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패권 경쟁을 시사한 이미지. [출처=언스플래쉬]
한때 통설로 굳어졌던 중국의 미국 추월은 실현될 것인가? 아니면 일부 학자들이 주장하듯, 중국경제는 이제 ‘피크’에 이르렀고, 정체 혹은 쇠퇴의 길만이 남았는가.
이에 대해 “중국의 고속 성장 시기에 통설로 굳어졌던 미국 추월은 가까운 시기에 실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더 이상 중국이 발전을 멈춘 ‘최고점’ 즉, ‘피크차이나’에 도달해 점차 내리막길로 접어들 것이란 전망도 설득력이 없다”며 두 상반된 주장을 절충한 전망도 있어 눈길을 끈다.
중국 전문가인 이호철 송도국제학술원 원장이 최근 CSF(중국전문가포럼)에 게재한 ‘중국경제 전망: 피크 차이나, 미국 추월론’을 통해 이런 주장을 폈다. 이는 “과연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며, 지속적 경제 발전을 이룰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즉, “미래 중국경제는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화두가 이끌어낸 나름의 귀납적 분석인 셈이다.
미국 추월론, ‘연기’ 혹은 불발?
이 원장이 밝혔듯이, 중국 경제가 미국을 따라잡고 세계 최대의 경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여전히 유효하다. 추월 시점은 2020년대 말이거나 2030년대 초로 예상되었다. 특히 IMF, OECD 등 국제기구나 연구기관들이 주도하면서 이는 대세로 굳어졌다. 특히 IMF는 2018년에 중국의 명목 GDP가 2030년까지는 미국을 따라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이런 전망은 대거 수정되었다. 국제기구나 전문기관들은 추월 시점을 2030년대 후반으로 연기하거나, 심지어 “2050년대까지 추월은 실현되지 않을 것”이라는 수정된 예측들을 내놓고 있다.
이 원장은 “골드만 삭스나, 영국의 경제경영연구소(CEBR), 중국 인민대학 중양금융연구원 등은 2030년대 후반으로 추월 시점을 연기했다”거나, “‘이코노미스트’지나, 미국의 로위연구소(Lowy Institute) 등은 2050년까지도 추월은 실현되지 않을 것으로 수정했다”는 등의 전망치를 전했다. 또한 “S&P Global은 (중국이) 5% 성장을 지속할 경우 2038년, 3%로 성장이 둔화될 경우 2068년엔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소개했다.
이처럼 ‘미국 추월’의 시점을 대폭 늦춘 것은 중국경제의 성장률 둔화 때문이다.
중국경제는 2010년까지 대략 10%의 성장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그후 성장추세는 둔화되어 2025년 5%로 낮아졌다. IMF는 2026년 4.2%, 2028년 4%, 2030년 3.4%로 예측한다. ‘S&P Global’ 예측에 따르면 2050년까지도 중국경제는 미국을 추월하지 못한다.
중국 상하이 푸동지구 야경. [출처=펙셀]
中 성장률, 2010년 이후 둔화 원인
그렇다면 중국경제의 성장률이 2010년 이후 둔화되고 있는 원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중국의 노동인구 감소가 첫번째 이유”라는 이 원장의 분석이다. 중국 상하이사회과학원이 발표한 중국의 인구추이에 따르면 중국의 노동인구는 2014년 정점에 이른 후 매년 1.73%씩 감소하는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생산성이 노동인구의 감소를 상쇄하는 이상으로 증대해야 중국경제가 성장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두번째로, 중국식 성장모델이 구조적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중국의 성장은 투자와 수출이 주도했다. 그러나 과잉투자, 과잉생산, 저소비로 디플레이션에 직면해 있고, 세계 수출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하기도 쉽지 않다. 이에 “GDP의 300%에 이르는 총부채,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 또한 중국식 성장모델의 불가피한 요인으로 성장 추세를 둔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세번째로, 중국이 생산성을 증대시켜 성장률의 둔화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시장화’와 ‘사유화’로의 개혁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종전의 성공적인 성장은 이런 점에 기인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상황이 달라졌다. ‘당’과 ‘정부’의 통제가 강화되고 ‘개혁의 역행’이 진행되면서 성장동력에 스스로 제동을 거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 원장은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국유기업이 GDP에 기여하는 비율이 20%까지 지속적으로 감소되어 왔으나 지난 10년간에 다시 30% 정도로 증대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반면에 사유기업과 외자기업의 비율은 77%에서 67%로 감소했다”고 비교했다.
네번째로, 2017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 그리고 2018년 시진핑 2기 체제하에서 미중간 전략경쟁이 본격화된 점이다. 그런 과정에서 무역전쟁, 관세전쟁, 독자적 공급망, 디커플링 등이 추진되면서 중국의 성장동력을 감속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크 차이나’ 아냐, 쇠퇴하고 있는 건 미국” 주장
이같은 중국의 성장 둔화를 근거로 ‘피크 차이나론’(peak China)이 제기되었다. 이는 지난 2021년 ‘Foreign Policy’지에 처음으로 ‘피크 차이나’란 용어가 등장하면서 비롯되었다. ‘피크 차이나’에 따르면 “중국의 부상은 이제 ‘피크’에 이르렀기 때문에 중국의 미래는 정체 혹은 쇠퇴의 길만이 남았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부상하는 중국보다 ‘피크’에 이른 중국이 더 ‘위험’하다”고 주장한다. 즉, “중국이 더 이상 부상하지 못하면 그동안 내세웠던 야심찬 목표나, 중국 인민들의 높아진 기대감에 조급해진 지도부가 모험적인 대외행동을 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타이완 침공’을 가장 유력한 선택으로 본다.
그러나 이 원장은 “과연 중국은 ‘피크’에 이르렀는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그가 인용한 전문기관들의 전망에 따르면 중국경제의 성장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정체 혹은 쇠퇴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 IMF도 2030년 중국의 성장률을 3.4%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예측 성장률 1.8%보다 훨씬 높은 성장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신화통신은 2025년 중국경제의 5% 성장과 회복력을 근거로 ‘피크 차이나’의 오류를 논박하고 있다. 실제 중국의 당정 지도부는 “중국의 부상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미중간 힘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으며, 쇠퇴하고 있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믿고 있다. 이 원장은 “이는 사실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하역 중인 무역항 전경. [출처-=언스플래쉬]
‘중진국 함정’ 넘어 고소득 국가 진입
그는 “현재로서 ‘피크 차이나’가 가까운 미래에 올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은 속도가 느려지긴 했지만 여전히 부상하고 있다.”면서 “‘피크 차이나’는 反중 학자들의 ‘희망사항’일 뿐”이라는 조지타운대학의 메데이로스 교수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중국의 고속 성장 시기에 통설로 굳어졌던 ‘미국 추월’도 가까운 시기에 실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가 밀어부치고 있는 관세전쟁을 비롯한 보호무역주의 정책들의 부메랑으로 인해 미국 스스로 중국에 추월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시각이다.
이 원장을 비롯한 많은 중국 전문가들은 투자와 수출이 주도하던 중국의 고속 성장모델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본다. 이에 따르면 중국경제는 대신 혁신주도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AI,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로봇 등 경쟁우위를 점한 ‘신질생산력’(新質生産力)이 견인하는 생산성 증대가 성장의 핵심 동력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 단계에서 중국경제는 4%대 혹은 그 이하의 중속 혹은 저속 성장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
이 원장은 “중국은 2026년에는 거의 확실하게 고소득 국가 그룹에 진입할 것”이라고 했다. 1인당 GNI가 대략 14,0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03년 하위 중소득국에 진입한 이후 23년만에 고소득 국가로 진입하는 것이다. “이로써 ‘중진국의 함정’을 벗어날 것”이라며 다만 “중국이 고소득 국가로 진입하고 혁신주도 성장을 성공하기 위해선 개혁의 역행이 아니라, 시장화와 사유화로의 개혁개방을 더욱 가속화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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