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1차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사업 1차 평가에서 업스테이지·SK텔레콤·LG AI연구원 3곳이 선정되고, 네이버클라우드·NC AI는 탈락하면서 국내 AI 업계 판이 크게 흔들렸다. 당초 4개 팀을 뽑고 1개 팀만 탈락시키려던 구상이었지만, 최종 결과는 2개 팀 탈락으로 바뀌었다. 정부는 다만 추가 1개 정예팀을 뽑는 ‘패자부활전’을 추진해 올해 상반기 안에 4개 팀 경쟁체제를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평가 결과는 단순한 ‘성능 경쟁’이 아니라, 독자성(원천·자립성)과 정책 기준 충족 여부가 시장 판도를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능만으로는 부족”...정부가 본 ‘4대 평가 축’이 갈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번 1차 평가에서 ▲AI 벤치마크(수량화된 기술 척도) ▲전문가 평가 ▲사용자 평가를 진행하고, 모델 성능·현장 활용 가능성·비용 효율성·국내외 AI 생태계 파급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즉, 단순히 “점수 높은 모델”을 뽑는 방식이 아니라,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지, 그리고 국가 프로젝트로서 지속 가능한 비용 구조인지, 나아가 국내 AI 생태계에 어떤 파급을 만들 수 있는지가 동시에 평가 대상이 됐다.
특히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은 ‘기술력’만이 아니라 컴퓨팅·데이터·운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체력이 성패를 가르는 산업이다. 정부가 이번 평가에서 모델 크기 등 비용 효율성을 별도 기준으로 명시한 것은, “큰 모델=무조건 우수”라는 공식에서 벗어나 성과 대비 비용을 따지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LG AI연구원 ‘압도적 최고점’...벤치마크·전문가·사용자 3관왕
1차 평가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LG AI연구원의 ‘전 항목 최고점’이다.
LG AI연구원은 벤치마크 평가 40점 만점 중 33.6점, 전문가 평가 35점 만점 중 31.6점, 사용자 평가 25점 만점 중 25.0점을 각각 기록하며 세 평가에서 모두 최고점을 받았다.
이 결과는 정부가 요구한 핵심 기준 중 하나인 “현장 활용 가능성”에서 LG AI연구원이 강점을 보였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사용자 평가 만점은 단순히 연구 성능을 넘어, 실제 사용 경험에서 체감 품질이 높았음을 시사한다.
네이버클라우드 탈락...“독자성 기준 미충족”
이번 1차 평가의 최대 이변은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의 탈락이다.
종합 점수만 놓고 보면 LG AI연구원, 네이버클라우드, SK텔레콤, 업스테이지가 4개 팀에 포함됐지만, 최종 선정 과정에서 기술·정책·윤리적 측면 평가가 작동했다.
과기정통부는 네이버클라우드 정예팀 모델이 중국 ‘큐웬(Qwen)’ 모델의 인코더·가중치를 사용해 논란이 된 점과 관련해, 독자성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평가위원들도 독자성 한계를 문제로 제기했으며,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이번 결과는 정부 사업의 본질이 단순한 ‘AI 개발 지원’이 아니라 국가 대표급 독자 모델 확보라는 점을 재확인한 사례다. 성능이 일정 수준 이상이더라도, 원천 구조가 외부 모델 의존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면 탈락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업스테이지·SKT 통과...민간의 ‘실전형 AI’ 경쟁력 부각
업스테이지와 SK텔레콤이 1차 관문을 통과한 점도 주목된다.
업스테이지는 국내 AI 스타트업 중에서도 기업용 AI 적용 경험과 모델 상용화 역량을 강조해온 곳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통과는 “대기업 중심 경쟁” 구도가 아니라, 실전형 기술력과 민첩한 실행력이 있으면 정예팀에 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줬다.
SK텔레콤은 통신 기반 인프라 기업으로서 AI 모델 경쟁에서 중요한 요소인 대규모 서비스 운영 경험, 데이터·컴퓨팅 기반, 산업 적용 확장성 측면에서 강점을 인정받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가 “현장 활용 가능성”과 “파급 효과”를 평가 요소로 명시한 만큼, 서비스 실증과 확산 가능성이 강점으로 작용했을 여지가 크다.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이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 1차 발표회에서 LG AI연구원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NC AI 탈락...‘정예팀’ 경쟁이 연구 성과만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
NC AI의 탈락은 “AI 모델 경쟁이 곧바로 게임·콘텐츠 기업의 승리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평가는 성능뿐 아니라 비용 효율성, 활용 가능성, 생태계 파급까지 동시에 보는 구조였다.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는 단기 시연이 아니라, 향후 국가 차원의 대표 모델로 확장·고도화되는 과정이 전제돼 있다.
따라서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히 “기술을 만들 수 있다”를 넘어, 지속 가능한 운영 체계와 공공 프로젝트 요건을 충족하는 거버넌스까지 포함해 경쟁해야 하는 무대가 됐다.
‘패자부활전’ 추진...4개 팀 체제는 유지한다
정부는 이번 1차 평가에서 당초 4개 팀 선정 계획을 수정해 3개 팀만 뽑았지만, 추가로 1개 정예팀을 선정하는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상은 이번에 탈락한 네이버클라우드·NC AI 컨소시엄뿐 아니라, 5대 정예팀 선정 당시 탈락했던 컨소시엄까지 포함된다. 추가 선정 팀에는 컴퓨팅·데이터 자원, 그리고 ‘K-AI 기업’ 명칭 사용 등이 보장된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 안으로 4개 정예팀 경쟁 체제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독자 AI는 기술이 아니라 ‘국가 조건’”
이번 1차 평가가 국내 AI 업계에 던진 메시지는, 첫째, 독자성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 됐다. 글로벌 오픈소스·외부 모델 활용이 보편화된 환경에서도, 국가 대표 사업에서는 원천 구조와 의존성 논란이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둘째,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은 ‘성능’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정부가 평가 요소로 명시한 것처럼, 현장 활용성과 비용 효율성이 동시에 요구되는 ‘산업형 AI’ 경쟁으로 재편되고 있다.
셋째, “대기업 독주”가 아니라 스타트업과 통신·제조 기반 기업이 함께 경쟁하는 다극 체제가 현실화됐다. 정예팀 선정은 향후 컴퓨팅·데이터 지원과 ‘K-AI 기업’ 브랜딩을 동반하는 만큼, 국내 AI 시장의 투자·인재·파트너십 흐름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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