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신개념 의료기기 기술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국내에서 차세대 의료기기 기술을 잇따라 개발해 상용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9일 의학계 등에 따르면 국내 연구진이 혈류 조절해 스스로 혈관 봉합하는 폐쇄장치, 직물처럼 유연한 모자 형태의 웨어러블 플랫폼에 특수 OLED 광원 적용 탈모 치료장치, 손가락 피 한 방울 이용 칼륨 측정기 등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연세대 의과대학 의학공학교실 성학준 교수는 최근 의생명과학부 조성우 교수, 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외과 주현철 교수팀과 함께 혈관 시술시 흔하게 발생하는 구멍을 자동적으로 막고 지혈 속도를 높이는 혈관폐쇄장치를 만들었다.
심혈관 질환을 치료하는 시술 대부분은 혈관 속에 가는 관(카테터)을 넣는 방식이다. 이때 혈관 벽에는 구멍이 생기고 이를 제대로 막지 못하면 출혈 등 심각한 후유증이 발생한다.
이러한 구멍을 막기 위해서는 혈관폐쇄장치를 사용한다.
현재 혈관폐쇄장치는 시술자 숙련도에 크게 의존하고, 처음에 장치를 잘못 설치하면 다시 놓기가 어렵다. 직경이 큰 구멍일수록 안정성도 떨어진다.
혈관은 혈액이 흐르는 통로일 뿐 아니라 혈류의 압력 등 흐름 패턴을 전반적으로 조절한다. 구멍을 막는 기술은 단순한 지혈을 넘어 건강한 혈류 유지와 혈관 구조 안정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연구팀은 혈관 외부에서 구멍을 물리적으로 막을 수 있는 동시에 내부에서는 혈류를 조절해 지혈을 촉진하는 '혈관벽플러그(vascular wall plug, VWP)'를 개발했다.
이번에 개발한 장치에는 형상기억고분자를 이용했다.
형상기억고분자는 체온에서 스스로 혈관 구멍을 감싸며 펼쳐져 강하게 밀봉한다. 구멍에 맞게 고정되기 때문에 의료진의 숙련도가 부족하더라도 안정적인 시술이 가능하다.
또 구멍 속으로 들어가는 부분에는 곡선형 날개를 설치해 지혈을 촉진하게 만들었다. 혈소판들이 장치에 부딪히며 서로 엉겨 붙어 혈소판 마개를 빠르게 형성하는 원리다.
연구팀은 돼지의 흉부 대동맥에 낸 6mm 크기의 큰 구멍에 혈관벽플러그를 설치해 효과를 분석했다. 시술 한달 뒤 확인한 조직검사 결과 혈관 조직 재생 정도가 기존 실로 꿰매는 봉합과 유사한 수준을 보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에 개발한 기기는 단순히 구멍을 물리적으로 틀어막는 것에서 벗어나 우리 몸의 생체 반응인 혈소판 응집을 기술적으로 유도해 지혈 효율을 높인다. 또 지혈기구의 효과를 실제 사람의 대퇴동맥을 모사한 대형 동물실험을 통해 혈관을 실로 꿰매는 수술 방식과 지혈 효과와 조직학적 혈관 회복에도 차이가 없음을 확인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최경철 교수팀은 최근 홍콩과학기술대 윤치 교수팀과 함께 천(직물)처럼 유연한 소재의 '근적외선(NIR) OLED'를 모자 안쪽에 넣어 광원이 두피 굴곡에 맞춰 자연스럽게 밀착되도록 설계, 광 자극이 두피 전반에 균일하게 전달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탈모 치료용 광기기는 딱딱하고 무거운 헬멧형 구조로 제작돼 사용 환경이 실내로 제한된다.
또 발광다이오드(LED)나 레이저 기반 점광원(작은 점에서 빛을 냄) 방식을 사용해 두피 전체에 균일한 광조사를 구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넓은 면 전체에서 고르게 빛을 방출하는 면 발광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탈모 치료에 적용했다.
연구팀은 탈모 진행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는 모낭 세포 노화 억제에도 주목했다.
빛의 색에 따라 세포 반응이 달라진다는 점에 착안해 디스플레이용 OLED에 사용되던 파장 제어 기술을 치료 목적에 맞게 적용했다.
이를 통해 모낭 맨 아래에 위치해 모발 성장을 조절하는 핵심 세포인 '모유두세포' 활성에 최적인 730∼740㎚ 대역의 근적외선만을 선택적으로 방출하는 맞춤형 OLED를 구현했다.
인간 모유두세포(hDPCs)를 이용해 실험한 결과, 개발된 근적외선 OLED는 대조군 대비 약 92% 수준의 세포 노화 억제 효과가 확인됐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얇고 유연해 두피 곡면에 밀착할 수 있는 OLED는 두피 전체에 균일한 빛 자극을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에 향후 전임상 연구를 통해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하고 실제 치료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단계적으로 확인할 계획이다.
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박철호·유태현 교수팀은 최근 손가락 끝을 가볍게 찔러 나온 소량의 모세혈을 일회용 검사지에 떨어뜨려 수십 초 안에 칼륨 수치를 측정하는 검사기기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혈중 칼륨 농도가 정상보다 높은 상태를 말하는 고칼륨혈증은 만성콩팥병 환자에게 치명적인 부정맥과 심정지를 유발할 수 있어 꾸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지금까지 칼륨 측정은 병원을 방문해 정맥혈을 채혈하고 대형 장비로 분석해야만 가능했기 때문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당뇨 환자가 집에서 쉽게 사용 가능한 혈당계처럼 칼륨을 언제 어디서나 스스로 짧은 시간 안에 재는 것은 기술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연구팀은 혈당측정기와 비슷한 이 검사도구를 말기콩팥병으로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 40명을 대상으로 유효성을 확인했다.
손끝 모세혈에서 얻은 수치는 병원 대형 장비로 측정한 정맥혈 수치와 거의 동일하게 나타날 정도로 우수한 정확성을 보였다. 또 여러 차례 반복 측정에서도 오차가 5% 미만으로 유지돼 높은 재현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환자들이 병원에 오지 않아도 집·직장·여행지 어디서나 직접 칼륨을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으로 고칼륨혈증의 위험을 조기에 감지해 응급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연구팀은 병원 정맥혈 검사가 절대 기준으로 여겨지던 칼륨 측정에서 모세혈만으로 임상적 신뢰성을 확보한 것이 세계 최초로 고령화와 당뇨병 증가로 만성콩팥병 환자의 수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신장환자의 자가 관리를 위해 매우 유용한 기기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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