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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업종요? 섬유패션은 200만 고용하는 기간산업입니다" - 한국은 원사·염색·봉제까지 모든 생산체계 갖춘 나라 강점 - 내년 상반기 혁신백서 마련해 디지털·친환경 전략 추진할것
  • 편집국 편집장
  • 기사등록 2023-12-09 14:5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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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서울 섬유센터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 집무실에서 최병오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이날 형지I&C의 남성복 브랜드 본(BON) 정장을 입었다. 이승환 기자

"섬유산업은 과거의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 더 이상 사양산업이라는 말을 들어선 안 된다. 100만여 명의 종사자가 있는 근간 산업이 홀대받아선 안 된다."

1987년 11월 11일. 이날은 섬유산업이 대한민국 단일 산업 가운데 처음으로 수출 100억달러를 달성한 날이다. 정부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섬유의 날'로 제정하고 섬유산업 덕분에 한국의 산업화가 시작된 것을 기념해왔다. 어느덧 36년이 지나 올해로 37회째를 맞은 섬유의 날. 지난 9월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으로 선출된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은 "섬유산업이 제2의 도약을 해야 할 때"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40여 년을 의류사업에 바친 1세대 의류사업가로서 금탑산업훈장까지 받은 최 회장을 매일경제가 섬유센터에서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금탑산업훈장 받은 것을 축하드린다.

▷감사드린다. 부산에서 45년 전에 풍운의 꿈을 안고 상경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동대문시장으로 갔다. 대한민국 여성들이 옷에 대한 스트레스는 받지 않게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여성복 사업에 임해왔다. 대리점 사장님들에게 일일이 코디 교육을 시켰다. 예전에는 서울과 지방에서 입는 옷차림이 달랐는데 지금은 똑같아졌다. 모두가 얼마나 멋쟁이가 됐나. 제가 2500개 대리점을 통해 일조했다고 생각한다.

10여 년 전부터 굉장히 받고 싶었던 훈장이다. 아무래도 좀 부족한 사람이다 보니 이런 상에 대한 욕심이 있었다. 20년 전에 명예박사 학위를 딸 때보다 더 감개무량하다.


―11월 11일은 섬유의 날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빼빼로데이'로 알고 있다. 37회를 맞은 섬유의 날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섬유산업이 단일 산업 최초로 100억달러 수출을 달성한 날이 바로 1987년 11월 11일이다. 그때부터 섬유의 날이 제정됐다. 섬유산업은 우리나라 산업화의 역사다. 1960년대 초기부터 수출을 선도하면서 '산업입국'의 토대를 마련했고, 지난 반세기 동안 총 3000억달러의 무역수지를 달성한 핵심 기간산업이다. 이는 우리 섬유패션인들의 긍지이자 자부심이다. 6만여 개 제조업체가 있고 유통·서비스업까지 200만명 이상을 고용하는 아주 중요한 산업이라는 것을 항상 기억해야 한다.

―섬산련 회장 취임한 지 3개월이 돼 간다.
▷제가 밑바닥 생활을 해보지 않았나. 리테일은 다 현장 중심이다. 그래서 취임하자마자 사비로 2200만원을 들여 카라반을 렌트했다. 임원단과 함께 6명이 현장을 다닌다. 경기·대구·부산 등 전국 주요 섬유 산지를 순회하며 업계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졌다. 직접 가보니까 할 일이 많아 회장하길 잘했다 싶더라. 3년 임기 내내 현장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조만간 전국투어를 할 예정이다.

―최근 한국 섬유산업의 현황은 어떠한가.

 ▷그다지 좋지 않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유럽의 소비가 위축돼 재고가 늘었다. 아시아 봉제 소싱도 줄어서 연쇄적으로 국산 소재 수출도 감소하는 추세다. 국내는 경쟁 심화·고임금·인력난으로 수익성이 떨어져 경영 기반이 악화되고 있다. 중국산 소재 난립으로 일부 화섬기업은 범용 품목의 생산을 중단했고, 해외 생산 확대로 의류봉제 업종은 위축되는 상황이다. 분명한 위기지만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섬유패션업계는 혁신을 하려 한다. 요즘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소리를 듣는데, 세상에 사양산업은 있을 수 없다. 얼마나 어떻게 혁신을 하느냐가 문제다. 그동안은 안주한 부분이 있고 노후화된 것도 많다.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일본이나 독일과 달리 한국은 핵심 연구개발 역량과 제품 차별화가 미흡해 기술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최근에는 친환경화, 디지털 전환, 산업용 섬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이나 독일 등 다른 섬유 선진국과 달리 원사·제편직·염색가공·봉제까지 전 스트림에 걸친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어 스트림 간 협력으로 전후방산업과 동반성장이 가능하다. 기술 격차는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 기라성 같은 회사가 많으니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섬유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지원해줬으면 하는 부분이 있다면.
▷정부에서 섬유산업에 더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 용기를 북돋아줘야 한다. 대리점 사장님들 기를 살려주면 더 열심히 일하고, 손님들에게도 더 친절히 대하고 잘한다. 정부가 섬유산업 종사자들 기를 살려줘야 한다.

섬산련은 산업 고도화 전략을 백서로 만들어서 발표하려고 준비 중이다. 현장을 다니면서 수집한 업계 문제점과 해결 과제들을 담았다. 정부에 건의할 것과 민간이 스스로 노력할 것을 만들어서 내년 상반기 중 발표하려고 한다.

―섬산련 회장으로 임기 내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섬유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고 싶다. 예전에는 대구에 가면 부잣집 아들딸들은 다 섬유하는 집안 자식들이었다. 요새 중견기업들을 보면 자식들이 다 가업을 안 물려받으려고 한다. 명맥이 끊기는 걸 줄이고 싶다. 섬유산업이 좋은 사업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서 2세들이 물려받아야겠다, 생각하게 만들고 싶다. 어떤 염색공장은 아버지, 아들, 손자까지 3대가 이어서 하고 있다. 그런 업종으로 만들어야 한다.
최병오 패션그룹형지 회장

△1953년 부산 출생 △1972년 부산고등기술학교 졸업 △1982년 크라운 창업 △1994년 형지물산 창업 △1998년~현재 패션그룹형지 회장 △2004년 철탑산업훈장 수훈 △2010년 은탑산업훈장 수훈 △2011~2018년 한국의류산업협회 회장 △2018년~현재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2023년 9월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회장 △2023년 11월 금탑산업훈장 수훈

매일경제 [김효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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