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셔널 로보택시가 라스베이거스 스트립을 주행하는 장면. [현대차그룹 유튜브 영상 캡처]
글로벌 완성차 업계에서 자율주행 상용화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자율주행 분야에서의 후발 주자 위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며 중장기 추격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일반 양산차와 로보택시를 분리한 ‘투트랙 전략’을 통해 기술 격차를 좁히겠다는 구상이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말 공개 행사에서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이 늦은 편”이라며 “중국 업체와 테슬라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에서 모셔널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격차는 조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글로벌 선두권 대비 기술·상용화 속도에서 뒤처져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인정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나이스신평 “상용화 타임라인 3~4년 시차”
최근 나이스신용평가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일반 대중 차량 대상 자율주행 상용화 시점은 2027년 하반기로 제시됐다. 이는 테슬라와 중국 샤오펑 등 선두 업체들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진입한 E2E(End-to-End) 기반 자율주행 기술과 비교해 약 3~4년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또 자율주행 기술이 단기적으로 자동차 판매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규제 환경, 책임 소재, 가격 접근성 등이 여전히 대중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이오닉 5 기반 로보택시. [현대차]
포티투닷·모셔널 ‘이중 축’...내재화와 실증 병행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개발은 국내 포티투닷(42dot)과 미국 합작사 모셔널(Motional)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포티투닷은 E2E 기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내재화를 담당하고 있으며, 현대차그룹은 이 회사에 누적 1조5000억 원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앱티브와 설립한 모셔널을 통해 로보택시용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 왔으나, 최근 앱티브의 추가 투자 중단 이후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다. 모셔널이 계획했던 무인 로보택시 상용화 일정도 당초 계획보다 조정된 상태다.
한편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중국 샤오펑의 자율주행 기술과 협업 필요성이 보고된 정황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샤오펑의 자율주행 기술을 가져다쓰자는 보고에, 정의선 회장이 격노했다는 내용이다.
“자율주행은 SDV 전환의 일부”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을 단기적인 판매 촉진 수단이 아니라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전환의 핵심 요소로 보고 있다. 일반 양산차에서는 레벨2+ 고도화를 통해 운전자 보조 기능 경쟁력을 높이고, 중장기적으로 레벨3 이상 자율주행 기술 확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이 공개적으로 ‘늦었다’고 인정한 배경에는, 기술 과시보다 검증과 규제, 책임 구조를 고려한 현실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의선 회장의 자율주행 전략은 선두 업체와의 속도 경쟁보다는 내재화·검증·단계적 상용화에 방점이 찍혀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3~4년의 시차가 존재한다는 평가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을 미래 모빌리티 체질 전환의 핵심 기술로 규정하고 중장기 추격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두 아폴로 고(Apollo Go) 로보택시.
글로벌 경쟁사들은...
현대차그룹 외 글로벌 업체들은 상용화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오는 2월 14일 이후 FSD(Full Self-Driving)를 월 구독 방식으로만 제공하겠다고 직접 밝혔다. 이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일회성 판매가 아닌 지속 수익 모델로 전환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다만 FSD는 여전히 운전자 책임이 남아 있는 단계다.
로빈 리 바이두 CEO는 로보택시 서비스 아폴로 고(Apollo Go)를 중국 여러 도시에서 운영 중이며, 독일·영국 등 유럽 진출 계획을 공식화했다. 바이두는 개인 차량이 아닌 공공 이동 서비스 중심으로 자율주행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테케드라 마와카나가 이끄는 웨이모가 미국 다수 도시에서 레벨4 로보택시를 상업 운행하고 있다. 웨이모는 고정밀 지도와 제한 구역을 전제로, 운전자 책임이 없는 완전자율주행 실증을 도시 단위로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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