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샌프란시스코 페리빌딩 인근 수변공원에 설치됐을 당시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조형물'. 철거 전 모습이다. [출처=San Francisco Arts Commission]

김한일 샌프란시스코&베이지역 한인회장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설치됐던 조형물이 철거된 뒤 6년째 창고에 보관돼 있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관리 책임과 복원 비용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조형물은 1882년 체결된 조미수호통상조약을 기념하기 위해 한미수교 100주년이던 1982년 제작·설치된 공공 조형물이다. 한국 조각가 최만린(Man Lin Choi)의 작품으로, 한미 관계 100년의 흐름과 발전을 상징하는 의미를 담아 제작됐다.
조형물은 1982년 당시 샌프란시스코 시의 승인 절차를 거쳐, 페리빌딩 인근 수변 공원(현 Sue Bierman Park 일대)에 설치됐다. 한미 외교 관계 10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물로서, 개인이나 특정 단체가 아닌 공공 외교·문화 기념물 성격을 띠고 설치된 것이 특징이다.
이후 조형물은 수십 년간 같은 장소에 존치되며, 미국 내에서 한미 우호 관계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공공 조형물 중 하나로 관리돼 왔다.
그러나 장기 설치 과정에서 낙서와 훼손 문제가 반복되면서 보수·정비 필요성이 제기됐고, 약 6년 전 샌프란시스코 페리빌딩 인근 공원에서 철거됐다. 철거 이후 조형물은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소재 창고에 보관돼 있으며, 현재까지 재설치되지 못한 상태다.
김한일 샌프란시스코&베이지역 한인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형물은 보수 후 다시 설치하는 것을 전제로 이동된 것이었지만, 이후 비용 문제로 절차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시 당국은 조형물을 다시 설치하기 위해 복원 및 행정 절차 비용으로 약 40만~45만 달러를 일시 납부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비용은 분할이 아닌 일시 납부 조건으로 제시됐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해당 금액은 개인이나 민간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국가 간 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설치된 조형물인 만큼 정부 차원의 책임 있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형물이 철거된 과정에 대해서도 논란이 제기된다. 김 회장은 “당시 박준용 총영사 재임 시기, 조형물을 ‘보수·정비해 다시 설치한다’는 취지로 공원에서 이동시켰으나, 이후 시 당국이 비용을 요구하면서 재설치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조형물을 이동하지 않고도 현장에서 세척·정비가 가능했음에도, 이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채 이전을 결정한 것이 문제의 출발점이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수교 100주년 기념 조형물' 명판. [출처=San Francisco Arts Commission]
조형물 처리 문제는 현재까지 책임 주체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김 회장은 “한국을 방문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 국회의원, 광복회, 지방자치단체 인사 등에게 문제를 전달했지만, 재정 부담과 외교적 성격을 이유로 적극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 대 국가 사안인데 지방자치단체가 나서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시각과, 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 등으로 인해 결정을 미루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한미수교 100주년이라는 상징성을 가진 조형물이 해외 창고에 수년간 방치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며, “더 늦기 전에 정리되지 않으면 동포사회에 부담으로 남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현재 회장 임기가 1년 정도 남은 상황에서 임기 내 문제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개인적 입장을 밝히며, 조속한 결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