아종증 다발혈관염(EGPA) 환자 호산구가 보이는 병태생리학적 특성을 96%의 높은 정확도로 규명했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 알레르기내과에 내원한 EGPA 환자군에서 호산구를 분리한 후 자체 개발한 멀티모달 시스템을 해당 호산구에 적용했다.
먼저 광회절 단층 이미징(ODT) 기술을 통해 형광 표지 없이 세포 내부의 3차원 굴절률 분포를 재구성하고 밀도, 응축 상태 등 물리적 지표를 정량화했다.
연구팀은 이어 동일한 세포를 라만분광으로 연속 측정해 분자 화학 정보를 확보했다. 이 과정에서 호산구 내 과립의 고굴절률 영역을 표적으로 삼아 핵심 분자 특징을 추출하는 알고리즘을 적용했다.
그 결과 배경 신호를 최소화하고 질환 특이적인 신호를 강화할 수 있었다. 과립은 세포 내 다양한 화학 물질과 단백질을 담고 있는 소기관이다. 중심부가 매우 단단하게 뭉쳐 있어 빛에 강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고굴절률 표적이 되었다.
이러한 물리·화학적 지표를 통합해 분류 모델을 구축한 결과 EGPA 환자의 호산구를 대조군과 최대 96%의 정확도로 구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활용하면 향후 EGPA뿐만 아니라 다양한 호산구 연관 질환에서 세포 수준의 진단 및 모니터링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 씻어서 다시 써도 암 전이 잡아내는 고감도 액체 생검 센서 개발
울산과학기술원(UNIST) 전기전자공학과 김명수 교수팀은 최근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우정 교수팀, 연세대 강주훈 교수팀과 함께 이황화몰리브덴과 고주파를 이용해 재사용할 수 있는 고감도 액체 생검 센서를 개발했다.
액체 생검은 실제 조직을 떼어내지 않고도 혈액이나 체액 속에 떠다니는 DNA 조각을 감지해 암을 찾아내는 기술이다.
하지만 기존 검사법은 감지 센서가 일회용이거나 센서 제작 비용이 커 비용 부담이 있었다.
연구팀이 개발한 이황화몰리브덴 센서는 특수 용액에 씻어내기만 하면 5회 재사용할 수 있다.
이 센서는 제작도 쉬워 공정 비용도 저렴하다. 이황화몰리브덴 잉크를 기판에 발라 회전시킨 뒤 잉크 속 용매를 날려버리기만 하면 된다.
진단은 센서에 환자 체액을 떨어뜨린 뒤 고주파(RF)를 쏘아 반응을 살피는 방식으로 표적 DNA가 센서에 달라붙을 때 발생하는 유전율과 저항의 변화가 고주파 신호의 공진 주파수를 이동시키는 원리다.
개발된 센서는 기존 유전자 분석 기술이 놓치기 쉬웠던 '단일 가닥 DNA'만을 검출해낸다.
단일 가닥 DNA는 말기 암이나 림프절 전이 환자에게서 고농도로 발견되는 바이오마커다.
일반적으로 DNA는 단일 가닥이 서로 마주 보고 결합한 이중 나선 가닥 형태로 존재한다.
실험에서 이 센서는 암 진단 지표인 'AluSx1' 유전자 DNA 조각을 154.67nM (나노몰)의 매우 낮은 농도까지 정확하게 검출해냈다.
센서를 세척 하는 특수 용액에는 상보 염기가 들어가 있다.
이는 DNA의 이중 나선은 염기라는 분자가 서로 마주 보고 결합해 생긴 구조인데 서로 짝을 이룰 수 있는 조합, 즉 상보 조합이 정해져 있다.
센서 표면에 붙어 있던 단일 가닥 DNA가 세척액 속의 짝을 만나 결합하면서 이중 나선이 완성되고 이중 나선 DNA는 별도 처리를 하지 않아도 센서에서 저절로 떨어진다.
연구팀은 암 전이와 밀접한 단일 가닥 DNA를 저비용으로 검출할 수 있게 돼 향후 실제 임상에서 암전이 조기 진단과 예후 모니터링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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