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크로드시대를 재현하는 월드옥타 회원들.[류제영 재외기자]
“명함은 잠시 넣어두고, 광저우에서 함께 놀아봅시다!”
중국 선전에서 열린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월드옥타) 주최 '2026 코리아 비즈니스 엑스포(KBE) 행사를 마친 한인 경제인 80명이 광저우로 자리를 옮겼다.
비즈니스 상담과 네트워크 구축에 집중했던 대회장을 벗어나 이번에는 함께 먹고, 걷고, 체험하며 서로를 알아가는 2박 3일의 팸투어에 나섰다.
지난 11일 오전 10시, 선전 LGem 호텔 로비에 모인 참가자들의 옷차림은 전날과 달랐다. 정장과 구두 대신 편안한 활동복을 입은 회원들은 대형버스 두 대에 나눠 타고 광저우로 향했다.
약 2시간 뒤 숙소인 광저우 건국호텔에 도착한 이들은 8개 팀으로 나뉘어 팀 이름과 응원 구호를 정하고 빙고 게임을 하며 여행의 첫 일정을 시작했다.
저녁에는 주강 유람선에 올라 광저우 도심의 화려한 야경을 감상했다. 국적도 업종도 다른 회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웃고 대화하면서 본격적인 동행이 시작됐다.
광저우 지역 팸투어에 나선 월드옥타 회원들.[류제영 재외기자]
전기차부터 전통문화까지…광저우를 체험하다
둘째 날에는 중국 전기차 기업 샤오펑(XPeng) 전시관을 방문했다. 전기차를 비롯해 로봇과 미래형 드론 항공기 등 중국의 기술 산업을 살펴보는 자리였다. 영어로 진행된 설명에 오세아니아 지역 회원들이 전기차와 배터리 충전 방식 등에 관해 질문하며 관심을 보였다.
오후에는 광둥 지역 전통 건축물인 진가사를 찾아 현지의 역사와 문화를 접했다. 이어 해상 실크로드를 주제로 한 체험형 테마관에서는 이번 팸투어의 하이라이트가 펼쳐졌다.
참가자들은 진·당·송·명·청 시대의 전통 의상을 골라 입고 화장과 소품까지 갖췄다. 특히 남성 회원들도 여성 전통 의상과 화장에 거리낌 없이 도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화려한 전통 문양을 배경으로 서로 사진을 찍으며 여행의 순간을 기록했다.
광둥 요리와 동남아시아 음식 문화를 접목한 식사, 해상 실크로드의 이야기를 춤과 음악으로 풀어낸 공연도 90분 동안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마치 옛 실크로드 시대의 주인공이 된 듯 음식과 공연을 즐겼다.
마지막 날에는 광저우의 옛 거리 융칭팡(永庆坊)을 찾았다. 유리공예와 자수, 수공예품을 만날 수 있는 이곳은 서울의 익선동이나 인사동을 연상시켰다. 홍콩 배우 이소룡의 유년 시절과 인연이 있는 거리에서 참가자들은 골목 곳곳을 둘러보고 기념사진을 남겼다.
여행의 마지막 식탁도 광저우의 음식 문화를 담았다. 코코넛 껍질에 담긴 오골계 수프와 통새우 만두, 광둥식 소갈비, 쌀춘권 등 다양한 요리가 상에 올랐다.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마다 카메라가 향했고, 참가자들은 음식을 들고 단체사진을 찍으며 마지막 순간을 즐겼다.
전기자동차 샤오펑 전시장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류제영 재외기자]
사업 이야기는 자연스럽게…서로의 삶을 나누다
이번 팸투어 참가자들은 활동 무대와 사업 분야가 다양했다. 몽골에서 대형 여행사를 운영하는 사업가, 도쿄에서 한국 화장품과 미용기기를 판매하는 사업가,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한국 소주를 독점 유통하는 사업가 등이 함께했다.
한국 제품을 현지에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지 상품을 다른 나라에 수출하거나 제3국의 상품을 연결하는 무역에 종사하는 회원들도 있었다. 유튜브와 팟캐스트를 활용해 자신의 전문성을 알리고 사업에 접목하는 사례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이번 여행에서 사업 이야기는 공식적인 상담이나 거래의 형식으로 오가지 않았다. 함께 이동하고 식사하는 일상적인 시간 속에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사업 아이디어도 나왔다.
시드니에서 장작구이 치킨 사업을 하는 회원에게는 한국식 매운 소스와 치킨 양념을 메뉴에 활용해 보라는 제안이 나왔다. 상대 회원은 흥미롭다며 실제로 시도해 보겠다는 뜻을 밝혔다. 별도의 비즈니스 미팅 없이도 일상적인 대화가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진 것이다.
광저우에서 노동자로 출발해 100명이 넘는 직원을 둔 패션회사 대표로 성장한 조선족 사업가의 이야기도 참가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고향을 떠나 현지에서 노동자로 일하고 섬유회사에 취업한 뒤 자신의 사업을 일군 과정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도전과 성장을 이어온 한인 경제인들에게 공감대를 만들었다.
선전 엑스포 개막식이 끝나고 전시관을 둘러보며 기념촬영하는 박종범 월드옥타 회장(왼쪽에서 두번째), 이연수 이사장(왼쪽에서 첫번째), 임혜 선전상업연합회 상무회장(맨 오른쪽) 등 주요 인사들.
배우자도 함께한 교류…옥타의 또 다른 얼굴
이번 팸투어의 특징 중 하나는 배우자들도 회원들과 함께 일정을 소화했다는 점이다. 선전 대회부터 배우자 참여 프로그램이 마련됐으며, 광저우에서는 게임과 문화 체험, 식사 등을 함께하며 교류의 폭을 넓혔다.
시드니의 임준택 회원 배우자는 “처음에는 남편을 따라 조용히 여행을 즐길 생각이었지만, 게임과 여러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다른 참가자들의 삶에도 관심이 생겼다”며 “남편이 평소 어떤 사람들과 교류하고 활동하는지도 이해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팸투어에도 꼭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상하이에서 배우자 자격으로 참가한 배제진 씨도 준비위원들의 노력과 행사 진행을 높이 평가했다. 소속 회원을 위한 행사에는 익숙하지만 배우자와 동반자를 위한 프로그램은 처음 경험했다며 월드옥타의 개방적인 운영 방식에 관심을 보였다.
선전에서 비즈니스로 만난 사람들이 광저우에서는 여행의 동반자가 됐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일구며 살아온 회원들은 함께 먹고 웃고 체험하는 동안 명함에 담기지 않은 서로의 삶을 알아갔다.
기업탐방과 음식, 문화 체험으로 채워진 2박 3일. 이번 팸투어가 남긴 것은 관광의 추억만이 아니었다.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사람과 사람의 관계로 넓히고, 회원과 배우자가 함께 교류하는 월드옥타의 또 다른 모습을 확인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