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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24 “빈에서 시작된 기적”…7천만원 스타트업, 6500억 초대박 터뜨린 ‘지앤티’ - - 월드옥타 주최 ‘비엔나 엑스포’서 독일 프리텔 그룹과 인연 - - NDA·POC 거쳐 4600억 계약…총 6500억 규모로 확대 전기차의 ‘심장’을 만드는 기업, 전력변환 구조 혁신으로 승부 - - 드론, 방산,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등으로 확장성 큰 기반 기술 프리텔·사우디 이어 현대차까지…유럽·중동 공급망 확장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4-06 07:3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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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전력변환 기술기업 ‘지앤티(GnT)’ 손일수 대표가 충남 아산 호서벤처밸리에 위치한 공장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 도중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1년여전 오스트리아 빈에서 일생일대의 기회를 잡은 사람 답게, 미소가 봄날 벚꽃 처럼 환하다.

사람에겐 누구나 일생에 세 번의 기회가 온다고 했다. 잘 준비하고 있다가 기회가 왔을 때 알아차리고 잡을 수 있는가 없는가, 그 차이가 있을 뿐이다.

2024년 10월, 오스트리아 빈. 마른 낙엽이 거리를 뒹구는 유럽의 가을 한복판,‘음악처럼’ 아름다운 도시 빈에서 창업 1년 남짓의 스타트업이 그 기회를 붙잡았다. 부부가 “성과가 없으면 관광이나 하고 오자”는 마음으로 떠난 출장길은, 작은 기술기업이 단숨에 글로벌 공급망으로 진입하는 계기가 됐다.

당시 월드옥타(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회장 박종범)가 오스트리아 빈에서 주최한 2024 코리아 비즈니스 엑스포에 참가했다가 독일 프리텔(PRETTL) 그룹과 약 4600억 원 규모 전기차 컨버터 공급 계약을 체결, 국내 기업사에 이례적인 성장 궤적을 그린 ‘지앤티(GnT)’ 손일수 대표 스토리다.

지난 3월 26일 오전, 충남 아산 호서벤처밸리에서 만난 손 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사실 큰 기대를 안 했습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고, 우리 같은 기술기업이 가서 성과가 있을까 싶었죠. 그래서 아내랑 ‘안 되면 그냥 빈 관광이나 하고 오자’ 그런 마음으로 갔습니다.”

그 선택은 결과적으로 출범한 지 1년 남짓 된 작은 기술기업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당시 빈에서 부스를 찾아온 바이어가 딱 6팀이었어요. 다른 데는 북적이는데 우리는 파리가 날리더라고요. 그런데 그중 한 팀이 독일 프리텔 그룹 아시아 담당이었습니다. 우리 제품을 보더니 ‘같이 협업할 수 있겠냐’고 해서 바로 MOU를 맺었죠.”

귀국 후 상황은 빠르게 전개됐다. NDA(비밀유지계약)를 체결하고 도면을 공유받아 시제품을 제작했고, 독일 현지에서 성능 검증(POC)을 진행했다.

손 대표는 “샘플 테스트를 통과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며 “독일 측에서 품질과 가격, 납기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본격적인 계약 논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독일 본사 초청으로 연결됐다. 그는 “슈투트가르트 인근 본사를 방문했는데, 도시 상당 부분이 회사 부지처럼 느껴질 정도로 규모가 컸다”며 “기술 검증 이후 공급계약 논의가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지앤티는 이후 1차 약 4600억 원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추가 계약을 포함해 총 약 6500억 원 수준으로 확대했다. 계약 기간은 2032년까지다. 창업 초기 매출 수천만 원 수준의 기업이 단기간에 글로벌 공급망에 진입한 셈이다.

손 대표는 “계약이 확정됐을 때는 실감이 나지 않았다”며 “오랜 시간 준비해온 기술이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손일수 대표가 지앤티 아산 공장을 방문한 크리스토프 프리텔 CEO에게서 감사패를 전달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양사의 파트너십을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관계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내용의 감사패다. [지앤티 제공]


글로벌 기업 사로잡은 독자 기술력

지앤티의 경쟁력은 단순 부품이 아니라 전력변환 시스템 전체를 설계하는 기술력에 있다.

손 대표는 “전력변환 장치는 전기차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한다”며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배터리 성능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핵심은 구조 혁신이다.

“기존 전력변환은 2단 구조인데 우리는 이를 1단으로 줄였습니다. 단계가 줄어들면 효율이 올라가고 발열이 줄어들며 부품 수도 감소합니다.”

이는 단순한 개선이 아니라 시스템 설계 자체를 재구성한 접근이다.

하드웨어 설계에서도 차별화를 시도했다. 지앤티는 네모난 블록 구조의 기존 EI 코어 대신 도넛형 트로이달 코어를 적용해 전력 손실을 줄이고, SiC(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를 활용해 고전압 환경에서도 안정적인 성능을 구현했다.

손 대표는 “전력은 코어 구조와 반도체 선택에 따라 효율이 크게 달라진다”며 “전력 밀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를 최적화했다”고 설명했다.

제품 두께 역시 중요한 요소인데, 그는 “상용차는 공간이 넓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매우 제한적”이라며 “제품 두께를 약 95mm 수준으로 낮춰 적용 범위를 넓혔다”고 말했다. “단순한 성능 개선이 아니라 구조를 바꾼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럽 이어 중동, 미래 산업까지...확장성 다양

손 대표의 기술 기반은 오랜 현장 경험에서 출발한다. 그는 LG전자와 삼성 등에서 전력·전자 설계 분야를 거치며 산업 전반의 전력 시스템을 다뤄온 엔지니어다. 이후 LED 전원장치(SMPS) 개발을 통해 전력변환 기술을 축적했고, 이를 전기차 분야로 확장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전원장치를 만들면서 이 기술을 더 큰 시장에 적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고, 전기차용 전력변환 기술 개발에 집중하게 됐다”며 “수년간 기술 개발에 몰두한 결과가 지금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창업 이후 초기 과정도 쉽지 않았다. 손 대표는 “회사를 아내와 함께 시작했고, 초기에는 사실상 둘이서 버텨온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개발 과정에서도 상당한 시간이 투입됐다.

“기술이 실제 제대로 작동하는지 시험하는 POC 단계에서는 회사에 야전침대를 두고 일주일씩 개발에 매달렸습니다.”

손일수 지앤티 대표가 기존 EI 코어 대비 전력손실을 줄인 도넛형 트로이달 코어 구조를 설명하는 모습.


하지만 빈 전시회 참가 이후 사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마치 신(神)이 미리 짜놓은 계획에 따라 움직이듯.

지앤티는 프리텔 그룹을 통해 유럽 상용차 공급망에 진입했으며, 다임러 계열 등 글로벌 완성차와의 연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와의 협력도 일부 진행 중이다. 손 대표는 “현대차와 수소 상용차용 전력변환 장치(FDC) 관련 개발을 진행 중”이라며 “기술 적용 범위를 확대해 나가고 있는 단계”라고 전했다.

중동 시장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사우디 불시드(Bulseed) 그룹과 상용차 전동화 및 에너지 장비 관련 협력을 진행 중”이라며 “중동은 전력 인프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시장”이라고 손 대표는 설명했다.

지앤티의 기술력은 앞으로도 확장성이 다양하다. 손 대표는 “전력변환 기술은 전기차뿐 아니라 드론, 방산,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며 “확장성이 큰 기반 기술”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앤티는 양산 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산 공장은 약 2500평 규모로 확보됐으며, 생산라인 구축과 설비 투자가 진행 중이다. 개발은 B 샘플 단계까지 완료돼 차량 테스트를 마친 상태이며, 이후 단계가 완료되면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여기에 더해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손 대표는 “초기에는 수작업 기반으로 시작하고 이후 자동화 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글로벌 공급에 맞는 생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빈에서의 ‘대박’ 이후 지난 1년여를 돌아볼 때  손 대표는 이를 ‘하느님이 주신 기적’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그 기적은 부단한 기술 축적과 노력의 땀방울 위에서 만들어진 필연이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며 벚꽃 나무가 줄지어선, 호서대 캠퍼스를 걸어나왔다.

충남 아산 호서벤처밸리에 위치한 지앤티 아산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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