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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60 “상권 장악하고 자산 굴린다”…패션기업은 지금 부동산에 진심 - - 글로벌 럭셔리기업부터 패션플랫폼까지 ‘핵심지역 생태계’ 노려 - - 플래그십은 랜드마크, 사옥은 투자자산…부동산 수익 모델 재편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2-03 12: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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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크고 상징적인 공간을 확보하려는 패션업계 부동산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전략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우선 상권 중심부를 매입하거나 장기적으로 통제해 브랜드가 그 지역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보유 자산을 지분 매각, 합작법인, 부동산투자신탁이나 펀드 구조로 재편해 현금을 확보하고 재무 체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무신사는 성수에서 서울숲 권역까지 자사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사진=민은주 기자


핵심 상권 부동산 매입으로 ‘자사 생태계’ 구축

‘성수(무신사)’ 지하철 역명이 상징하듯, 무신사는 성수동 상권 자체를 자사 생태계로 조성하는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이미 본사를 포함해 무신사 스토어, 무신사 스탠다스, 무신사 스페이스, 무신사 엠프티 등 10여 개의 공간을 운영 중이며, 최근에는 성동구와 함께 서울숲 일대를 K패션 중심의 특화 거리로 조성하는 ‘서울숲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무신사는 100억 원 이상을 투입해 서울숲 아틀리에길 일대 공실 상가 20여 곳을 사전 매입·임차하고, 이를 입점 중소 브랜드에 저렴하게 공급하는 방식으로 상권을 부활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한 지역의 여러 부동산을 확보해 상권 영향력을 키우는 전략은 특히 럭셔리업계에서 두드러진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LVMH가 2023년부터 파리 샹젤리제 지역 대형 부동산을 연속 매입해 플래그십 스토어부터 레스토랑, 호텔까지 자사 브랜드로 구성된 럭셔리 거리를 조성한 것이다. 샤넬 역시 파리 42 애비뉴 몽테뉴와 파리 23 루 깜봉 건물을 연달아 매입하며 브랜드의 상징성을 강화했다.

루이비통은 중국 베이징에서 상징적인 대형 플래그십을 개장하며 소비 회복 국면을 선점하고 있다. 사진=루이비통


‘랜드마크형 플래그십’으로 브랜드 존재감 확대

상권 전체를 통제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상징적인 플래그십을 통해 핵심 거점을 장악하고 브랜드 영향력을 강화하는 전략이 유효하다.

루이비통은 최근 베이징 산리툰에 대형 플래그십 ‘메종 루이비통 산리툰’을 공개했다. 중국 럭셔리 시장이 성장 둔화와 회복 기대가 교차하는 상황에서 매장 수를 늘리는 대신 ‘상권 내 상징성’으로 승부를 건 셈이다. 프라다 그룹 역시 지난해 런던 뉴 본드 스트리트의 미우미우 플래그십이 입점한 건물을 매입하며 상권 장악에 나선 바 있다.

국내에서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부동산을 매출 성장이 아니라 콘텐츠·전시·체험을 위한 물리적 무대로 활용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지난해 본사뿐 아니라 젠틀몬스터, 탬버린즈, 누데이크 등 산하 레이블이 통합된 신사옥 겸 복합 리테일 허브 ‘하우스 노웨어 서울’을 성수동에 선보였다. 성수동 핵심 지역에서 약간 벗어난 위치이지만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체류형 콘셉트 스토어로 설계하며 인근 상권을 부스팅하는 랜드마크 역할을 해내고 있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성수동에 브랜드 철학을 콘텐츠로 보여주는 ‘하우스 노웨어 서울’을 운영한다. 사진=민은주 기자


부동산 헤지로 패션업계 경기 민감성 방어

패션기업 부동산 전략의 또 다른 축은 경기변동 완충 및 자산운영이다. 케링은 지난 12월 핵심 자산인 뉴욕 715–717 피프티 애비뉴 부동산을 아르디앙에 60% 매각하고 40%를 보유하는 합작사를 설립해 지분을 유지하면서도 자금을 회수했다. 해당 자산의 가치가 약 9억 달러로 평가됐고 케링은 6억 9000만 달러를 확보해 실적악화 속 유동성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시켰다.

LF는 2019년 부동산 금융계열사인 코람코자산신탁을 인수한 후 지분율을 67%까지 확대하며  패션업계의 경기 민감성을 완화하고 수익 기반을 다각화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LF의 매출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여전히 패션 부문이 약 86.5%를 차지하나 패션업황 둔화와 장기 침체 속에서 부동산 금융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증가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4년 LF 전체 영업이익 중 부동산금융부문이 기여한 비중은 약 절반에 가깝다. 동시에 리츠·부동산PF 부진으로 코람코자산신탁이 적자를 기록하며 LF 실적 변동성이 커진 점도 지적된다.

영원무역은 지난해 하반기 임시주총에서 ‘부동산개발업’을 신규 사업목적에 추가하며 강북구 번동에 보유한 ‘영원등산문화센터’를 오피스텔로 개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영원무역은 명동 빌딩·만리동 사옥·이천 물류센터 등 주요 부동산을 직접 보유하고 있으며, 기존 자산의 용도전환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률 실현을 노리고 있다.

부동산, 브랜드의 새로운 권력이자 리스크

패션기업은 상황에 따라 다양한 부동산 전략을 선택하고 있다. 코어 입지를 소유하고, 비핵심 매장은 임차로 운용하며, 필요할 때는 합작이나 유동화로 재무 구조를 조정한다. 이처럼 전략이 정교해질수록 리스크의 성격도 다각화된다.

먼저 금리와 자본환원률 리스크가 있다. 금리가 오르면 평가가치가 하락하고, 차입 비용이 증가한다. 사옥이나 오피스 자산을 매입한 기업은 경기 사이클의 영향을 직접 받는다. 또한 상권은 영원하지 않다. 트렌드가 이동하고 유동 인구가 줄어들어 공실이 발생하면 부동산은 자산이 아니라 비용 블랙홀이 된다. 매입은 장기적으로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지만, 성장 투자에 투입할 자본을 묶어둘 위험이 있다. 젠트리피케이션과 사회적 역풍 역시 위험요소다.

무엇보다 부동산이 본업을 잠식하는 상황을 주의해야 한다. 패션기업이 자산운용에 깊이 들어갈수록, 단기적으로는 재무적 안정성을 얻을 수 있으나 본업 경쟁력이 약화되면 부동산만 남는 구조가 될 수 있다. 결국 핵심은 부동산이 브랜드·상품·고객 경험이라는 본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Tag#패션#부동산#성수#무신사#아이아이컴바인드#젠틀몬스터#루이비통#LVMH#케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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