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법 의료기기 수거
중국에서 밀반입한 무허가 의료기기를 국내에 유통해 수십억 원대의 이득을 챙긴 업자들이 적발되면서 불법 의료기기 시장의 심각성이 다시 한번 확인되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은 최근 레이저 수술기기 등 무허가 의료기기 5,280여 대를 전국 미용업소 등에 불법 공급한 혐의로 유통업자 A씨와 B씨를 구속 송치하고 관련 업자 5명을 불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2019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약 38억8500만 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제품을 중국에서 부품 형태로 위장 반입한 뒤 국내에서 조립하거나 전파법을 악용해 미용기기로 위장 등록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해왔다. 아울러 SNS의 24시간 자동 삭제 기능을 활용해 ‘게릴라식 세미나’를 홍보하는 등 온라인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수법까지 동원됐다.
이 같은 사례는 단속의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온라인 환경에서 불법 의료기기 광고가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예지 의원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의하면 2021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온라인에서 적발된 불법 의료기기 광고는 무려 1만 5,019건에 달한다. 2021년 2,705건이었던 적발 건수는 2023년 3,360건으로 42%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4,075건으로 21% 더 증가했다.
올해는 7월까지 이미 2,510건이 집계되며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월평균 적발 건수는 359건으로 2022년 월평균 161건과 비교하면 80% 이상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도메인을 바꾸거나 SNS 계정을 새로 만들어 불법 광고를 반복하는 이른바 ‘풍선효과’가 단속의 효율성을 크게 낮추고 있다고 지적한다. 온라인 플랫폼과 SNS,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무허가·허위 광고가 순식간에 재확산되며 소비자들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에 쉽게 노출된다.
정보 취득이 제한된 고령자나 환자, 장애인 등 취약계층은 이러한 광고에 더욱 취약해 피해 위험이 높다. 특정 질환이나 장애 개선 효과를 과장하는 광고는 심리적 혼란을 유발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경제적 지출까지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불법 유통과 광고는 해외직구 시장에서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식약처가 올해 3월부터 3개월간 해외직구 플랫폼을 대상으로 모니터링한 결과 총 1009건의 불법 의료기기 광고가 적발됐고 이 중 856건이 해외직구 제품이었다. 혈압계, 레이저 제모기, 점 제거 펜, 콘택트렌즈, 환자감시장치 등 다양한 제품이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받지 않은 상태에서 판매되고 있었으며 대한안경사협회 역시 식약처·녹색소비자연대와 함께 콘택트렌즈 해외직구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알렸다.
그러나 가장 심각한 문제는 현행 제도 내에서 불법 의료기기의 ‘수입 단계’를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식약처는 무허가 의료기기 단속을 위해 관세청의 수입신고 자료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행 의료기기법에는 식약처가 관세청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법적 근거가 없다. 이로 인해 무허가 제품이 국내로 유입되는 경로를 신속히 파악하거나 사전에 차단하는 데 뚜렷한 한계가 존재한다.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한 유통환경과 빠르게 진화하는 광고 기법에 비해 오프라인 중심으로 설계된 기존 관리 체계는 시대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국회에서 의료기기법 개정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은 온라인 불법 광고 문제와 수입 단속의 구조적 허점을 개선하기 위한 의료기기법 일부개정안 2건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는 식약처장이 관세청장에게 수입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조항과, 온라인 플랫폼과 SNS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 체계 구축 및 플랫폼 사업자에게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민간기관에 모니터링 업무를 위탁하고 관련 기술 개발과 자율규제 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
최 의원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직접 위협하는 불법 의료기기 유통과 허위 광고의 근절을 위해 단속 실효성과 온라인 관리 체계를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며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그는 이어 "제도가 정비되면 의료기기 시장의 투명성과 안전성이 보다 체계적으로 확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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