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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2-18 22:24:46
  • 수정 2026-02-19 10:5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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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이 기뻐하고 있다. 왼쪽은 은메달을 딴 미국 클로이 김, 오른쪽은 동메달 일본 오노 미쓰키.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한국 동계 스포츠는 단순한 메달 수확을 넘어, 종목의 확장과 세대교체라는 상징적 장면을 만들어냈다. 금·은·동의 빛깔은 달랐지만, 네 명의 도전은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최가온의 투혼, 김상겸의 집중력, 임종언의 스퍼트, 유승은의 담대함. 네 선수의 메달은 각기 다른 빛깔이었지만, 공통된 메시지를 남겼다.

◆ 최가온, 눈물과 투혼으로 완성한 설상 첫 금

18세 최가온은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이 열린 리비뇨에서 한국 설상 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들어 올렸다. 1차 시기에서 캡 1080도를 시도하다 착지 과정에서 크게 넘어졌고, 오른쪽 무릎과 허리를 강하게 부딪쳤다. 한동안 눈밭에서 일어나지 못하며 기권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전광판에 ‘DNS’가 잠시 표시되자 경기장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러나 그는 포기 대신 도전을 택했다. “다리에 힘이 안 들어가 울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차 시기에서 다시 한 번 넘어졌지만, 오히려 긴장이 풀렸다. 스스로를 다독이며 마지막 3차 시기에 모든 것을 걸었다.

고난도 1080도 이상 대신 900도와 720도를 안정적으로 조합하는 전략적 선택이 주효했다. 흔들림 없는 착지와 유연한 연결 동작으로 90.25점을 받아 단숨에 1위로 도약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최초 3연패에 도전하던 클로이 김이 마지막 시기에서 실수하면서 금메달이 확정됐다.

고글을 벗고 흘린 눈물에는 통증과 안도의 감정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그는 “3차까지 다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다”고 말했다. 이 금메달은 단순한 개인 성취가 아니라, 한국 설상 스포츠의 가능성을 세계에 증명한 역사적 장면이었다.

◆ 김상겸, 은빛 질주로 확장된 알파인의 지평

알파인 스노보드 평행 대회전에서 김상겸은 치밀한 경기 운영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설상 종목 가운데에서도 기술적 완성도와 스피드가 동시에 요구되는 분야에서 이뤄낸 성과였다.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결승 시상식에서 은메달을 따낸 김상겸이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뉴스1


예선부터 안정적인 턴과 균형 감각을 앞세워 상위권에 올랐고, 토너먼트에선 매 라운드 집중력을 유지했다. 결승전에서는 출발 반응에서 밀리지 않으며 초반 리드를 잡았고, 중반 구간에서 간격을 유지하며 접전을 이어갔다. 마지막 구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레이스로 은메달을 확정했다.

김상겸은 “알파인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국 설상 종목은 프리스타일 중심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그의 은빛 질주는 알파인 분야의 성장과 국제 경쟁력을 증명했다. 오랜 시간 묵묵히 준비해온 결과가 올림픽 무대에서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 임종언, 마지막 스퍼트로 완성한 동메달

빙판 위에서는 19세 임종언이 남자 1000m에서 극적인 동메달을 따냈다. 레이스 초반 그는 무리하지 않고 후미에서 흐름을 지켜봤다. 자리 다툼이 치열해지는 중반 구간에서도 침착함을 유지했다. 한 바퀴 반을 남기고 폭발적인 스퍼트를 감행하며 인코스를 파고들었다. 결승선 직전 스케이트날을 쭉 뻗는 마지막 동작이 순위를 갈랐다. 기록은 1분24초611.

13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전이 열렸다. 동메달을 차지한 임종언.


국가대표 선발전 1위로 발탁된 뒤 국제무대 데뷔 시즌에 곧바로 올림픽 메달을 따낸 그는 차세대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혼성 계주에서의 아쉬움을 개인전에서 털어냈다는 점도 의미가 컸다. 임종언은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쇼트트랙 특유의 전략과 집중력이 응축된 한 장면이었다.

◆ 유승은, 담대한 10대의 비상

스노보드 빅에어에서는 18세 유승은이 합계 171.00점으로 동메달을 차지했다. 데뷔 무대라는 부담 속에서도 그는 과감한 기술을 선택했다.1차 시기에서 백사이드 트리플 콕 1440도를 완벽히 성공하며 87.75점을 얻었다. 착지 순간 두 팔을 들어 올리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2차 시기에서 프런트사이드 트리플 콕 1440도를 성공시켜 83.25점을 추가했다. 서로 다른 유형의 고난도 기술을 안정적으로 완성한 점이 높은 평가로 이어졌다.

9일 밤(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여자 빅에어 결선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유승은이 기뻐하고 있다.


3차 시기에서는 순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됐지만, 유승은은 흔들리지 않았다. 합계 171.00점으로 시상대 한 자리를 지켜냈다. 프리스타일 종목 남녀 통틀어 첫 메달이자, 한국 여성 설상 종목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했다.

그는 “준비한 걸 다 보여주자는 마음이었다”고 말했다. 겁 없는 도전과 침착한 완성이 어우러진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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