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도성 중기정책개발원 이사장(전 중소기업청 차장)
9546이 무엇일까.
한국 소상공인의 국민경제에서 위상이다. 중소기업기본통계(2023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 기업체수는 총 831만개인데 그 중 소상공인이 790만개로서 95.2%, 종업원수는 총 1286만명 중 1089만명으로서 45.9%를 차지한다. 소상공인의 비중이 95/46으로 국민경제의 저변을 형성하고 있는 반면 매출은 총 7359조원 중 소상공인은 1277조원으로서 17.4%에 불과하여 그 취약성을 보여준다. 8:2의 파레토법칙이 한국경제 위상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작금 한국 경제는 저성장, 고물가, 고환율, 양극화,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미중 패권전쟁, 글로벌 보호무역 강화, 주력산업의 경쟁력 저하, 신성장 동력의 미흡, 디지털AI전환 지체 등 다양한 당면 해결과제도 부지기수다. 국가적 총 동원체제를 구축해도 뚫고 나가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그 해결의 실마리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 국가적 문제를 통찰하고 사회 각 부분의 이해조정에 앞장서야 할 정치권이 그 첫번째다. 한국의 현실은 어떤가. 보수 진보의 반쪽 이념에 치우쳐 우리의 미래를 위한 문제해결자가 아닌 문제생산자 내지 증폭자가 되고 있다. 참으로 아쉬운 현실이나 이 또한 국민적 지혜로 헤쳐나가야 할 것이다.
현장에서는 9546의 신음소리가 진동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정부부처에서 고위직을 하다가 7년전에 식당을 차려 소상공인의 현장에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보겠다고 나선 선배의 생생한 애기를 들었다. “미국에서 샌더스는 65세에 KFC를 창업하여 세계적 프랜차이즈업체로 키웠다. 한국에서 그 모델을 본받아 실현해 보겠다고 창업했다. 7년이 지나보니 그동안 거의 매일 적자를 본 것 같다. 과다하게 치솟는 인건비, 임대료 그리고 재고누적과 함께 소비자 선호도 급격히 변동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나서서 다양한 정책지원을 하지만 현장에서는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면 왜 빨리 폐업하지 않고 계속 사업을 하느냐는 물음에 “한국처럼 어려운 소상공인 현장에서 반드시 살아남아 기업가정신의 본보기가 되고 싶다.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그동안 파편화 된 ‘나홀로 서기’경영에서 네트워크 협업을 통한 ‘모두함께 가기’방식으로 전환하겠다” 고 답했다.
2026년 병오년 한 해, 과연 한국 소상공인을 살리는 특단의 방안이나 조치는 무엇이 있을까. 그동안 정부는 보수나 진보 가릴 것 없이 소상공인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다양한 정책지원을 퍼부었다. 2000년대 초반들어 DJ정부에서 소상공인을 생산적 복지의 대상으로 삼으면서 중소기업과 차별화 된 법적 제도적 정책실행을 시동했다. 2020년에는 ‘소상공인기본법’이 제정되어 소상공인에 대한 법적, 제도적 지원 기반이 총체적으로 마련되었다. 아울러 소상공인의 창업부터 성장 그리고 폐업 및 재도전에 이르기까지 물샐틈 없이 자금, 경영, 기술, 인력, 교육, 컨설팅 등 지원정책을 펴왔다. 2020년 이후 코로나 피해 보상을 이유로 현금·보조금 지원 및 금융비용 부담경감을 위한 다양한 조치를 확대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폐업 및 재기지원을 위한 ‘희망리턴 패키지’도 도입 및 확대되고 있다. 2026년 소상공인 예산을 보면 중기부, 금융위, 고용부, 지식재산처 등 5조 8000억원 규모에 달하고 있다. 주요 내역은 경영부담 완화 1조 1000억원, 창업/성장지원 4조 2000억원, 폐업/재기지원 3600억원, 지원인프라 구축 2200억원 규모이다.
작금 당면한 소상공인 현장 상황은 어떤가. 내수부진과 양극화 심화 그리고 고환율, 고물가로 인한 원자재가 상승, 고임금 및 고임대료, 노무·세무·보건·안전 등 각종 규제 등 애로요인이 첩첩산중이다. 신속히 119 구급대를 소상공인 현장 구석구석으로 내보내서 제대로 진단하고 신속한 응급조치를 취해야 할 급한 상황이다. ‘9546-119구급대’ 현장출동으로 소상공인 현장 문제해결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한국 소상공인 현장의 응급조치를 위한 전략적 방향성은 과연 어디에 두어야 할까. 중기벤처부에 소상공인 담당 차관까지 만들었는데 이제는 제대로 된 전략 전술을 짜고 실효성있는 조치를 마련하여 실행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소상공인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졌던 근원적 요인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말 국회에서 포럼이 있었는데 ‘소상공인 재기지원 사업 활성화 방안’ 주제발표에서 제시된 주요 요인으로는 “1) 소상공인은 국민경제의 저변을 형성하면서 복잡성과 다양성이 특징이다. 2) 소상공인은 과당경쟁과 낮은 진입장벽/생존율이라는 구조적 특성을 갖는다. 3) 소상공인 시장환경도 소비자 선택의 다양화 및 디지털 혁신이 트렌드가 되어 소비자는 그야말로 왕이 되었다. 4) 정부정책이 너무나 백화점식으로 과다하게 공급되면서 기업가정신 발휘보다는 과도한 정책기대감이 커졌다.”는 것이었다.
소상공인이 당면한 작금의 근원적이고 구조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119응급조치 정책방향을 다음 3가지로 간략히 제시코자 한다.
첫째는, 5인 미만 소상공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규모 키우기(스케일업)정책을 확충하고 집중 지원하는 것이다. 프랜차이즈화, 네트워크 협력, 소상공인협동조합, 사업화협단체 등 현재도 다양한 제도가 있고 새롭게 창안할 필요도 많다. 중기부가 가업승계 활성화를 위해 M&A방식의 가업승계를 도입하는 것도 그 중요한 시발점이라 할 것이다.
둘째는, 소상공인의 창업, 성장, 도약, 폐업, 재기로 이어지는 생-노-병-사의 사이클이 상호 긴밀히 연계되어 작동되도록 파편화된 자원을 융·복합화하는 것이다. 현재도 희망리턴패키지 사업에서는 폐업과 창업 그리고 성장 정책을 일부분씩 엮어서 패키지화하고 있다. 119에서는 중기부 정책만이 아니라 연관부처 및 지자체 그리고 시장의 자원까지 포괄하여 소상공인들이 겪는 문제해결 중심으로 다양한 패키지화 사업을 발굴 실행해야 할 것이다.
셋째는, 소상공인의 디지털·AI 전환을 소상공인 분야별 현장 실정에 맞게 신속히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 생태계를 구축 활성화하는 것이다. 소상공인 현장은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데 전문인력과 역량 그리고 투자가 요구되는 디지털·AI 전환에 몸사리는 곳이 많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투자가 집중되어야 할 부분이 바로 여기다. 소상공인을 앵커 플랫폼으로 해서 디지털·AI 전환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인력 및 기술, 자원, 자금이 협력할 수 있도록 분야별 소상공인 디지털·AI 생태플랫폼을 다수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이처럼 파편화된 소상공인 정책지원 및 시장구조를 융복합 네트워크화하면 그동안의 백화점식 정책의 수효도 줄일 수 있고 그 성과도 더욱 제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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