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든웨일즈 신홍규 대표
콘텐츠와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에서 출발한 골든웨일즈가 뷰티 브랜드 사업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운다. 2022년 창업한 골든웨일즈는 뷰티 크리에이터 사업을 기반으로 지난해 11월 스킨케어 브랜드 ‘디피노르(deepinor)’를 론칭했다.
첫 번째로 선택한 시장은 화려한 기능성 화장품이 아닌 ‘속보습’이다. 수분이라는 큰 시장에 곧바로 뛰어들기보다 하나의 소비자 문제를 좁고 명확하게 정의하고 먼저 점유하겠다는 전략이다.
연세대학교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IT 스타트업에서 PO(Product Owner)로 일했다. 공학도 출신답게 데이터를 중요하게 볼 것 같은데, 실제 사업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하나.
“당시 근무했던 곳은 유튜버와 번역가를 연결하는 글로벌 자막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였다. 다양한 크리에이터 데이터를 접했는데 서비스를 많이 이용하는 상위 고객군에 유독 뷰티 크리에이터가 많았다. 그때부터 뷰티 시장과 크리에이터가 만들어내는 구매 영향력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사업을 할 때는 어떤 시장에서 일하는지, 그리고 고객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를 중요하게 본다. 이전 회사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저는 국내 K뷰티와 뷰티 크리에이터 시장에서 더 큰 기회를 봤고 결국 퇴사 후 창업했다. 2022년 부대표와 투자와 대출 없이 회사를 시작했다. 매출은 2022년 8억1000만원에서 2024년 65억2000만원까지 성장했고, 올해 누적 매출은 200억원을 넘어섰다.
데이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데이터를 맹신하는 것은 다르다고 본다. 현실에서는 의사결정을 내릴 만큼 완벽한 데이터가 충분히 쌓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모아 고객과 시장을 이해하되, 마지막에 데이터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영역은 경험과 직감으로 결정한다.”
골든웨일즈가 브랜드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
“장기적으로는 특정 관심사를 중심으로 콘텐츠와 제품, 경험이 함께 연결되는 하나의 소비 생태계를 만들고 싶다. 저희는 크리에이터 사업을 하면서 소비자들이 어떤 고민을 가지고 있고 어떤 콘텐츠에 반응하는지를 계속 보고 있다.
지난 5년간 315개 뷰티 브랜드와 약 1880건의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어떤 크리에이터의 어떤 콘텐츠가 어떤 제품의 구매로 이어지는지 데이터를 쌓아왔다. 그 과정에서 발견한 소비자의 문제를 직접 제품으로 연결하면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디피노르는 그 첫 번째 사례고 선택한 키워드가 ‘속보습’이다.
수분 브랜드도 많고 속보습 제품도 많지만 브랜드 전체가 일관되게 속보습이라는 하나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드물다고 봤다. 초기에는 최대한 뾰족해야 한다. ‘우리는 속보습을 해결하는 브랜드다’라는 이미지를 먼저 만든 뒤 속보습에서 수분으로 넓히고, 이후 진정·탄력·장벽 등으로 확장할 생각이다. 모든 제품이 결국 속보습과 수분이라는 하나의 브랜드 자산 아래 연결돼야 한다.”
화장품 SKU는 토너 하나로 시작했다. 처음부터 단일 SKU 전략이었나.
“사실 처음부터 제품 하나만 내려고 한 것은 아니다. 개발 인력과 리소스가 충분하지 않아 가장 먼저 준비된 토너가 먼저 출시됐다. 결과적으로는 그 상황을 전략으로 바꿨다.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은 제품 수보다 강력한 히어로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토너를 히어로 제품으로 만들고 다음 로션 역시 또 하나의 히어로 제품으로 만드는 식이다.
뷰티 크리에이터 뽐니가 공동 개발자로 참여했다. 뷰티 크리에이터가 연구원보다 성분을 많이 아는 것은 아니다. 대신 다른 전문성이 있다. 압도적인 사용 경험이다. 수많은 제품을 직접 비교하고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가 어떤 제형을 불편해하는지, 어떤 사용감을 좋아하는지, 어떤 말로 설명해야 이해하는지를 잘 안다.
저희가 제조사와 성분과 처방, 안전성을 본다면 뽐니는 특히 제형과 실제 사용감을 잡는 데 많이 참여했다. 제품 자체도 순하게 설계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다. 수분·보습 관련 인체적용시험 11종과 민감성 자극 테스트까지 총 12종의 시험을 진행했고, 민감성 자극 테스트에서는 자극지수 0.00이 나왔다.
크리에이터는 완성된 제품을 들고 가서 광고를 부탁하는 사람이 아니라 소비자 문제를 발견하는 단계부터 같이 들어와야 한다고 본다.”
디피노르 토너는 출시 직후 초도 생산량 3만 개가 5일 만에 완판됐다. 시장에서 반응을 얻은 차별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시장에 있는 토너를 보면 물처럼 가벼운 제품과 에센스처럼 점도가 높은 제품으로 나뉜다. 물토너는 가볍지만 수분이 금방 증발한다고 느낄 수 있고, 고보습 토너는 보습력은 좋지만 무겁거나 끈적이고 메이크업이 밀릴 수 있다. 그래서 그 사이를 만들고 싶었다.
완전히 물 같지는 않지만 에센스만큼 무겁지도 않고, 어느 정도 쫀쫀하면서 다음 스킨케어나 메이크업이 잘 붙는 제형이다. 최종적으로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묽게 만들었다. 유분이나 끈적임을 싫어하는 사람은 한 번만 사용하고, 더 건조하면 두세 번 레이어링하도록 했다. 특히 겉에는 유분이 있지만 속은 건조한 소비자 반응이 좋은 편이다.
내용물뿐 아니라 실제 사용하는 방식까지 함께 설계했다. 메이크업숍과 피부관리 현장에서 토너를 사용하는 방법을 살펴보고 얼굴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펌프형 용기와 거품 용기, 얼굴 부위에 따라 뜯어 붙일 수 있는 4분할 스킨팩 패드를 함께 만들었다. 좋은 성분을 넣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실제로 쓰는 순간까지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토너와 어플리케이터 2종을 포함해 초도 생산량은 3만 개였다. 신규 스킨케어 브랜드의 일반적인 초도 물량과 비교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수량이었다. 그렇게 결정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미 크리에이터 사업을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뽐니가 과거 어떤 제품을 얼마나 판매했고 팬들이 어떤 요소에 반응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제품 개발 기간 약 1년 동안 뽐니 채널에서 개발 과정을 지속적으로 공개하면서 소비자 반응도 확인했다.
제품을 완성한 뒤 갑자기 광고한 것이 아니라 개발 단계부터 수요를 함께 검증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초도 생산량 3만 개가 출시 5일 만에 모두 판매됐고 별도의 광고비도 거의 쓰지 않았다.”
무신사 뷰티 페스티벌에서도 단일 화장품 SKU라는 점을 오히려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했다.
“제품 하나밖에 없는 것은 보통 약점이다. 그런데 무신사 뷰티 페스티벌처럼 수십 개 브랜드가 모인 곳에서 다른 브랜드와 똑같이 하면 기억에 남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론칭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제품도 하나인데 단독 부스를 받은 브랜드’라는 점을 오히려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 현장에서도 그런 메시지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무신사에서 먼저 입점을 제안해 올해 6월 들어갔다. 입점 후 뽐니와 함께 홍보하면서 급상승 1위에 올랐고 기획전으로 이어졌다. 크리에이터와 브랜드를 한 회사 안에 두고 있다는 점이 이런 순간에는 빠르게 작동한다. 유통 역시 단순히 판매 마진을 남기는 채널로만 보지는 않는다. 브랜드 인지도를 키우고 매출 규모와 시장에서의 성공 사례를 만드는 투자라고 생각한다.”
디피노르의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가장 먼저 제품군을 늘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브랜드 사업팀이 충분히 구성되지 않아 하고 싶은 제품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 현재 BM·MD·마케터 등 관련 인력을 충원하고 있고 내년부터 개발 속도를 본격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다만 제품 수만 늘리지는 않을 것이다. 토너 다음에는 속보습 로션처럼 지금의 문제를 더 잘 해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이후에도 모든 SKU를 수분이라는 축과 연결할 것이다. 로션 역시 가볍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 두세 번 레이어링하면 별도의 크림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보습감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속건조나 속보습은 한국 소비자만의 고민도 아니다. 미국·일본·중국에서 상표권 등록을 마쳤고 현재 Qoo10 Japan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과 북미에서도 채널 제안을 받아 미팅을 진행 중이다. 올해는 내부 조직과 브랜드 기반을 다지는 데 집중하고, 2027년부터 해외 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회사 전체 연매출 1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리에이터 사업과 브랜드 사업에서 현재 검증 중인 가설을 충분히 증명한 뒤 빠르면 2027년, 늦어도 2028년에는 외부 투자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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