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소비재 수출이 10년 새 4배 이상 성장한 가운데 K뷰티 수출시장 재편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한국의 주요 소비재 수출이 지난 10년간 4배 이상 증가하며 수출 구조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특히 K뷰티는 중국·홍콩에 집중됐던 수출시장을 미국과 유럽으로 빠르게 확대하며 가장 뚜렷한 구조적 전환을 보였다. 화장품 수출의 90% 이상을 중소·중견기업이 담당하는 가운데, 해외시장 다변화와 기업 규모의 성장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0월 13일 발표한 'K-소비재 수출 10년 동향 분석'에 따르면 K푸드·K뷰티·K바이오 등 7개 주요 품목의 올해 1~8월 수출액은 155억 9000만 달러로, 2016년 같은 기간 37억4000만 달러의 4.2배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 증가배수 2.2배를 크게 웃도는 성과다. 이번 분석은 라면·조미김·간식류, 기초화장품·기타화장품, 면역물품·완제의약품을 대상으로 했다.
지난 10년간 수출시장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화장품이다. 2016년 1~8월 K뷰티 수출에서 중국·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74.2%에 달했다. 사실상 중화권 시장에 수출이 집중된 구조였다.
그러나 이후 미국과 유럽 수출이 각각 15.3배, 43.9배 증가하면서 수출 지형이 달라졌다. 올해 1~8월에는 중국·홍콩, 미국, 유럽의 수출 비중이 각각 20% 안팎으로 비슷해졌다. 중국 중심의 단일시장 의존 구조에서 주요 권역으로 수출이 분산되는 방향으로 전환한 것이다.
K뷰티의 시장 다변화는 전체 K소비재 수출에서도 확인된다. 조사 대상 7개 품목의 미국 수출액은 2016년 1~8월 2억3000만 달러에서 올해 27억4000만 달러로 11.9배 증가했다. 유럽은 4억9000만 달러에서 53억6000만 달러로 11배 확대됐다. 아세안과 일본도 각각 3.4배, 3.0배 성장했지만 중국·홍콩은 1.2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K소비재의 성장 중심축이 기존 아시아 시장에서 북미와 유럽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K뷰티는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여전히 유지되는 가운데 다른 주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수출 기반이 한층 다변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수출시장뿐 아니라 수출을 이끄는 기업 구조도 달라졌다. 올해 1~8월 K뷰티 수출액 가운데 중소·중견기업 비중은 91.3%에 달했다. K푸드 역시 93.1%를 기록해 두 산업 모두 중소·중견기업이 수출의 중심을 차지했다.
특히 K뷰티는 지난 10년간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증가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로 나타났다. 중소·중견기업의 화장품 수출액은 2016년 1~8월 13억8000만 달러에서 올해 같은 기간 61억8000만 달러로 4.5배 늘었다.
이 가운데 중견기업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화장품 수출에서 중견기업의 수출액은 10년간 20.8배 증가했으며, 수출 비중도 3.5%에서 19.1%로 상승했다. 중소기업이 수출 저변을 넓히는 동시에 일부 기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수출 규모를 확대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대기업의 화장품 수출은 다른 흐름을 보였다. 연간 기준 대기업 화장품 수출액은 중국 시장이 호황이던 2021년 20억6000만 달러까지 증가했으나 2025년에는 6억 달러로 감소했다. 이는 2016년 5억5000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중소·중견기업의 수출 확대와 대기업의 수출 감소가 동시에 나타났다는 점은 K뷰티의 성장 구조가 과거와 달라졌음을 보여준다.
K뷰티 수출의 성장 기반은 수출기업 수에서도 확인된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기초화장품을 수출한 중소기업은 2016년 2808개사에서 2025년 6019개사로 2.1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견기업도 41개사에서 119개사로 늘었다.
한류 확산과 온라인 유통망의 성장이 수출기업 증가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해외 현지에 대규모 영업조직을 갖추지 않은 중소기업도 온라인 채널을 통해 소비자에게 접근할 수 있는 여건이 확대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수출기업 수의 증가가 모든 기업의 안정적인 해외 정착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상의는 신규 수출기업의 시장 진입뿐 아니라 초기 판로 확보와 물류 지원, 중견기업으로의 성장 과정까지 연결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K소비재 수출의 향후 과제는 신규 시장 진출을 지속하면서 기존 시장에서의 사업 기반을 안정화하는 데 있다. 대한상의는 국가별 인증·라벨링, 유통망, 통상환경을 고려한 맞춤형 수출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출 초기 기업에는 판로와 물류 지원을 강화하고, 성장 단계에 진입한 기업에는 중견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재욱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K소비재 성장의 공통분모로 가격이 아닌 비가격 경쟁력을 지목했다. 다수의 중소·중견기업이 수출을 주도하고 미국·유럽 등으로 시장을 확대했다는 점에서 한국 제품의 품질과 브랜드 경쟁력을 평가했다.
이시욱 대한상의 경제연구총괄은 품목별 성장 경로가 서로 다른 만큼 지역과 기업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국에 대한 K푸드·K뷰티 수출 둔화 원인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수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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