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개념 의료기기 기술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 차세대 의료기기 기술을 잇따라 개발해 상용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30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이 의료기기 표면 세균을 차단하는 항균 하이드로젤, 암유전자 실시간 추적 바이오센서, 차세대 전도성 생체접착제 등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화학과 서지원 교수팀은 최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재홍 박사팀과 함께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가진 세균이 의료기기 표면에 형성하는 '바이오필름'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다기능 항균 하이드로젤(hydrogel)을 개발했다.
바이오필름(biofilm)은 세균이 의료기기나 표면에 달라붙어 스스로 만든 보호막 안에서 집단을 이루는 구조로 약을 써도 죽기 어려워 병원 감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이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의료기기인 카테터, 스텐트, 인공관절의 표면에는 세균이 달라붙어 바이오필름을 형성한다.
이 바이오필름은 세균 여러 층이 겹쳐 있는 구조로, 두께가 머리카락 굵기의 5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검사에서도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바이오필름 안의 세균은 끈적한 보호막(EPS) 속에 모여 있어 항생제가 침투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일반 세균보다 항생제 내성이 강하고, 감염 치료가 훨씬 어렵다.
문제는 이런 바이오필름이 의료기기 표면에서 매우 쉽게 형성된다는 점이다. 한 번 감염이 시작되면 환자의 회복이 늦어지고, 병원 전체의 감염 위험까지 높인다.
이번 연구는 기존 항균 소재가 세균을 잘 죽이면서도 사람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기 어려웠던 문제를 해결하고 의료기기 감염을 예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펩토이드(peptoid)라는 인공 단백질 유사 물질을 활용했다.
펩토이드는 자연 단백질 구조를 모방해 세균을 죽이거나 붙지 못하게 설계할 수 있으며, 젤라틴 하이드로젤 안에서 스스로 모여 나노 구조를 형성하는 자기조립(Self-assembly) 방식을 통해 살균 효과와 안전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인체에 안전하고 젤(gel) 형태로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젤라틴을 기반으로, 향균 펩토이드의 분포 상태를 정밀하게 조절해 세균 살균과 부착 억제 기능을 동시에 최적화하는 새로운 향균 표면 전략을 제시했다.
단순히 펩토이드의 양을 늘리는 대신, 젤라틴과 결합되는 비율을 조절해 펩토이드가 젤 안에서 완전히 고정되거나 일부가 뭉치는 다양한 구조를 만들었다.
실험 결과 펩토이드가 고르게 퍼진 상태에서는 세균 부착이 크게 줄면서도 살균 효과가 유지됐고 사람 세포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않아 안전했다.
반대로 펩토이드가 지나치게 뭉친 경우에는 세균과 사람 세포 모두에 영향을 주어, 살균 효과는 나타나더라도 사람 세포 손상이 발생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또한 하이드로젤을 이용해 병원에서 실제 감염 문제를 일으키는 대표적 세균인 황색포도상구균과 녹농균을 유리·실리콘·스테인레스 표면에 붙인 뒤 세균 부착 정도, 바이오필름 형성, 그리고 사람 세포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했다.
실험 결과 최적 조건으로 제작한 하이드로젤은 두 균 모두에서 바이오필름 형성을 기존 대비 약 60% 억제했다.
특히 항균 효과는 하이드로젤 표면과의 직접 접촉을 통해 나타났으며, 외부로 항균 물질이 방출되지 않아 안전성이 높았다.
이번 연구는 연구팀이 개발한 항균 하이드로젤이 의료기기의 다양한 표면에 안정적으로 코팅될 수 있음을 입증하며 실제 병원 환경에서도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를 통해 카테터나 인공관절 등 의료기기 표면에서 발생하는 감염을 줄이고, 환자가 항생제 사용을 최소화하면서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
부산대학교 생명과학과 김태진 교수는 최근 제약학과 윤화영 교수와 함께 암유전자 KRAS 단백질과 하위 신호 단백질(RAF) 사이의 상호작용을 정량적으로 추적하는 '하이브리드 바이오센서 플랫폼'을 구축했다.
그동안 살아있는 세포 내에서 단백질 간 상호작용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는 데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형광(FRET)과 발광(BRET) 기술을 하나로 통합한 바이오센서로 이 난제를 해결했다.
암세포 내에서 KRAS 돌연변이가 정상 유전자에 비해 얼마나 강하게 결합하고 지속해 활성화되는지를 실시간 영상으로 입증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번 기술을 활용해 현재 임상 단계에 있는 KRAS 표적 저해제인 '소토라십(Sotorasib)' 등을 처리했을 때 암 신호가 감소하는 과정을 정량적으로 확인해 약물 효과를 평가했다.
이는 해당 바이오센서가 신약후보 물질의 효능과 선택성을 정밀하게 검증하는 플랫폼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연구팀은 KRAS는 오랫동안 '공략하기 어려운' 표적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표적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정밀한 기능 분석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변이 특이적 치료제 개발을 가속하는 핵심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POSTECH(포항공과학기술대학교) 화학공학과·융합대학원 차형준 교수팀은 최근 국립부경대 휴먼바이오융합전공 송강일 교수와 함께 손상된 근육·신경 재생을 돕고 이식형 의료기기의 안정성을 높이는 신개념 생체접착제를 개발했다.
홍합이 바위에 강하게 달라붙는 원리를 착안한 이 접착제는 기존 접착제의 한계를 극복했다. 기존에는 체내 습윤 환경에서 접착력이 약하고 전기 전도성이 낮아 근육·신경 연결이나 의료기기 부착이 어려웠다.
연구팀은 물과 섞이지 않는 불섞임성과 전도성을 동시에 갖춘 액상 단백질 기반 접착제를 개발했다.
여기에 전기 자극으로 단백질을 손쉽게 가교하는 기술을 더해 접착제가 수 초 만에 젤 상태로 굳어 원하는 위치에 정확히 고정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절단된 근육 조직에 접착제를 적용하자 끊어졌던 신경과 근육 간 전기 신호가 복원됐다. 별도의 봉합 없이도 근육 재생이 촉진되고 운동 기능이 즉시 회복됐다.
또 의료용 전자소자 이식 실험에서도 성공적이었다. 접착제를 사용하면 봉합사나 독성 화학 접착제 없이 장기 표면에 소자를 안정적으로 부착할 수 있으며 장기와 전자소자 간 전기 저항이 낮아져 장기간 안정적인 생체 신호 모니터링이 가능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단순히 잘 붙는 접착제를 넘어 체내 환경에서도 생체 신호를 안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새로운 생체소재 기술을 제시했으며 신경 재생 치료는 물론 차세대 이식형 생체 전자소자를 위한 핵심 소재로 재활의학과 헬스케어 분야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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