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kf70 먹고 마시고 여행하라…환대하는 럭셔리의 시대 - - 럭셔리업계, F&B·호텔·여행 등 호스피탈리티 사업 확장 봇물 - - 경험적 소비 트렌드에 브랜드 지도 구축…적자·평판 리스크도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5-12-03 07:10:44
기사수정

지금 글로벌 럭셔리업계의 화두는 ‘런웨이’가 아닌 ‘호스피탈리티’다. 경기 둔화로 사치품 구매는 감소세에 들어선 반면, ‘경험적 소비’가 글로벌 트렌드로 떠오르며 여행·미식·웰니스 지출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KPMG, 베인앤컴퍼니 등 컨설팅업체 리포트에 따르면 향후 수년간 럭셔리 호텔·크루즈·웰니스 스파를 포함한 하이엔드 호스피탈리티 시장 성장세가 패션분야를 압도할 전망이다.

럭셔리 그룹 입장에서 호스피탈리티 사업은 효율적인 세계관 확장이다. 여행·미식 공간을 통해 고객과 접점을 365일로 늘리고, 브랜드 ‘라이프스타일’을 실제 공간과 서비스로 구현하며, 패션 매출 변동을 완화해 줄 장기·실물 자산 포트폴리오를 갖게 된다. 이제 럭셔리는 ‘명품을 파는 회사’를 넘어 ‘먹고 마시고 여행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진화를 꾀하고 있다.

루이 비통이 매장과 문화체험형 공간, 미식의 세계를 아우르는 ‘비저너리 저니 서울’을 선보인다. 사진=루이 비


통서울, 럭셔리 호스피탈리티 전쟁터가 되다

럭셔리업계의 글로벌 호스피탈리티 전략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무대는 서울이다. 루이 비통이 매장, 전시, 미식 경험을 한 공간에 결합한 ‘루이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을 29일 공개한다. 문화체험형 공간을 표방하고 나선 비저너리 저니에는 2025년 세계 최고의 페이스트리 셰프가 디렉팅한 ‘르 카페 루이 비통’과 장인 초콜릿 컬렉션을 경험할 수 있는 ‘르 쇼콜라 막심 프레데릭 앳 루이 비통’, 뉴욕 미쉐린 투 스타 셰프가 지휘하는 레스토랑 ‘제이피 앳 루이 비통’ 등이 자리한다. 이에 앞서 지난 9월 루이 비통은 청담동 메종 루이 비통 서울 4층에 ‘르 카페 루이 비통’을 공식 오픈한 바 있다.

구찌, 디올, 에르메스 등은 루이 비통보다 한발 먼저 서울 F&B의 포문을 열었다. 에르메스는 2006년  도산공원 메종 에르메스 지하에 ‘카페 마당’을 열고 플래그십과 전시 공간, 카페를 하나의 동선으로 묶어 ‘하루 종일 머무는 럭셔리 하우스’를 본격화했다. LVMH 계열 디올은 2015년 청담과 2022년 성수에서 ‘카페 디올’을 열고 자체 테이블웨어에 담긴 브런치·애프터눈 티를 유행시켰다. 패션 일러스트와 예술 작품으로 공간 전체를 브랜딩한 전형적인 ‘브랜드 카페’ 모델이다.

케링의 간판 브랜드 구치는 2022년 한남동 ‘구찌 가옥’에 ‘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를 열어 한남 상권에 파인 다이닝 열풍을 이끌었고, 2025년에는 청담 플래그십 5층으로 자리를 옮겨 서울판 구찌 오스테리아 2.0을 선보였다. 이는 피렌체·베벌리힐스·도쿄 긴자에 이어 네 번째 오스테리아로, 플래그십 스토어 상층부를 레스토랑으로 결합하는 구치의 글로벌 포맷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아직 패션 하우스 이름을 달고 직접 운영하는 호텔·리조트는 한국에 없지만, 카페·레스토랑·바를 중심으로 한 ‘라이트 호스피탈리티’는 이미 청담·한남·도산공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정착하고 있다. 한국 시장은 아시아 고객의 체류·소비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이자, 향후 브랜드 호텔·리조트 진출을 위한 전략 거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구찌는 이탈리아 미쉐린 3스타 셰프와 협업한 레스토랑 체인 ‘오스테리아’를 운영 중이다. 사진=구찌


LVMH vs 케링, 서로 다른 호스피탈리티 전략

LVMH는 현재 럭셔리 패션 그룹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은 호스피탈리티 포트폴리오를 가진 그룹으로 꼽힌다. 2019년 인수한 ‘벨몬드’는 2024년 기준 28개국에 47개 호텔·관광열차·리버크루즈·사파리 로지를 운영하는 글로벌 럭셔리 여행 플랫폼이다. 여기에 LVMH는 자체 럭셔리 호텔 브랜드인 ‘슈발 블랑’과 세느강 유람선, 프랑스 운하 바지선까지 보유하며 하이엔드 여행 네트워크를 구축한 상태다.

2024년에는 ‘아코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에 50% 지분을 투자해, 향후 2027년까지 100% 인수 옵션을 확보했다. 오리엔트 익스프레스는 로마·베네치아의 초럭셔리 호텔과 ‘코린티안·올림피안’이라는 세일링 요트, 그리고 새로 복원된 장거리 침대열차를 잇는 브랜드로 재구성되고 있다. LVMH는 이로써 벨몬드의 전통적인 호텔·열차 포트폴리오와 오리엔트 익스프레스의 새 여행 자산을 한 손에 쥐게 됐다.

루이 비통 브랜드 차원에서도 ‘컬리너리 커뮤니티’라는 이름 아래 세계 주요 도시에 카페와 레스토랑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오사카의 ‘르 카페 V’와 ‘스가라보 V’, 뉴욕 5번가의 ‘르 카페 루이 비통’, 방콕·밀라노 등에서 스타 셰프와 협업한 레스토랑을 확장하고 있으며, 이 네트워크는 2026년 파리 샹젤리제에 문을 열 첫 루이 비통 호텔과 함께 하나의 라이프스타일 생태계로 묶일 예정이다.

반면 케링은 아직 벨몬드나 오리엔트 익스프레스 같은 대형 호스피탈리티 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 대신 구찌 오스테리아처럼 브랜드 싱크와 스토리텔링에 초점을 맞춘 레스토랑·바를 통해, 상대적으로 ‘가볍지만 강렬한’ 경험을 설계한다. 피렌체·베벌리힐스·도쿄·서울 등에 문을 연 구찌 오스테리아는 미슐랭 스타를 받은 본격적인 파인다이닝으로 자리잡았고, ‘구찌 가든’과 칵테일 바 ‘자르디노 25’ 같은 복합 문화·미식 공간도 운영한다.

최근 케링 신임 CEO 루카 데 메오는 ‘하우스 오브 드림스’라는 신규 투자 유닛을 준비하고 있다. 이 조직은 인도 장인정신, 중국 문화 기반 럭셔리, 경험기술 등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웰니스·호스피탈리티 영역 브랜드에 장기 지분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찌 매출 의존도를 낮추면서, 웰빙과 경험을 새로운 럭셔리 축으로 키우겠다는 방향이 비교적 명확하다. 아직 호텔·열차·크루즈에 직접 뛰어들지는 않았지만, 지분 투자와 콜라보 방식으로 LVMH와는 다른 자산 경량형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불가리, 페라가모, 아르마니 등은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담긴 럭셔리 호텔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불가리


럭셔리브랜드 저마다의 행보와 ‘예외’ 리치몬트

LVMH·케링 외 주요 패션 하우스들도 저마다 방식으로 호스피탈리티를 키우고 있다. 프라다 그룹은 2014년 밀라노의 200년 전통 제과점 ‘파스티체리아 마르케시 182’를 인수한 이후, 밀라노 주요 쇼핑 거리와 런던 메이페어 등으로 매장을 확대했다. 마르케시는 프라다의 패션 라인과는 독립적인 브랜드로 운영되지만, 카페 팝업 등에서 프라다의 미학을 제과·브런치·칵테일 경험으로 번역하는 핵심 채널이 되고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2005년 ‘이마르’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아르마니 호텔앤리조트’ 브랜드를 론칭했다. 두바이 부르즈 할리파 하층부와 밀라노 비아 만초니의 아르마니 호텔은 룸 인테리어부터 레스토랑·바·스파까지 모두 아르마니 하우스가 직접 디자인한 전형적인 ‘패션 디자이너 호텔’ 사례다.

불가리는 ‘마리엇’과 합작한 불가리 호텔앤리조트를 통해 로마·런던·도쿄·두바이·상하이·발리 등 주요 도시의 럭셔리 호텔을 운영하며, 고급 레스토랑과 스파, 루프톱 바를 브랜드의 핵심 확장축으로 삼고 있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역시 가족 지주회사가 ‘룽가르노 컬렉션’을 통해 피렌체·로마 등에서 부티크 호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등, 이탈리아계 패션 하우스들은 비교적 일찍부터 호텔 사업에 나선 편이다.

반대로, 리치몬트는 ‘예외’에 속한다. 최신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리치몬트의 비즈니스 축은 여전히 까르띠에, 반클리프앤아펠 등 주얼리 메종과 럭셔리 시계 등에 집중돼 있으며, LVMH·불가리·아르마니처럼 호텔이나 리조트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까르띠에의 팝업 카페, IWC의 빅 파일럿 바, 피아제의 샴페인 라운지 등은 고급 백화점·호텔과 협업하는 형태로 종종 등장한다. 서울에서 IWC가 운영한 빅 파일럿 바 역시 커피 브랜드와의 협업 카페이자 브랜드 체험 공간으로, 워치 하우스의 호스피탈리티 진출이 자산 보유가 아닌 브랜드 마케팅 및 고객 관계 강화 성격에 가깝다는 점을 보여준다.

거침없는 F&B·호텔 사업 확장, 리스크도 ‘뚜렷’

럭셔리 패션 그룹들의 호스피탈리티 확장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루이 비통은 파리 샹젤리제에 첫 브랜드 호텔을 준비 중이며, 불가리 호텔은 마이애미·몰디브 등 휴양지로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랄프 로렌은 2028년 런던 메이페어에 새 폴로 바를 열며 레스토랑 포트폴리오를 글로벌로 넓힐 계획이다. 프라다·불가리·아르마니 등도 호텔·카페 라인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 같은 행보는 몇 가지 구조적 요인에서 기인한다. 고소득층·MZ 럭셔리 소비자의 지갑이 물건보다 ‘여행·미식·웰니스’로 이동 중이며, 호텔·레스토랑·크루즈는 브랜드 스토리와 헤리티지를 가장 설득력 있게 보여줄 수 있는 무대다. 재무적 측면에서도 호스피탈리티 자산은 초기 투자 부담이 크지만,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자산 가치를 제공해 럭셔리 제품 판매부진을 완충할 수 있다.

다만 위험요소도 만만치 않다. 여행·호텔 수요는 글로벌 경기와 지정학 리스크에 민감하다. 팬데믹, 전쟁, 항공료 급등 등 외부 변수는 고가 호텔·크루즈 수요에도 직접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또한 카페·팝업·레스토랑이 과잉 공급되면, 비싸기만 하고 어디든 비슷한 인스타용 카페로 인식될 위험이 있다. 메뉴·서비스·공간 기획이 진정성 없이 로고 중심으로만 전개될 경우 브랜드 희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F&B·호텔 사업은 본질적으로 마진이 낮고, 운영 난이도가 높은 업종이다. 패션 하우스가 브랜드 파워만 믿고 진입했다가는 적자와 평판 리스크를 동시에 떠안을 수 있다. 전문 인력과 운영 역량은 필수이며, 다양한 규제와 노동·환경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정교한 ESG 전략이 필요하다.

환대받는 경험으로 글로벌 브랜드 지도 구축

럭셔리의 미래는 패션·뷰티를 넘어 ‘먹고 마시고 여행하는 삶’ 전체로 향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글로벌 소비 환경 속에서 호스피탈리티 사업은 단순한 매출 다변화뿐 아니라 브랜드 세계관을 통째로 체험하는 무대이자, 충성 고객을 오랫동안 잡아두는 접점이 되기 때문이다. 향후 승부는 누가 더 많은 호텔·레스토랑을 여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일관된 미학과 매력적인 서비스로 ‘환대받는 경험 전체’를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Tag#럭셔리#호스피탈리티#LVMH#루이비통#케링#구찌#에르메스#불가리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new.kscn.co.kr/news/view.php?idx=10436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1,105. 월요편지 삶의 희로애락만큼 가을도 깊어갑니다.
  •  기사 이미지 ks06 다년간 지도경력 원장직강 (함수학4층, JYP영어2층)
  •  기사 이미지 1,104. 월요편지 가을도 삶도 아름답고 맛있게 익어갑니다.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