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은 유행보다 오래가야 하고, 유통은 그보다 더 멀리 내다봐야 한다. 쿠팡의 속도와 다이소의 가격이 세상을 바꿨지만, 그 어느 것도 사람의 온기를 대신할 수는 없다. 홍성열 마리오쇼핑 회장은 “가족이 함께 웃고 머무는 유통, 그것이 산업의 미래”라고 말한다. 그의 45년은 섬유와 패션, 그리고 유통의 한국사를 관통하는 시간이었다.
홍성열 회장은 요즘 일본을 자주 방문한다. 1~2년 내 새로운 비즈니스를 추진하기 위해서다. 그는 인터뷰 내내 사업내용을 밝히지는 않았다.
대담 | 권영설 발행인 겸 편집인
- 유통의 혁신이 섬유·패션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습니까.
“쿠팡과 다이소가 유통의 상징이 된 시대입니다. 무신사 등 온라인 기반의 효율 경쟁이 치열하지만, 유통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여전히 만나고, 체험하고, 공감하고 싶어합니다. 마리오는 그런 ‘머무는 유통’의 가치를 다시 세우려 합니다. 단순히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니라 소비자가 머물고 추억을 남기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이런 공간이 경쟁하며 혁신을 거듭할 수록 섬유패션산업 전체를 움직이는 새로운 경쟁력이 될 것입니다.”
- 디지털을 넘어 AI가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습니다.
“AI는 산업 전반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이 중심이 아니라 사람이 중심이어야 합니다. 섬유·패션·유통은 결국 사람이 입고 느끼고 공감하는 산업이죠. 기술은 인간의 감성을 돕는 수단입니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고객의 마음을 읽는 것은 결국 사람입니다. AI와 데이터는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는 데 적용하면서도, 그 중심에는 사람의 감성과 창의성이 있어야 합니다.”
- 평소 유통이 섬유·패션산업의 시작이란 주장도 자주 하시는 걸로 압니다.
“섬유패션 산업은 원사·원단·염색·가공·봉제·유통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구조입니다. 이 가치사슬이 조화를 이루어야 산업 전체가 건강하게 성장합니다. 유통은 그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유통이 강해야 생산이 지속되고 소비자와 브랜드가 연결됩니다. 특히 유통망은 소비자에게 패션 제품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마리오쇼핑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플랫폼 역할을 합니다. 브랜드의 재고 관리와 시장 대응을 돕고, 안정적인 유통망을 통해 섬유패션 산업 전체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입니다.”
- 다이소는 가격으로, 쿠팡은 편리성으로 승부합니다. 마리오는 뭐가 다른가요.
“유통은 결국 사람을 위한 산업입니다. 마리오에는 부부가 함께 오고, 부모님이 아이 손을 잡고 옵니다. 입학·졸업·생일 같은 날, 선물을 사러 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쿠팡은 혼자 주문하고, 다이소는 실속형 쇼핑이지만 마리오아울렛은 가족이 함께 와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 따뜻한 경험이 다시 고객을 부르는 힘입니다. 섬유패션산업이 지속되려면 이런 ‘사람, 즉 가족 중심의 유통’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 패션업체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섬유인이신데, 섬유와 유통은 무엇이 다르고 무엇이 같다고 보시는 지요.
“결국 본질은 같다고 봅니다. 1980년대 ‘까르뜨니트’를 운영하며 섬유산업의 현장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당시 수출 경쟁이 치열했지만 단가를 계속 낮추는 경쟁은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건 더 낮출 수 없다’는 순간 깨달았죠. 섬유·패션의 길은 가격이 아니라 가치와 품질에 있습니다. 유통도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히 싸게 파는 유통’이 아니라 ‘가치를 파는 유통’이 되어야 합니다. 그게 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키우는 길입니다.”
- ‘실러캔스(Coelacanth)’ 브랜드가 흥미롭습니다(홍 회장 사무실에는 그가 디자이너 한명과 지금도 ‘개발’하고 있다는 실러캔스 옷들이 세워져 있다).
“‘실러캔스’는 4억 년 전부터 존재해온 살아있는 화석어류에서 이름을 따왔습니다. 없어진 줄 알았던 생물이 살아 있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죠. 실러캔스는 지금도 10년을 내다보고 개발하고 있습니다. ‘까르뜨니트’를 만들 때 남아 있던 고급 원사들을 지금도 일부 사용하기도 합니다. 이 브랜드는 ‘변하지 않는 본질’을 상징합니다. 오래됐지만 가치 있는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진짜 품질과 감성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패션은 빠르게 변하지만 좋은 소재와 정직한 감성은 변하지 않습니다.”
- 마리오가 그리고 있는 ‘넥스트 버전’은 무엇입니까.
“유통은 계속 변화하지만 본질은 같습니다. 쿠팡이든 다이소든 결국 물건을 파는 게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입니다. 마리오는 거대한 복합몰을 지향하지 않습니다. 대신 사람 냄새 나는 공간, 지역과 함께 숨 쉬는 유통을 만들 겁니다.
패션이 팔리고 문화가 있고 휴식이 있고 추억이 생기는 곳을 의미합니다. 앞으로 마리오아울렛은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니라 ‘생활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플랫폼’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 섬유·패션상품을 판매하는 유통의 입장에서 이 업종의 경쟁력을 어떻게 보십니까.
“섬유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결국 유통 경쟁력에 달려 있습니다. 혁신적인 유통이 발전하면 섬유패션산업 전체가 성장합니다. 더현대서울, 성수동, 무신사 등 새로운 패션 생태계를 만든 것도 유통의 혁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속가능성과 ESG는 이제 필수입니다. 환경·윤리·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브랜드만이 살아남을 겁니다. 특히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옴니채널 유통은 섬유패션산업의 미래 성장 동력입니다. 소비자 모두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표현할 수 있도록 포용적이고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마리오’도 그 중심에 서고자 합니다.
- 초경쟁 시대의 유통 시장에서, 마리오만의 승부수는 무엇입니까.
“결국 쿠팡도 다이소도 스타필드도 각자가 보는 시장에 따른 다른 전략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만의 승부수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분명히 남들과 ‘다른’ 길이라는 점은 힌트로 드리지요. 이런 대경쟁 속에서 유통산업도 발전하고, 섬유·패션 같은 분야의 성장을 가속화하는 엔진 역할을 하게 되리라고 봅니다.”
Tag#마리오쇼핑#홍성열 회장#마리오아울렛#실러캔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