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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24 신원칠 서봉전자 대표 , “톈진을 녹인 휴머니즘 리더십” ㊤ - - "서봉의 9할은 내가 아닌 타인의 도움으로 성장" 한국인과 조선족 장벽을 허문 톈진의 ‘3인방’ - - 솔향기와 누룩 향기 물씬 풍기는 거제 촌놈(?) 남다른 기부 정신, 한인사회 ‘큰 형님’으로 통해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5-10-25 09:5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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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6일 서봉전자 계열사인 화동전자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신원칠 대표.


한국인이 중국에서 사업을 한다는 것은 서너개의 벽을 뚫어야 한다. 한국인과 조선족, 그리고 한인 간의 갈등에다  중국의 경계까지 존재한다. 베이징, 상하이 등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사는 도시일수록 그 벽은 두껍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 한국인과 조선족이 남다른 우애와 연대를 통해 경계를 허무는 곳이 있다. 한국인끼리의 벽도 거의 느낄 수 없다. 바로 베이징에서 기차로 30분이면 도착하는 텐진이 그렇다. 전 세계 500여개 한인사회 단체에서 전개되고 있는 갈등을 감안할 때 해당 지역의 지도자가 누구냐에 따라 그 벽은 깨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었다.

신원칠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 톈진 지회장이자 서봉전자 대표가 그 경계를 허무는 선봉에 서 있다. 또한 조선족을 대표하는 기업인으로 연 매출 2000억원 가량을 올리고 있는 있는 심재관 청송팜그룹 회장과 환경사업을 하고 있는 신은식 천진한국인(상)회 회장이 신원칠 대표를 받치고 있다. 삼각편대를 이룬 이들은 각각 한인사회와 조선족 사회에서 가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심 회장은 조선족 동포 2세로 그의 할아버지의 고향은 충북 괴산이다.  ‘청송’이라는 그룹명도 청송 심(沈)씨 가계에서 따왔다고 한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본지는 톈진에서 꽃피우고 있는 신 대표의 휴머니즘과 서봉전자의 미래를 2회에 걸쳐 게재한다.

한국인과 조선족의 벽이 무너지기까지...

지난 9월 25일 중국 텐진 서봉전자 사무실에서 신원칠 대표를 만났다. 지난 4월 말 경북 안동에서 개최되는 ‘Korea Business EXPO Andong’에서 인연을 맺은 뒤 5개월 만에 재회했다. 이날 신 대표와 30분 가량 인터뷰를 한 뒤 공장 현장을 둘러보고 나서 저녁에는 남서울대의병연구소 일행과 함께 텐진의 눈(天津之眼)으로 불리는 화이허강 유람에 이어 다음날 LG전자 협력업체인  인성기전, 경성전자를 방문하고 저녁에는 문화공연도 즐겼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신 대표와 동선을 같이 하며 식사도 하고 술잔도 돌렸다. 2박3일 동안, 승용차로 이동하는 차안에서 틈나는 대로 신 대표의 인생 스토리를 토막토막 들었다. 이날 신 대표는 기자에게 ‘제3회 한중우호체육대회’ 참여를 권유했다. 한인사회와 조선족과의 관계를 조금이나마 느껴보라는 취지였다.

그래서 당초 일정을 하루 연장해 9월27일 중국 톈진시 남개구 링야오 운동장에서 개최된 제3회 ‘한중우호체육대회’를 참관할 수 있었다. 무려 1000여명이 참가한 행사는 온통 축제장이었다. 행사 관계자는 한국인과 조선족 참가자의 비중이 1.5대 8.5 정도라고 했다.

톈진에서 한국인과 조선족의 경계를 무너뜨린 3인방(왼쪽부터 신원칠 대표, 심재관 회장, 신은식 회장)

서봉전자 여자축구팀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신원칠 대표(뒷줄 왼쪽에서 첫번째)


오전 9시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는 드론이 행사장을 구석구석 돌며 촬영을 하고 있었다. 이날 개막식에서 각 팀들은 “우리는 하나다”라는 현수막을 들고 입장했다. 과거 먼발치서 서로 쳐다보는 이방인들이 이제는 한국인과 조선족이 서로 몸을 부대끼며 어울리며 뜨거운 정을 나누고 있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승부에 연연하지 않으면서 웃고 즐기는 모습에서는 한국인과 조선족은 분간할 수 없었다. 다만 조선족들은 거의 중국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머지않아 한국어가 조선족 사회에서 사라지겠다는 생각을 하니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이날 15개 가량의 스포츠 경기와 함께 20여 문화행사가 곳곳에서 펼쳐졌다. 여기저기서 춤추고 노래하고, 뛰고 달리면서 뒹구는 수많은 장면을 목격했다. 운동장 한켠에서  한 공연자가 휘모리를 돌리자 주변에서 관객들이 몰려들었다. 한복을 입은 중년 여인들이 하나둘 타원을 만들어 빙빙 돌자, 신원칠 대표가 끼어들어 덩실덩실 어깨춤을 추자 신은식 회장과 심재관 청송팜 회장이 그 뒤를 따랐다. 어설픈 춤사위이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러자 조선족 남자들로 보이는 이들도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신 대표와 심 회장은 짝을 이루어 행사장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면서 참가자들에게 막걸리를 따라주며 안부를 묻고 때로는 포옹을 하면서 반가운 인사를 하고 다녔다. 꼭 정치인들의 유세 현장 같았다. 80세가 넘은 노인들 앞에서 이들은 "행사에 참석해 주셔서 감사하다. 건강하시라"며 큰 절을 올리기도 했다. 한국인 고유의 정과 따스함이 묻어났다.

오후에는 운동장 우측에서는 여자축구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한국측 대표팀은 서봉전자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신 대표는 일명 'K-Sisters'라고 불리는 구단주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선수단이라고 해봐야 고작 20여명이지만 여자축구가 한중우호 체육대회를 빛내고 있다는 것에 만족하는 듯 했다. 서봉전자가 축구단 운영 경비 전액을 후원하는 'K-Sisters'는 매년 행사개최 3~4개월 전부터 매주 2~3차례 모여 집중 훈련을 한다고 했다.

민주평통 톈진 지회장과 톈진한국인(상)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유엔피스코 부의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민주평통은 평화통일 운동을 하는 단체입니다. 초창기 ‘민주’나 ‘통일’을 입에 올린 것마져 불순하게 바라보는 현지의 분위기였죠. 그럼에도 조선족을 찾아다니면서 민주평통에서 개최하는 각종 세미나와 행사 등에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정성과 진심을 담으면서 요즘 민주평통의 분위기는 과거와는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좋아졌습니다.”

신 대표는 이런 운동을 전개하면서 기꺼이 지갑을 털었다. 이외에도 현지의 취약계층은 물론, 조선족 최대의 여성단체인 애심네트워크 등 수많은 단체를 상대로 적지 않은 금액을 희사했다. 이런 그의 자선활동은 한국인은 물론 한족, 조선족을 가리지 않았다. 조선족의 집단 거주지인 연변과 하얼빈 등지에도 장학금은 물론, 각종 선물을 보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신 대표의 이런 정성을 거절하는 경우가 생겼다. 중국의 조선족에 대한 경계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기부는 계속되고 있다. 이런 신 대표의 휴머니즘 정신이 경계를 넘어 조선족은 물론, 한인 갈등의 벽을 무너뜨리는 동력이 됐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었다. 신은식 회장은 신 대표를 두고 "텐진에서 한인과 조선족들의 맏형이자 영웅"이라고 치켜세웠다.

이런 가운데 신대표는 오는 10월 말부터는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월드옥타) 톈진지회장을 맡기로 했다. 지금까지 월드옥타 텐진 지회장은 수십여 년동안 조선족 기업인이 맡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조선족기업인들이 신 대표를 적극 추천해 성사됐다. 조선족 사회에서 신 대표에 대한 신뢰도가 어느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원칠 대표(맨 앞)에 이어 신은식 회장이 휘모리 장단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모습.


파격적인 인센티브제 도입, 한국문화 확산 기여

그는 “톈진에서만큼은 한국인이든 조선족이든 자체적으로 행사를 한다는 소식이 들리면 연락해서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서로 물어본다”며 “이번 체육대회나 문화공연처럼 공동으로 개최하는 행사는 참가 인원 수에 관계없이 정확하게 절반씩 후원을 한다”는 말로 화합과 연대의 의미를 강조했다. 무엇보다 조선족은 각종 성금이든 후원금이든 엄청난 단결력을 과시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체육대회의 경우 한국인들은 3000만원을 모금했지만 조선족은 무려 6000만원을 모금했다는 것. 신 대표의 이런 휴머니즘 정신은 서봉전자로 이어지고 있다.

그는 “서봉전자의 인센티브는 일회성이 아니라, 평생 간다”며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 그리고 자기개발이 그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사내 한글 교육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다. 한국어 교사를 직접 고용, 회사 사무실에서 매일 수업을 진행한다. 이에 한글을 배우고자 하는 직원들은 편한 시간을 선택,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한국어 6급 취득 시 500위안, 5급은 1000위안, 4급은 1500위안의 보너스를 지급하고 있어요. 일회성이 아니라 회사 퇴사때까지 지급합니다. 직원 평균급여가 2200위안(한화 44만원)임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죠.”

이외에도 컴퓨터나 각종 기능사 자격증을 따는 경우에도 파격적인 인센티브제를 도입, 직원들의 자기개발을 돕고 있다.

“타국에서 힘들게 돈 벌어서 모두 직원에게 돌려주는 것 같다”는 기자의 질의에 그는 서슴없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후계 구도에 대한 질문에 그는 “무턱대고 2세에게 기업을 물려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을 운영하는데 있어 흥정도 할 줄 하고 고생도 해봐야 한다”는 말로 대신했다. 요즘 젊은이들이 도전정신이나 기업가정신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이런 이유로 그는 서봉전자의 경우 향후 전문경영인 체제의 기업 비전을 만들어가겠다는 포석이다.

신원칠 대표(오른쪽)가 서봉전자 공장을 둘러보며 제품설명을 하고 있는 장면


최근 신 대표는 “유엔피스코는 기후변화에 따른 인류의 생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NGO 단체인데 재정이 튼튼해야 지속가능한 시민운동을 전개할 수 있다”며 “회원 기업인들의 제품에 유엔피스코 로고를 달아주고 후원을 받는 시스템 구축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봉전자에 입사한 뒤, 39세에 중국 현지 법인장으로 발령이 나면서 톈진에 정착하게 됐다. 하지만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본사가 부도가 나자 이를 인수, 현재 3000억원대의 취급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키워냈다. 이 과정에서 숱한 위기와 고비를 넘겼다. 모두가 지인들의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내가 잘해서가 아닙니다. LG 덕분이고, 직원들 덕분이고, 아내 덕분이에요. 그래서 이제는 내가 받은 걸 세상에 돌려줄 차례입니다.”

평소 “덕분”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는 신 대표는 이렇게 자신을 낮췄다. 겸손함은 이미 몸메 배여 있어 보였다.  2박3일 그와 함께 일정을 보내면서 천상 그는 거제도 촌놈(?)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은은한 솔향기와 술도가에서 익어가는 누룩의 향기가 물씬 풍긴 그런 느낌이었다.  서봉전자(瑞峰電子)라는 이름도 예사롭지 않다. 상서로울 서(瑞)에 봉우리 봉(峰)으로 상서(祥瑞)로운 봉우리라는 뜻이다.  톈진에서 그가 개척하고 있는 새로운 길이 궁금해질 뿐이다.

한중우호체육대회장에서 신원칠 대표(오른쪽에서 네번째)를 비롯 행사관계자들이 비빔밥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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