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료기기 업체들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상장을 추진 중인 의료기기 기업들이 사업 청사진을 구체화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이 플랫폼 확장성, 적응증 확대, 글로벌 유통망 강화, 디지털 헬스케어 접목 등 보다 현실적인 성장 전략을 전면에 내세우며 상장 추진에 본격 나서고 있다.
정밀 냉각 의료기기 기업 리센스메디컬은 냉각 기술을 하나의 개별 제품이 아닌 플랫폼으로 정의하며 상장 이후 성장 방향을 뚜렷하게 정의하고 있다.
김건호 리센스메디컬 공동대표는 11일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밀 냉각 플랫폼을 기반으로 치료 패러다임을 확장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냉각 의료기기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즉, 동일한 핵심 기술을 다양한 진료 영역에 적용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겠다는 의미다.
2016년 설립된 리센스메디컬은 의료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통증과 비효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밀 냉각 기술을 개발해 온 의료기기 기업이다. 회사의 핵심은 극저온 냉매의 온도를 짧은 시간 안에 정밀하게 제어해 원하는 부위를 빠르게 냉각하는 기술이다. 냉각 조건을 정량화해 치료 효과를 일관되게 구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같은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에서 A·A 등급을 획득하며 상장 추진의 기반도 마련했다.
리센스메디컬의 사업 전략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하나의 기반 기술을 여러 제품군으로 확장하는 모듈형 구조다. 의료용 저온기·냉동 수술기인 타겟쿨(TargetCool), 안구 냉각 마취 기기 오큐쿨(OcuCool), 분사식 주사기 타겟쿨 플러스(TargetCool+), 동물용 냉각 의료기기 벳이즈(VetEase) 등 모든 제품이 동일한 정밀 냉각 플랫폼 위에서 설계됐다.
핵심 기술은 공유하되 적용 목적에 따라 기능을 바꿔 제품군을 넓히는 방식이다. 이는 상장 이후 신제품 개발 속도를 높이고 연구개발 효율성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구조라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을 모은다.
특히 오큐쿨은 리센스메디컬의 기술 상징성과 글로벌 확장 가능성을 함께 보여주는 제품으로 꼽힌다. 오큐쿨은 국내 의료기기 기업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드 노보(De Novo) 승인을 획득했다. 드 노보는 기존에 허가된 선행 기술이 없는 새로운 유형의 의료기기에 적용되는 제도인 만큼 단순 인증 이상의 기술 혁신성을 인정받았다는 의미가 두드러진다. 리센스메디컬은 정밀 냉각 기술을 기반으로 국내외 특허와 인증 150건 이상을 확보하며 진입장벽도 쌓아왔다.
한독과 웰트는 서로 공동 개발한 불면증 디지털 치료기기 ‘슬립큐(SleepQ)’를 중심으로 차별화된 방식의 성장 전략을 내놓고 있다. 슬립큐는 인지행동치료(CBT-I)를 스마트폰 앱 형태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로 구현한 제품으로 의료진 처방을 통해 환자가 6주간 수면 습관을 교정하도록 설계됐다. 수면 제한, 자극 조절, 인지 재구성, 이완 요법, 수면 위생 교육 등 불면증의 근본 원인에 접근하는 치료 요소를 디지털 환경에서 제공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슬립큐는 통합심사 1호 혁신의료기기로 지정돼 202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았고, 현재 종합병원과 클리닉을 중심으로 처방 기관을 넓혀가고 있다. 웰트는 이 제품을 디지털 치료제의 단독 모델이 아니라 향후 약물 복용과 환자 상태를 정밀하게 연결하는 플랫폼 사업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지 웰트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약물과 환자 사이의 공백을 인공지능으로 메우는 ‘드럭 OS(Drug OS)’ 개념을 제시했다. 의료진이 약을 처방한 뒤 다음 진료 전까지 생기는 수주 또는 수개월의 공백 구간을 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관리해 약효를 높이고 부작용을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치료기기 기업이 단일 솔루션 제공자를 넘어 향후 제약과 디지털 헬스케어의 접점을 설계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슬립큐의 경쟁력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의 적용성에도 있다. 웰트는 환자 이탈을 줄이기 위해 ‘케어센터’ 기반의 밀착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환자가 앱을 설치한 뒤 1일 차, 8일 차, 4주 차에 상담사가 직접 연락해 수면 기록을 확인하고 치료 참여를 독려하는 구조다. 특히 8일 차에는 7일간 축적된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별 최적의 수면 시간을 제시한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디지털 치료제에서 자주 지적되는 낮은 사용 지속성을 보완하는 장치로 평가된다. 실제로 슬립큐는 높은 수준의 치료 순응도를 기록하며 약물 중심 치료 대비 또 다른 강점을 보여주고 있다.
임상 유효성 역시 사업 확장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웰트 측에 따르면 확증 임상에서 슬립큐 사용 후 수면 효율은 유의미하게 향상됐고 입면 시간도 크게 줄었다. 수면에 대한 비합리적 인식 개선도 확인됐으며 치료 효과가 종료 이후에도 장기간 유지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는 디지털 치료제가 일시적인 보조 수단이 아니라 실제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사업 성과를 바탕으로 웰트는 글로벌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7년 코스닥 상장도 추진 중이다. 이미 지난해 7월 NH투자증권과 상장 주관사 계약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상장 준비에 착수했다.
강성지 대표는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실제 임상 데이터와 축적된 경험을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독과 함께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는 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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