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료기기 유통 과정에서 리베이트 문제가 끊이질 않고 있다.
의료기기 유통 과정에서의 리베이트 문제는 오랜 기간 반복되어 온 구조적 병폐다. 특히 최근 국회와 정부 조사 결과를 통해 그 실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어 문제로 제기된 상황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병원과 도매상, 간납업체 간의 복잡한 거래 구조 속에서 불투명한 자금 흐름 및 사실상의 독점 공급 체계가 형성되면서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대형병원 중심 ‘사실상 독점 구조’…리베이트 유발 가능성 확대
국회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국내 의약품 유통의 약 90% 이상이 도매상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특히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98% 이상이 도매 유통에 의존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일부 병원이 특정 도매상에 공급을 집중시키며 사실상 독점적 거래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분석 결과 일부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단일 도매상이 전체 의약품 공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사례가 확인됐다. 특정 병원의 경우 연간 수백억 원 규모의 의약품 거래 중 97% 이상이 단일 도매상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기 역시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일부 병원에서는 의료기기 공급액의 99% 이상을 특정 도매상이 담당하는 구조도 확인됐다.
이 같은 집중 현상은 거래 편의성을 넘어 리베이트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는다. 독점적 공급 관계가 유지되기 위해 도매상이 병원 측에 다양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할 유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간납업체를 활용한 ‘신종 리베이트 구조’도 문제로 지적된다. 일부 의료법인은 특수관계인이 지분을 보유한 간납업체를 설립해 중간 유통 구조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이익을 이전하거나 매출을 누락하는 방식으로 부당 이익을 챙긴 정황이 드러났다.
실제로 수백억 원 규모의 매출 누락 의혹과 함께 비자금 조성 및 계열사 간 부당 지원 사례까지 확인되며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현행 법령은 도매상과 의료기관 간의 직접적인 특수관계(지분 50% 초과, 친족 관계 등)에 대해서만 제한을 두고 있어, 이러한 간접적·우회적 구조를 충분히 규제하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결과적으로 불공정 거래 구조가 유지되면서 시장 경쟁은 위축되고, 그 부담이 의료비 상승 형태로 환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출보고서 공개·교육 강화…정부·업계 '투명성 확보' 움직임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 단체들도 제도 개선과 자율 규제 강화에 나서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의약품·의료기기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 제공 내역을 담은 지출보고서를 공개하며 유통 투명성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최근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전체 제출 업체 중 약 17%가 경제적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고 그 규모는 8,400억 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출보고서는 향후 5년간 공개되며 누구나 열람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 업계 전반에 대한 감시 기능을 강화하는 제도로 평가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불법 리베이트 관행을 사전에 억제하고 시장의 자정 기능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의료기기 산업계 역시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위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는 판촉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법정 의무교육과 보수교육을 확대 운영하며 공정 경쟁 및 윤리 경영 인식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교육 과정에는 리베이트 규제 동향, 지출보고서 제도, 공정경쟁규약 등 실무 중심 내용이 포함돼 현장 적용도를 높였다.
아울러 업계 전문가와 법조계가 참여하는 세미나를 통해 글로벌 반부패 규제 동향과 실제 리베이트 사례를 공유하는 등 산업 전반의 인식 개선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 역시 세무조사와 제도 개선을 병행하며 간납업체를 활용한 탈세 및 부당 내부거래를 집중 점검하고 특수관계자 거래를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이처럼 의료기기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규제 강화뿐 아니라 투명한 거래 관행 정착과 업계 전반의 윤리 의식 제고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일부의 이익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산업 신뢰도를 무너뜨리고 글로벌 경쟁력까지 약화시키는 요인"이라며 "제도 개선과 함께 업계 스스로도 투명한 유통 구조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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