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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14 김성학 전시통상 담당 부회장 - - “MOU보다 실계약”…AI 무역 플랫폼으로 월드옥타 미래 연다 - - 건설업 실패 딛고 영상 프로덕션으로 재기…36년 호주 사업 현장서 얻은 교훈 - - “직책 높고 낮음 따지지 않아”…지회장·감사·수석부회장·이사장 거쳐 통상 현장으로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10-18 08: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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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옥타 첫 통상정책 심포지엄 개최·좌장 맡아…회원 경험 실질적 무역으로 연결
-“애국심만으로는 한계”…품질·실수요 기반 수출입 연결하는 온라인 AI플랫폼 구상
- 차세대 한국 기업 인턴십 확대…“모국에 실질적 도움되는 선진 월드옥타 돼야”


본지 단독 인터뷰에 응하는 김성학 월드옥타 전시통상 담당 부회장.
전 세계 77개국 159개 도시에 지회를 둔 재외동포 최대 규모의 경제 네트워크인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월드옥타)에서 회장을 제외하고 주요 직책을 두루 거친 인물이 있다.

지회장과 감사, 수석부회장, 이사장에 이어 통상위원장을 맡았고, 지금은 전시통상 담당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김성학 부회장이다. 20년간 직책이 바뀔 때마다 역할도 달라졌지만, 그가 내세우는 원칙은 한결같다. 조직에 필요한 일이라면 자리의 높고 낮음을 따지지 않고 봉사하는 마음으로 맡겠다는 것이다.

지난 9일 중국 선전시 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열린 월드옥타 제1차 통상정책 심포지엄에서도 그의 역할은 분명했다. 월드옥타가 처음 마련한 통상정책 논의의 장을 준비하고 좌장까지 맡아, 세계 한인 경제인들의 경험을 실제 무역 성과로 연결할 방안을 모색했다. 행사를 여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을 바꿔야 회원 기업과 한국 중소기업에 도움이 될지를 고민하는 자리였다.

이 심포지엄이 끝나고 기자는 김 부회장과 마주했다. ‘월드옥타 미래를 묻다’라는 시리즈의 인터뷰 취지를 이야기하자 극구 사양했지만, 오랜 설득 끝에 간신히 그의 생각을 들을 수 있었다.

김 부회장이 월드옥타의 미래를 이야기하며 강조하는 단어는 세 가지였다. ‘실계약’, ‘AI 플랫폼’, ‘봉사’였다. 36년 가까이 호주에서 사업을 일구고 월드옥타와 함께해 온 그의 경험이 이 세 단어에 담겨 있었다.

선전시 컨벤션 전시센터에서 열린 제30차 월드옥타 세계한인경제인대회에 참가한 김성학 부회장.


실패에서 배운 사업의 원칙…“기회를 알아보는 것이 중요”

김 부회장이 호주로 유학을 떠난 것은 1990년이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군 복무를 마친 뒤 기업 회장실에서 4년간 근무했지만, 빠른 승진과 치열한 직장생활에 지쳤다. 잠시 숨을 고르며 공부할 생각으로 호주에서 경영학 석사(MBA) 과정을 밟았다.

“처음부터 이민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예요. 그러나 현지 생활을 경험하면서 호주가 살기 좋은 곳이자 새로운 도전을 해볼 만한 기회의 땅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이민 후 건설업에 뛰어들어 사업을 키웠지만, 민간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실패를 겪었다. 남은 재산으로 피아노를 팔아 마련한 몇 백만 원이 전부였던 시절도 있었다.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과 여기서 멈출 수 없다는 자존심, 그리고 도전정신 덕분이었다.

방송국 탤런트와 모델 활동 경험을 살려 1995년 광고·영상 프로덕션을 설립했다. 한국·일본·중국 기업의 현지 TV 광고 제작을 맡으며 사업을 안정시켰고, 2005년에는 호주 빅토리아주 총독 수출상을 받았다. 2020년에는 무역의 날 석탑산업훈장을 수훈했다.

실패는 사업 방식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 그는 현금이 확보된 뒤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원칙을 세웠다. 호주 시장을 서두르지 않고 꾸준히 공략하면서 거래 신용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배웠다.

“호주는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느린 편이지만, 일단 시장에 자리 잡으면 오랫동안 사업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시간을 두고 변함없는 거래 신용을 보여줘야 합니다.”

“직책보다 봉사”…월드옥타가 사업의 중심축

김 부회장은 2006년 월드옥타 멜버른지회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지회장과 본부 집행부 감사, 수석부회장, 이사장을 거쳤고, 15통상위원장을 맡은 뒤 현재 전시통상 담당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년동안 월드옥타의 여러 역할을 경험하면서 조직이 개인의 사업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체감했다. 세계 각지의 한인 경제인들과 연결되면서 무역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고, 대회와 세미나를 통해 새로운 시장과 사업 기회를 접했다.

그에게 월드옥타는 단순한 친목단체가 아니다. 세계 한인 경제인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의 경험과 시장 정보를 나누고, 새로운 거래를 만들어내는 사업의 중심축이다. 그렇기에 조직을 움직이는 직책 역시 서열이 아니라 봉사의 자리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왜 이사장을 한 뒤 다시 통상위원장을 맡느냐고 묻는 분들도 있습니다. 저는 월드옥타에서 누가 높고 낮다는 구분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언제든 주어진 위치에서 봉사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조직의 미래에 대한 그의 주문과도 맞닿아 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키되 과거의 방식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월드옥타의 기본정신은 유지하면서도 변화한 세계 무역 환경에 맞춰 기능과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성학 월드옥타 전시통상 담당 부회장.[출처:월드옥타 웹진]


“애국심만으로는 부족”…MOU를 넘어 실계약으로

김 부회장이 전시통상 분야에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는 것은 행사와 협약을 실제 거래로 연결하는 일이다. 월드옥타가 국내 중소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 다양한 대회와 상담회를 열고 있지만, 행사장에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애국심 하나만으로는 점점 힘들어집니다. 실제 수요가 있고 품질이 뒷받침돼야 선택받을 수 있습니다. MOU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허수 없는 실계약으로 이어지도록 계속 노력해야 합니다.”

그는 한국 제품을 해외에 판매하는 수출뿐 아니라 현지에서 필요한 원재료를 들여오는 수입도 함께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 각국에 있는 월드옥타 회원들의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수출입 수요를 동시에 파악하고 연결해야 네트워크의 경제적 가치가 커진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그가 구상하는 것이 통상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인공지능(AI) 무역 플랫폼이다. 회원 기업과 국내 중소기업의 상품, 해외 바이어의 수요, 각국의 무역 정보를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해 수출과 수입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현재 통상 분야 내부에서 관련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고 귀뜸했다.

그는 월드옥타가 한국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민간 코트라’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본다. 월드옥타의 현지 네트워크와 코트라의 전문적인 지원 체계가 협력한다면 국내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에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멜버른에서 확인한 가능성…차세대까지 이어지는 무역망

김 부회장의 구상은 추상적인 미래론에 머물지 않는다. 올해 8월에는 인천시·인천테크노파크와 함께 멜버른 센트럴 쇼핑몰에서 인천지역 화장품 기업 10개사의 K-뷰티 판촉전을 진행했다. 현지 소비자에게 제품을 선보이고 반응을 확인하는 동시에 기업 간 거래(B2B) 상담을 병행해 수출 초보기업의 호주 시장 진출 가능성을 살폈다.

이는 국내 기업이 해외에 제품을 소개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현지 시장의 반응을 확인하고 실제 판로를 찾도록 돕는 사업이다. 김 부회장이 강조하는 실수요 중심의 통상과 실계약이라는 방향을 현장에서 구현한 사례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멜버른 도심에 조성된 호주 최초의 공식 코리아타운 ‘힐리스 레인’도 그가 월드옥타 멜버른지회와 함께 추진한 사업이다. 주멜버른총영사관의 요청으로 시작한 이 사업은 한인 경제인들의 협력이 지역사회에 한국의 존재감을 알리는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는 차세대 육성 역시 월드옥타가 미래를 위해 강화해야 할 기능으로 꼽는다. 해외에서 성장한 한인 청년들이 한국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하거나 국내 기업과 교류할 기회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뿌리를 이해하는 동시에 현지 시장에 대한 감각과 실무 경험을 갖춘 인재가 늘어야 한인 경제인 네트워크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차세대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한국으로 초청하거나 온라인으로라도 교류하고, 한국 기업에서 꾸준히 인턴십을 할 수 있는 제도가 뒷받침됐으면 합니다.”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성공만이 아니다. 월드옥타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기본 소양을 갖추고, 한민족 특유의 정과 장점을 이어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내실 없는 성공은 오래갈 수 없다는 경험에서 나온 조언이다.

김성학 전시통상 담당 부회장.[출처:월드옥타 웹진 커버스토리]


“모국에 도움 되는 선진 월드옥타로”

월드옥타가 창립 45주년을 맞은 지금, 김 부회장은 조직의 미래를 낙관만 하지 않는다. 오랜 역사와 세계적인 네트워크를 갖췄더라도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성과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원들의 경험과 인맥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AI 기술을 접목해 거래를 연결하며, 국내 중소기업과 차세대가 그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가 바라는 월드옥타의 모습은 규모만 큰 조직이 아니다. 회원들의 활동이 실제 무역으로 이어지고,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에 도움이 되며 다음 세대가 성장할 기반을 마련하는 조직이다.

“기본정신과 틀은 유지하되 현대의 트렌드를 따라가야 합니다. AI와 업무를 접목하는 일도 하루빨리 시행해야 합니다.”

건설업의 실패를 딛고 호주에서 사업을 다시 일군 경험, 월드옥타의 여러 직책을 거치며 쌓은 현장 감각, 통상정책 심포지엄을 직접 준비하고 좌장을 맡은 실행력이 한 방향을 가리킨다. 조직의 가치는 직책이나 행사 규모가 아니라 회원과 기업에 얼마나 실질적인 도움을 주느냐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 부회장은 앞으로 5~10년 뒤 월드옥타가 다른 조직의 모범이 되고, 모국 대한민국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선진 경제단체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월드옥타의 미래는 새로운 직함을 얻는 데 있지 않습니다. 어떤 자리에서든 기꺼이 봉사하고, 세계를 잇는 네트워크를 실제 성과로 바꾸는 데 있습니다.”

환하게 웃는 김성학 전시통상 담당 부회장,[왕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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