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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3-17 09:5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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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패션위크는 런웨이인 동시에 브랜드의 AI 활용 철학을 드러내는 무대였다. 제작과 쇼 연출, 디자인 실험, 디지털 콘텐츠 제작까지 패션쇼 전반에 AI가 적극적으로 활용됐으며, 런웨이 바깥에서도 AI 콘텐츠·커머스 연결 등을 통해 큰 변화를 보여줬다.

26FW 패션위크에선 AI가 다각도로 활용됐다. 사진=게티이미지


보그 비즈니스는 최근 패션위크 현장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들을 인터뷰한 분석 기사에서 “AI가 패션위크 대화의 중심으로 들어왔다”고 보도했다. 디자이너들이 AI를 활용하는 방식은 크게 AI를 창작 파트너처럼 쓰는 그룹, 디자인보다 운영·커뮤니케이션 보조용으로 쓰는 그룹, 창작 영역에서는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그룹으로 나뉜다.

신진 디자이너들, AI를 ‘파이프라인’으로 활용

AI 활용이 가장 적극적인 분야는 독립 디자이너와 신진 브랜드다. 영국 디자이너 야쿠 스테이플턴(Yaku Stapleton)은 AI를 디자인 콘셉트 정리와 이미지 시각화뿐 아니라 운영 업무와 법률 문서 검토 등 실무 영역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작은 규모의 브랜드에서 인력 부족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런던 기반 브랜드 파올리나 루소(Paolina Russo)는 AI를 소재와 질감 실험에 활용하고 있다. 전통적인 니트웨어 기법과 디지털 이미지를 결합해 새로운 패턴을 탐색하는 방식이다.

독일 디자이너 마리 루더(Marie Lueder) 역시 AI 기반 디자인 툴을 이용해 패션쇼의 시각적 요소를 제작했다. 그는 인공지능 디자인 소프트웨어를 통해 쇼 세트 설치물의 3D 목업, 패션쇼 초대장 그래픽, 타로 카드 콘셉트의 좌석 카드 디자인 등을 제작했다.

다만 루더는 AI 활용이 반드시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제작 과정에는 그래픽 디자이너, 3D 디자이너, 프롬프트 엔지니어 등 여러 인력이 참여했기 때문이다.

프랑스 디자이너 폴 빌로의 데뷔 컬렉션은 인공지능 기반으로 설계됐다. 사진=폴 빌로


AI가 만든 컬렉션 등장…디자인의 출발점이자 재료

더 급진적인 흐름도 등장했다. 프랑스 디자이너 폴 빌로(Paul Billot)는 자신의 브랜드 데뷔 컬렉션 ‘알뢰르(Ailleurs)’를 전부 AI로 설계했다. 빌로는 프랑스 시인 앙리 미쇼(Henri Michaux)의 시 ‘알파벳(Alphabet)’을 자신이 엔지니어와 공동 설계한 퀀텀AI 모델에 입력해 의복 이미지를 생성했고, 그 결과물의 흐림, 그라데이션, 수평선, 빛의 버블 같은 특성을 실제 의상으로 번역했다.

빌로는 AI를 단순한 도구나 파트너가 아니라 제약과 물성을 가진 새로운 창작 재료(material)로 규정하며, AI 논의가 단순한 생산성 기술을 넘어 디자인 저자성과 창작 과정 자체를 재정의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인간·문화·창의성…럭셔리 하우스는 신중한 태도

전통 럭셔리 브랜드와 일부 디자이너들은 AI 활용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디자이너 디미트라 페차(Dimitra Petsa)는 AI가 패션의 역사적 맥락과 철학적 의미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프라다(Prada)의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 시몬스(Raf Simons)와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 역시 패션 디자인의 핵심은 인간의 감각과 문화적 맥락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반응은 현재 패션위크의 핵심 가치는 여전히 실물성, 감각성, 역사성, 인간 저자성에 있다는 뜻이며, AI가 침투할수록 럭셔리와 독립 디자이너 영역에서는 오히려 인간이 직접 만든 창작물의 가치가 더 강조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즉 럭셔리 하우스의 AI 도입은 아직 컬렉션보다 쇼 전 디지털 내러티브와 콘텐츠 증폭, 그리고 즉시판매형 상업 포맷과 결합하는 형태가 더 현실적이다.

패션쇼 바깥에서 더 커지는 AI 영향

AI의 산업적 영향은 런웨이 디자인보다 패션쇼 콘텐츠와 커머스 영역에서 더 빠르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가 발표한 ‘스테이트 오브 패션(State of Fashion)’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 기업의 약 35%가 이미 생성형 AI를 온라인 고객 서비스, 이미지 생성, 카피라이팅, 소비자 검색, 상품 발견 등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맥킨지는 자동화+생성형 AI의 생산성 효과가 특히 마케팅과 세일즈 기능에서 크게 나타날 것으로 봤다.

즉, 패션위크에서 AI의 첫 가시적 도입은 런웨이 룩 제작보다도 쇼 초대장, 쇼 이미지, 티저 콘텐츠, 쇼 후 셀링, AI 기반 검색·추천, 디지털 커머스 연동에서 더 빠르게 수익화될 가능성이 높다. 패션쇼가 곧장 매출로 이어지는 ‘미디어-커머스 이벤트’가 되는 구조에서, AI는 컬렉션 그 자체보다 주목도 확보, 해석 확장, 구매 전환 보조에 먼저 깊게 들어갈 공산이 크다.

실제로 뎀나(Demna)는 첫 구찌(Gucci) 쇼 직전 브랜드 인스타그램에 AI 생성 이미지 형태의 무드보드 시리즈를 올렸고, CNN에 “2026년인데 왜 도구로 쓰지 않겠느냐”는 취지로 말했다. AP는 2월 27일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열린 뎀나의 구찌 데뷔 쇼에서 일부 룩을 즉시 판매 가능하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패션위크가 단순한 런웨이 이벤트에서 콘텐츠·미디어·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AI 활용 범위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이처럼 패션쇼가 콘텐츠와 커머스를 동시에 움직이는 이벤트로 진화하면서, 패션 기업들 사이에서는 AI가 단순한 디자인 도구를 넘어 브랜드 커뮤니케이션과 콘텐츠 생산 구조를 바꾸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패션쇼가 컬렉션을 발표하는 상징적 이벤트였다면, 현재는 쇼 전후로 생성되는 티저 영상, 룩 이미지, SNS 콘텐츠, 쇼 하이라이트 영상 등이 실시간으로 확산되며 미디어 이벤트이자 커머스 트리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AI 기반 이미지 생성, 영상 편집, 카피라이팅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면서 콘텐츠 제작 속도와 확장성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특히 패션위크 기간 동안 생성되는 방대한 디지털 콘텐츠가 검색·추천 알고리즘과 연결되며 즉시 판매로 이어지는 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AI가 쇼 이미지를 기반으로 유사 상품을 추천하거나 소비자 취향을 분석해 제품을 노출하는 방식이 확산되면서, 패션쇼는 단순한 브랜드 행사에서 콘텐츠·데이터·커머스가 결합된 플랫폼 이벤트로 진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Tag#패션위크#AI#스타일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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