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 대한상공회의소
2026년 유통시장의 핵심 경쟁력은 ‘잘 파는 것’이 아니라 ‘잘 연결(Connect)하는 것’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2일 유통 전문가 분석을 담은 ‘2026 유통시장 소비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하고, 올해 유통시장을 관통할 성장 키워드로 ‘C.O.N.N.E.C.T’를 제시했다.
대한상의는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와 업계 간 경계가 무너지는 무한 경쟁 속에서 유통이 단순히 덩치를 키워 성장하는 단계는 지났다고 진단했다. 앞으로는 고객과 매장, 인공지능(AI)과 경험을 얼마나 정교하게 연결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키워드 선정에 참여한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전 유통학회장)는 유통이 “물건을 파는 단계를 넘어 흩어진 기술과 공간을 유기적으로 엮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연결의 경쟁’이 됐다”고 분석했다.
① 더 많이 파는 시대에서 ‘더 오래 쓰는’ 순환경제로
보고서는 2026년 유통 트렌드의 첫 번째 키워드로 ‘C(Circular Economy)’를 제시했다. 유통 경쟁력이 ‘더 많이 파는 능력’에서 ‘더 오래 쓰는 친환경’으로 이동하면서, 환경 규범을 비즈니스에 녹여내는 것이 미래 시장 주도권이 될 수 있다는 관점이다.
실제로 일부 국내 패션기업과 백화점은 판매했던 옷을 직접 매입해 재판매하는 서비스를 도입해 자원순환과 탄소배출 저감을 추진하는 동시에 MZ세대의 가치소비를 공략하고 있다. 또 수출기업들은 유럽의 디지털 제품 여권(DPP) 도입 등 글로벌 환경 규범에 맞춰 생산부터 유통, 재활용까지 관리하는 지지속가능 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② 동네 매장을 최첨단 배송기지로... ‘옴니허브’가 표준이 된다
두 번째 키워드인 ‘O(Omni-hub)’는 오프라인 점포의 역할 변화에 주목한다. 보고서는 “매장은 이제 물건을 파는 곳이자 가장 가까운 배송기지”라며, 집 근처 매장을 물류거점으로 활용하는 옴니허브 전략이 유통업계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형마트들은 매장 안에 작은 물류센터를 구축해 주문 즉시 상품을 출고하며 배송 시간과 비용을 낮추고, 편의점과 SSM(동네 슈퍼)도 배달 플랫폼과 손잡고 ‘집 앞 배송’ 거점으로 변신 중이라는 설명이다. 점포가 단순 유지비가 드는 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자산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③ K-컬처로 유통의 ‘글로벌 영토’ 확장
세 번째 키워드 ‘N(New Market)’은 내수 한계를 넘어서는 전략이다. 보고서는 K-컬처를 기반으로 글로벌 영토를 확장하는 것이 유통산업의 새로운 성장 전략이 되고 있다고 봤다. 단순히 상품을 수출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형 쇼핑 플랫폼과 문화 자체를 함께 수출하는 흐름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례로 국내 한 대형 유통사는 베트남 하노이에 쇼핑과 문화시설이 결합된 한국형 복합몰을 이식했으며, 대표적인 H&B(Health & Beauty) 유통사는 K-뷰티와 건강기능식품을 한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독보적인 콘텐츠를 앞세워, 온라인 플랫폼만으로 150여 개국에 직접 판매하며 디지털 영토 확장의 이정표를 세우고 있다.
④ ‘반값 생필품’과 ‘하이엔드 취미’... 소비자의 두 얼굴
네 번째 키워드 ‘N(New Value)’은 소비 양극화에 대응하는 전략이다. 보고서는 “소비자는 짠돌이면서 동시에 큰손”이라며, 유통의 승패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소비자 니즈에 얼마나 정교하게 대응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편의점은 라면·달걀 같은 생필품을 대형마트보다 싸게 내놓는 동시에, 수십만원대 프리미엄 위스키나 한정판 디저트를 진열해 고가 소비를 이끌고 있다. 대형마트 역시 ‘반값 치킨’ ‘통큰 세일’로 실속파를 공략하면서, 고급 식료품관과 고가 가전 매장을 강화하는 등 투트랙 전략이 확산되고 있다.
⑤ 매장은 ‘물건’이 아니라 ‘시간’을 판다
다섯 번째 키워드 ‘E(Experience)’는 오프라인의 재정의다. 보고서는 “오프라인 매장은 이제 물건이 아닌 시간을 파는 곳”이라며, 고객이 매장에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가 유통 경쟁력의 척도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성수동 편의점이 인기 캐릭터 팝업스토어로 변신해 ‘캐릭터 놀이터’로 자리 잡은 사례, 강남 대형 백화점이 대규모 식품관과 예술 작품을 결합해 놀이공원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사례를 들 수 있다. 체류 시간이 길어질수록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⑥ ‘백 명 손님’보다 ‘한 명 찐팬’... LTV 중심의 관계경영
여섯 번째 키워드 ‘C(Customer LTV)’는 단골과 팬덤에 초점을 맞춘다. 보고서는 유통 매출의 상당 부분이 소수의 충성 고객에서 발생하는 만큼, 고객의 생애가치(LTV)를 관리하는 ‘관계경영’이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백화점 업계는 2030 전용 VIP 라운지와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미래 큰손을 선점하고, 온라인 유통사들도 할인 경쟁을 넘어 요리교실·한정판 굿즈 등 취향 기반 서비스로 팬덤을 구축하고 있다.
⑦ AI 추천, ‘검색’ 대신 ‘즐거운 발견’으로... 쇼핑 비서 시대
마지막 키워드 ‘T(Tech)’는 AI 개인화다. 보고서는 유통이 고객이 원하는 물건을 직접 찾는 방식에서, AI가 먼저 제안하는 방식으로 진화 중이라고 짚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은 전체 매출의 30% 이상을 AI 추천으로 창출할 만큼 개인화 엔진을 가동하고 있으며, 네이버도 검색 없이 취향에 맞는 상품을 제안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AI는 쇼핑을‘목적형 검색’에서 ‘즐거운 발견’으로 바꾸며 고객의 선택 스트레스를 낮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희원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국내외 성공사례는 유통의 미래가 이미 연결형 모델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CONNECT 전략’을 얼마나 빠르고 현실적으로 실행하느냐가 미래 유통산업의 생존을 가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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