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계 생활잡화, 뷰티 브랜드들이 무차별적으로 한국 브랜드 상호와 로고는 물론 내부 인테리어까지 한국 기업처럼 비슷하게 꾸며 해외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AI 이미지]
최근 다이소를 필두로 국내 유통업계가 중국계 생활잡화·뷰티 브랜드들의 무차별적인 ‘카피캣(Copycat)’ 공세에 직면했다. 상호와 로고는 물론 매장 구조와 진열 방식까지 한국 기업처럼 꾸며 소비자를 현혹하는 이른바 ‘위장 K-브랜드’가 국내외에서 빠르게 확산하는 흐름이다. 단순한 모방을 넘어 국적과 브랜드 정체성까지 교묘하게 포장하는 사례가 늘면서, 시장 혼선과 해외 소비자들의 피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작년 승격된 지식재산처와 코트라(KOTRA)를 중심으로 지능화된 지식재산권(IP) 침해에 대한 전방위 대응에 들어갔다.
이 같은 흐름은 해외에서 먼저 몸집을 키운 중국계 생활·뷰티 브랜드들이 다시 한국 시장으로 들어오는 ‘역진출’ 양상과도 맞물린다.
“다이소인 줄 알았는데…” 중국계 카피캣, 한국 역상륙
‘중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미니소(Miniso)는 2026년 현재 전 세계 약 7,500개 매장을 운영하는 거대 유통망으로 성장했다. 한때 일본어 표기 간판에 일본풍 디자인과 브랜드 콘셉트로 논란을 낳았던 미니소는 2021년 실적 부진으로 한국에서 철수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캐릭터 굿즈 중심의 고급화 전략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서울 대학로, 홍대, 강남 등 주요 상권에 다시 매장을 확보하며 ‘역상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기업 요요소(YOYOSO)의 확장도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3,000여 개 매장을 둔 요요소는 최근 전북 군산에 국내 1호점 개장을 준비하며 본격적인 한국 진출을 선언했다. 이들 브랜드는 어색한 한글 문구를 전면 배치해 한국 브랜드처럼 보이도록 하는 전략을 반복적으로 사용한다. 외형과 분위기부터 한국식으로 설계해 소비자 인식을 선점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단순 진출 단계를 넘어, 브랜드 출처 자체를 흐리게 만드는 전략은 더 조직적이고 치밀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국적 세탁’의 정점 무무소, 유령 법인 앞세워 세계 시장 교란
KOREA의 약칭인 KR을 로고에 넣은 무무소 매장 모습
가장 논란이 되는 브랜드는 중국계 무무소(MUMUSO)다. 무무소는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를 넘어 중동 지역까지 80개국 2천여 개 매장을 운영하며 ‘한국 브랜드’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내세워 왔다. 단순한 디자인 모방을 넘어 법인 구조와 상표 표기 방식까지 활용하는 일종의 ‘국적 세탁’ 전략이 특징이다.
심지어 무무소는 한국 내 주소지만 둔 유령 법인(페이퍼 컴퍼니)을 설립한 뒤, 이를 근거로 로고에 ‘KOREA’를 명시하고 매장 곳곳에 무궁화 문양을 배치해 소비자를 기만한다. 제품 패키지에는 ‘세안 건강한 크림’처럼 문법에 맞지 않는 한글 문장을 인쇄해 한국 생산품처럼 보이도록 위장하는 사례도 확인됐다. 이런 외형적 장치를 근거로 해외 현지 가맹점을 모집하면서, 한국 브랜드의 신뢰도와 시장 점유율을 잠식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위장 전략은 개별 브랜드를 넘어, 유명 K-뷰티 채널과 유통 포맷까지 그대로 베끼는 단계로 번지고 있다.
소비자 혼선 가중… ‘올리브영’ 베낀 ‘온리영’까지 등장
상표명은 물론 올리브 영 매장 분위기까지 그대로 바뀐 온리 영 매장 모습. [더우인 홈페이지]
유통업계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교묘한 베끼기’가 임계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중국 후난성 등지에서는 국내 1위 뷰티 편집숍인 올리브 영의 로고와 색상, 진열 방식, 매장 분위기를 거의 그대로 복제한 ‘온리 영(ONLY YOUNG)’ 매장이 등장해 논란이 됐다.
해당 매장들은 내부에서 K-팝 영상을 상시 재생하고 한국식 문구와 디자인 요소를 강조하며 한국계 브랜드 이미지를 덧씌운다. 외형만 보면 원 브랜드와 혼동하기 쉬운 수준이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현지 소비자들이 브랜드 출처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 채 구매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K-브랜드 신뢰도 훼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과 유통망에서의 모방이 늘어나자, 정부 대응도 통관과 해외 현장 단속까지 확대되는 흐름이다.
위조품 98%가 중국발… 관세청 통관 단계서 ‘칼바람’
정부는 지재권 침해를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초국가적 범죄’로 규정하고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관세청이 발표한 ‘2025년 K-브랜드 위조품 적발 현황’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통관 단계에서 적발된 위조물품은 총 11만 7,000여 점에 달한다. 이 가운데 97.7%가 중국발 화물이었으며, 품목별로는 화장품이 36%, 완구·문구류가 33%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단속도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지식재산처 특별사법경찰은 코트라 해외 지식재산센터와 공조해 중국 현지 창고를 급습하고 수천 점의 가품을 압수하는 등 해외 거점 단속도 병행하고 있다. 온라인 판매망과 오프라인 도매 유통망을 동시에 겨냥하는 방식으로 단속 범위를 넓히는 추세다.
단속 강화와 함께, 기술 기반의 사전 차단 체계 구축도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해외에서 유통되다 적발된 중국산 짝퉁 가방들
지식재산 예산 7,248억 투입… AI로 가짜 상품 실시간 차단
정부는 지식재산 보호와 창출을 위해 올해 총 7,248억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 가운데 약 250억 원 규모는 K-브랜드 보호 관련 지원 사업에 배정돼, 해외 위조상품 유통 차단과 기업 지식재산권 분쟁 대응에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는 또 AI 기술을 활용한 위조상품 판정 시스템을 본격 운영하는 등, 해외 시장에서의 K-브랜드 보호를 강화할 방침이다.
해당 시스템은 전 세계 온라인 플랫폼을 24시간 모니터링하며 연간 20만 건 이상의 가짜 상품 유통을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판매 페이지 이미지, 로고 형태, 제품 설명 문구까지 자동 분석해 의심 사례를 즉시 걸러내는 구조다.
김용선 지식재산처장은 최근 현장 간담회에서 “K-패션과 뷰티는 한국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리는 핵심 수출 산업”이라며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이 지식재산권 침해 걱정 없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위조상품 차단과 상표 보호 등 실질적인 정책 지원을 지속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K-컬처와 K-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질수록 이를 악용한 위장 브랜드와 변형 카피캣도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만큼, 브랜드 인증 체계 고도화, 해외 소비자 대상 정보 제공, 민관 공동 대응이 함께 굴러가야 효과가 난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지금은 단속의 강도보다 탐지의 속도와 정확도가 경쟁력이 되는 국면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