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리브영
올리브영의 기나긴 독주에 잠시 제동이 걸렸다. 다이소를 비롯해 패션 플랫폼·퀵커머스·편의점 등이 잇달아 뷰티 카테고리를 확장하면서, 국내 뷰티 유통 시장은 단일 채널 주도 흐름에서 다층적 경쟁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 소비자의 쇼핑 맥락이 세분화되며 구매 결정에 변수가 생긴것이다.
다이소
다이소가 불 붙인 새로운 뷰티 접점
다이소는 기초·색조 전반을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는 가격대와 빠른 회전율을 기반으로 Z세대의 실험적 소비를 끌어냈다. 유명 브랜드들이 전용 서브라인을 구축해 입점하면서 카테고리 확장 속도도 빨라졌다.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주요 뷰티 브랜드의 입점이 있다. 아성다이소의 화장품 카테고리 매출은 지난해 누적 기준 전년 대비 150% 증가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동국제약의 ‘마데카21 테카 솔루션 수딩 크림·토너’, 입큰의 ‘블러 팩트’, 그리고 '샤넬 저렴이'로 바이럴 됐던 손앤박의 ‘아티 스프레드 컬러 밤’, 클리오의 ‘트윙클 팝 무드 팔레트’ 등는 출시 직후 품절을 기록했다. 특히 VT와 협업한 ‘VT 리들샷 페이셜 부스팅 퍼스트 앰플’은 출시 열흘도 되지 않아 품절 사태를 일으켰다.
다이소는 제조사와의 직접 거래·대량 매입·간소화된 패키징 등으로 중간 마진과 비용을 낮춰 초저가 제품 출시가 가능했다. 그럼에도 이미 시장에서 판매 중인 브랜드가 이처럼 낮은 가격으로 입점하는 배경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다이소 뷰티
“상부상조 전략”... 브랜드가 선택한 영리한 투트랙
다이소 입점은 브랜드 입장에서 단순 가격 인하가 아니라 새로운 오프라인 접점을 확보해 소비자 반응을 즉시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Z세대를 중심으로 트렌드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서 다이소는 1020 소비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적인 창구가 되었다.
또한 브랜드들은 ‘가치 보호’를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다이소 전용 서브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이다. 클리오는 ‘트윙클 팝’으로, 에뛰드는 ‘플레이 101’으로, 투쿨포스쿨은 ‘TAG’로 그리고 머지와 딘토는 각각 ‘렛츠 웨어링’과 ‘프릴루드 딘토’등 으로 입점했다.
기존 쌓아오던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이미 형성된 가격대가 있는 브랜드 입장에서는 브랜드는 다이소의 균일가 정책이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다이소 전용 서브 브랜드를 별도 운영하며 기존 브랜드의 밸류는 유지하면서도, 가성비 시장의 이점은 얻어내는 투트랙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다.
더불어 소비자에게는 시도해보지 않은 새로운 컬러와 제형을 부담 없이 테스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이소 제품 리뷰에서 한 소비자는 “유명 제품이라도 내 피부톤에 맞는 컬러인지는 직접 사용해야 안다”, “몇몇 기초 제품은 패키지만 다르고 품질 차이는 거의 없어서 샘플을 구매해보는 느낌으로 샀다"고 밝혔다.
플랫폼 다변화… 패션·퀵커머스까지 뷰티 경쟁 가세
다이소의 급부상 이후 뷰티 시장은 다층적 경쟁 국면으로 들어섰다. 무신사, 지그재그, 마켓컬리 등 주요 플랫폼들이 적극적으로 뷰티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공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패션 플랫폼은 기존 고객 기반을 활용해 프로모션, 할인 쿠폰 등을 앞세워 신규 고객을 끌어오고 있다. 평균 가격대가 낮은 뷰티 제품 특성상, 의류 구매 시 쿠폰 적용을 위해 '장바구니'의 남은 금액을 뷰티 상품으로 채우는 소비 패턴도 나타난다.
마켓컬리는 기존 퀵커머스 역량을 활용한 ‘아침 7시 도착’ 배송 경쟁력을 뷰티 제품에도 적용하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편의점은 1020세대의 즉흥 구매 패턴에 맞춰 미니 사이즈·색조 중심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리브영
‘올리브영 천하’는 왜 무너지지 않는가
여러 플랫폼이 뷰티 경쟁을 확대하는 가운데서도 올리브영의 시장 지위는 독보적이다. 2023년 매출 3조 8,682억 원, 2024년 4조 7,935억 원으로 30% 이상 성장했고, 2025년 상반기에는 2조 7,000억 원을 기록해 연 매출 5조 원 돌파가 가시화되는 등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리브영은 H&B 스토어 중심으로 재편된 시장 흐름 속에서 오프라인 체험 기반 리테일과 O2O(Online to Offline) 구조를 결합하며 독보적인 경쟁력을 구축했다. 빠른 배송을 전면에 내세우는 온라인 플랫폼은 늘었지만, ‘직접 테스트 가능한 공간’이라는 차별점은 쉽게 대체되지 않는다.
올리브영은 소비자가 구매를 결정하기 직전까지 다양한 제품을 직접 테스트할 수 있는 오프라인 체험 기반의 리테일 구조를 갖추고 있다. 브랜드간 경계를 느끼기 어렵도록 구성된 매장 내 동선은 특정 제품을 사러 방문한 소비자가 인접한 다른 브랜드의 제품까지 자연스럽게 비교·체험을 하며 연속 구매로 이어지도록 설계되었다.
반면 다이소는 생활용품 중심의 매대구성으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하나의 뷰티 상품을 구매하러 매장에 방문을 해도 연속구매보다는 계획 구매에 머무르게 되는 경향이 높다.
두 채널의 구조적 차이는 소비자 행동 패턴을 근본적으로 다르게 만든다. 이 구조는 올리브영이 체류 시간과 구매 단가를 동시에 높일 수 있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한다.
퓌
Z세대가 만드는 새로운 브랜드 선택 기준
2010년대 이후 뷰티시장 트렌드는 럭셔리에서 로드샵을 거쳐 인디 브랜드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과거 럭셔리 브랜드와 로드샵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지금은 ‘롬앤’, ‘퓌’, ‘네이밍’ 같은 인디 브랜드가 핵심 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기존 럭셔리 브랜드의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오히려 오프라인 경험에서의 높은 진입장벽이 되었다. 반면 인디 브랜드들은 성수 팝업, 협업 제품, SNS 바이럴 등 접근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소비자 접점을 확장했다.
브랜드 이미지보다 개성·감각·퍼스널 컬러 등 개인 맞춤과 경험을 중시하는 Z세대의 소비 트렌드 변화로 확장된 컨텐츠 볼륨을 이용하는 스몰 브랜드가 더 이상 '단순 저가 브랜드'가 아닌 이유다.
올리브영은 인디 브랜드의 핵심 성장 무대중 하나로도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올리브영 입점이 '성공으로 향하는 필수 과정'으로 인식되면서 플랫폼 자체가 브랜드 인큐베이터로 기능하고있다. 이는 플랫폼이 단순 유통을 넘어 ‘트렌드 검증의 장’으로 작동하는 것을 보여준다.
경쟁의 기준은 ‘가격’이 아니라 ‘경험의 설계’로 이동한다
국내 뷰티 유통 시장은 이제 단일 강자가 이끄는 구조에서 벗어나, 채널별 역할이 세분화되는 다극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다이소는 가볍게 시도해 볼 수 있는 실험적 소비의 접점을 넓히며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췄고, 패션 플랫폼과 퀵커머스는 각자의 고객 기반과 문맥에 맞춘 뷰티 카테고리를 구축하며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냈다. 올리브영은 견고한 체험 기반 리테일 구조와 인디 브랜드 인큐베이팅 역량을 중심으로 여전히 시장의 중심축을 유지하고 있다.
소비자 행동은 더욱 세분화됐다. 하나의 브랜드가 모든 채널에 동일한 전략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고, 브랜드는 채널별 포지셔닝과 고객 여정에 맞춘 멀티채널 전략을 필수적으로 요구받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가격 경쟁을 넘어, 어떤 경험을 제공하고 어떤 가치로 소비자의 시간을 점유할 것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으로 이어진다.
앞으로 장기적인 시장의 승부는 ‘누가 더 싸게 파느냐’가 아니라, 어떤 채널이 더 빠르게 혁신을 지속하고, 브랜드가 어떤 경험을 설계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경쟁은 계속되지만, 그 기준은 이미 가격에서 경험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지금의 변화는 그저 유행이 아닌, 한국 뷰티 유통 시장의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재편의 시작점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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