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중근 의사 유묵 ‘빈이무첨 부이무교’. 1910년 뤼순감옥에서 남긴 유묵. 일본 도쿄도립 로카기념관이 소장 [출처=도쿄도립 로카기념관]
1910년 중국 뤼순감옥에서 남긴 한 점의 글씨가 116년 만에 고국 품으로 돌아왔다. 일본 도쿄도가 6개월간 대여한 안중근의사의 유묵 ‘빈이무첨 부이무교(貧而無諂 富而無驕)’가 지난 2월20일 한국에 도착했다. 국가보훈부는 다음 달 26일 안 의사 순국 116기에 맞춰 서울 중구 안중근의사기념관에 이를 전시할 예정이다.
이번에 돌아온 유묵은 안 의사가 순국 직전 옥중에서 남긴 글로, 인간의 품격과 국가의 도리를 동시에 일깨우는 문장이다. ‘가난해도 아첨하지 말고, 부유해도 교만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개인의 수양을 넘어, 힘의 논리 속에서도 자존과 절개를 지키라는 시대적 유훈으로 읽힌다.
이재명대통령은 22일 SNS(X·옛 트위터)에 “테러리스트가 아닌,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의사 유묵의 귀환을 국민과 함께 환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이 ‘안 의사의 유묵이 116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왔다’고 소개한 글을 공유하며 “수고 많으셨다.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국민주권정부도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과 송환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히며, 유묵 귀환을 넘어 유해 송환까지 역사적 과제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했다.
또 “독립과 자주는 저절로 오는 것이 아니라 강고한 의지와 끊임없는 투쟁으로 성취되고 지켜진다”며 “나라를 되찾고 지키기 위해 헌신하며 특별한 희생을 치른 분들에 대해 우리는 끊임없이 기록하고 기억하며 특별한 예우를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매국하면 3대가 흥한다는 나라에서 누가 조국과 국민을 위해 흔쾌히 나서겠느냐”며 “이제 모든 것을 제자리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묵이 전하는 ‘빈이무첨 부이무교’의 뜻은 오늘의 대한민국과 전 세계 한인 사회에도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국권을 빼앗긴 시대, 안 의사는 힘이 아닌 의로움을 선택했고, 절망의 감옥에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삶의 태도를 한 줄의 문장으로 남겼다.
국가보훈부는 지난 20일 서울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유묵 전달식을 열었다. 이번 대여는 일본 도쿄도립 로카기념관이 소장 중인 유묵을 6개월간 한국에 공개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116년의 시간을 건너 돌아온 한 점의 글씨. 가난해도 굴하지 않고, 부유해도 오만하지 말라는 다짐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유효하다.
유묵 전달식 현장(2026.2.20, 서울 안중근의사기념관). 국가보훈부 주관 전달식에서 관계자들이 유묵을 살펴보는 모습. [국가보훈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