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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2-02 15:5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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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연 재외기자


2012년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 법정의 공기는 차가웠다. 삼성전자가 애플에 10억 5000만 달러(약 1조 5000억 원)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을 때, 세상은 이를 ‘카피캣(Copycat·모방꾼)의 패배’라 불렀다.

애플 창시자 스티브 잡스는 살아 생전 “안드로이드는 도둑질한 제품”이라며 핵전쟁까지 불사하겠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당시 대학가에서 삼성 갤럭시 폰을 꺼내는 건 묘하게 주눅 드는 일이었다. ‘아재폰’이라는 낙인은 주홍글씨처럼 선명했다.

혁신으로 돌아선 삼성, ‘모방’을 넘어 ‘선도 기업’으로

영원할 것 같던 ‘아이폰 천하’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건 삼성이 애플의 뒤를 쫓기를 포기하고 ‘자기만의 길’을 가기로 한 순간부터다. 2016년 갤럭시 노트 7의 폭발 사고로 6조 원의 손실을 보고 벼랑 끝에 섰던 삼성은 2019년, 화면을 반으로 접는 ‘갤럭시 폴드’를 들고 나왔다. 12년째 ‘네모난 판때기’ 디자인을 고수하던 애플이 당황하는 사이, 삼성은 폴더블 시장의 80%를 집어삼켰다.

반전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예쁘기만 한 줄 알았던 ‘Z플립’은 ‘폰 꾸미기’ 열풍을 일으키며 MZ세대의 마음을 돌려놓았다. 2024년에는 구글과 손잡고 실시간 통역이 가능한 ‘AI 폰’ 시대를 먼저 열었다. 반면 혁신의 아이콘이라던 애플은 10년 넘게 공들인 애플카 프로젝트를 폐기하고, AI 비서 ‘시리’의 진화마저 뒤처지며 “애플이 예전 같지 않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시장의 영원한 승자는 없다

더욱 흥미로운 건 애플이 아이폰을 많이 팔수록 삼성의 주머니가 두둑해지는 묘한 공생 구조다. 아이폰 17의 두뇌인 메모리 반도체와 눈인 OLED 패널은 사실상 삼성이 만든다. 하물며 애플이 준비 중인 폴더블폰 역시 삼성의 디스플레이 없이는 세상의 빛을 보기 어렵다. 아류라 조롱받던 존재가 이제는 원조의 심장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시장의 영원한 승자는 없다. 노키아와 블랙베리가 그랬듯, 한때 세계를 지배했던 스마트폰 혁신의 아이콘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쇠락할 수 있다. 노키아는 2000년대 초반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며 ‘혁신의 대명사’로 불렸지만, 터치스크린과 앱 중심의 스마트폰 시대를 지나치게 늦게 받아들이면서 시장 점유율이 급락했다. 블랙베리 역시 물리 키보드와 보안 중심의 스마트폰으로 기업 시장을 장악했지만, 소비자 경험 혁신을 외면한 채 애플과 안드로이드에 밀리면서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는 15만 원대에 안착하며 시가총액 10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13년 전 법정에서 고개를 숙였던 삼성이 이제는 자본시장에서도 압도적 가치를 입증한 셈이다. “부품은 삼성이 만들고 돈은 애플이 번다”던 비아냥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일 뿐이다. 한때 ‘카피캣’으로 불렸던 아류의 반란치고는, 이만큼 통쾌하고 묵직한 역전극도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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