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ks25 구철, 서울대 ‘세계한인 최고지도자과정’ 총동문회장…“신뢰·화합으로 세계 한인 잇겠다 - - 1~3기 졸업생 지난 2월 서울대 공식 동문회 편입 “개인 명예 아닌 봉사의 자리…동문 간 신뢰·화합 최우선” - - 세계 각국 한인 지도자 160여명 잇는 글로벌 네트워크 재일본한국인총연합회 출범 주도…초대 회장 맡아 - - “민단과 한인회 상생해야”…日 비자 강화 어려움도 호소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10-10 08:28:20
기사수정

2026 세계한인대회 행사 참석차 고국을 방문한 구철 재일본한국인총연합회 초대 회장. 최근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운영하는 ‘세계한인통일평화 최고지도자과정’ 총동문회장 초대 회장에 선출되면서 또다서 초대 회장 타이틀을 걸머졌다. [인천=황복희 기자]


가을햇살이 눈부신 9월29일 오후 인천 송도컨벤시아. 2026 세계한인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온 동포들이 행사장을 분주하게 오가는 가운데 반가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뉴커머 한인사회를 대표해 오랫동안 활동해온 구철 전 재일본한국인총연합회 초대 회장이었다.

이번 방한에는 그에게 또 하나의 의미가 더해졌다. 서울대학교 통일평화연구원이 운영하는 ‘세계한인통일평화 최고지도자과정’ 총동문회장으로 최근 선출됐기 때문이다. 경선 과정에서 동문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 이 과정은 지난 2월 제3기 졸업을 계기로 1~3기 졸업생 전원이 서울대 공식 동문회에 편입됐다.

구 전 회장에게는 ‘초대 회장’이라는 직함이 낯설지 않다. 일본 각 지역의 뉴커머 한인회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은 재일본한국인총연합회의 초대 회장을 지냈고, 모교인 니혼대학의 한국인 동문회에서도 초대 회장을 맡았다. 이번에는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한인 지도자들을 연결하는 서울대 과정 총동문회를 이끌게 됐다.

“이 자리가 개인적인 명예를 위한 자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전 세계 각지에서 헌신하고 계신 동문들을 겸손하게 섬기고 지원하는 봉사의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동문 간의 깊은 신뢰와 화합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서로에게 실질적인 힘이 되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동문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구 전 회장은 이 과정을 세계 각지의 한인 지도자들이 ‘통일과 평화’라는 화두를 놓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는 글로벌 네트워크로 평가했다.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동문들이 모여 평화에 대해 좀 더 깊이 생각하고, 앞으로 통일과 평화에 어떤 방식으로 기여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모임입니다.”

현재 4기까지 이어진 이 과정에는 기수별로 40~50명가량이 참여해 전체 동문이 160명 안팎에 이른다고 구 전 회장은 설명했다. 그는 서울대가 가진 학술적 자산과 세계 각지 한인 지도자들의 현장 경험을 결합할 수 있다는 것을 이 과정의 강점으로 꼽았다.

“서울대의 깊은 학술적 자산과 전 세계 현장에서 활동하는 글로벌 리더들의 실질적인 경험이 만나는 곳입니다. 세계 각국의 한인회장과 총회장 등 훌륭한 분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다시 맡은 ‘초대 회장’…“처음 기반 닦는 일이 가장 어렵죠”

구 전 회장의 이력을 따라가다 보면 유독 ‘초대’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니혼대학 한국인 총동문회 초대 회장을 맡았고, 일본 전역의 뉴커머 한인회를 아우르는 재일본한국인총연합회의 초대 회장도 지냈다. 이번 서울대 과정 총동문회 역시 새로운 조직의 기반을 만들어야 하는 역할이다.

“초대 역할이 많이 무겁더라고요. 처음 만드는 과정은 힘듭니다. 그런데 열심히 하다 보면 길이 열리고, 해놓고 보면 초대라는 게 의미가 많습니다.”

일본 한인사회에서 그가 맡았던 역할도 그랬다.

1980년대 말 해외여행 자유화 이후 일본에 건너가 정착한 이른바 ‘뉴커머’가 늘어나면서 일본 각지에는 새로운 한인사회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기존 재일동포사회가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을 중심으로 오랜 역사와 조직을 구축해왔다면, 뉴커머에게는 자신들의 정착과 권익 문제를 다룰 새로운 네트워크가 필요했다.

구 전 회장은 그 중심에서 일본 각 지역 한인회를 하나로 묶는 데 힘을 보탰다.

처음 4개 지역 조직으로 시작한 한인회 네트워크는 구 회장의 재임 기간 5개 지역 한인회가 추가되면서 9개로 늘어났다. 이후 조직은 오키나와에서 홋카이도까지 확대돼 현재 12개 지역 한인회로 성장했다.

구 전 회장은 2016년 도쿄를 기반으로 한 재일본한국인연합회 제8대 회장에 취임하기 전 부이사장과 이사장을 거쳤다. 당시에도 한인회 내부 화합과 민단을 비롯한 기존 재일동포단체와의 교류·연대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듬해인 2017년 일본 각 지역의 뉴커머 한인회를 하나로 묶은 재일본한국인총연합회가 출범하면서 초대 회장을 맡으며 일본 한인사회의 권익 향상과 지역 현안 해결을 주요 과제로 내걸었다. 총연합회는 2020년 ‘재일본한국인연합회 중앙회’로 명칭을 변경했다가 2023년 다시 ‘재일본한국인총연합회’로 이름을 바꿨다.

구 전 회장은 현재 일본 뉴커머 한인사회의 위상이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제가 유학할 때만 하더라도 유학생이나 회사원들이 주축이었고 어렵게 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사회적 지위도 많이 높아졌고 사업체 규모도 커졌습니다.”

업종도 다양해졌다. 과거 무역과 요식업 등이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IT와 첨단산업 등으로 활동 영역이 넓어지고 상당한 규모의 기업을 경영하는 뉴커머도 등장했다고 말했다.

지난 2023년 11월 서울대 세계한인통일평화 최고지도자과정 제1기 입학식 단체 기념촬영 모습. [구철 회장 제공]


“민단과 한인회 역할 다르지만 결국 함께 가야”

일본 한인사회를 이야기하면서 민단과 뉴커머 한인회의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구 전 회장은 두 조직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과 구성원이 다른 만큼 각자 해야 할 역할이 있다고 봤다. 하지만 재일동포사회 전체를 놓고 보면 서로 경쟁하기보다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단은 민단이 할 역할이 있고, 우리 한인회는 뉴커머들이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면서 같이 할 부분은 화합하고 상생해야 합니다. 교민사회가 좋아질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죠.”

한발 더 나아가 장기적으로는 두 조직이 통합의 방향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도 밝혔다.

그가 특히 걱정하는 것은 세대교체다. 재일동포사회가 4세, 5세로 이어지면서 한국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이것이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구 전 회장에게는 자신의 자녀를 키우면서 겪은 경험도 있다. 그는 자녀들에게 어릴 때부터 한국어를 사용하도록 하고 국제학교에 보내 한국어·일본어·영어를 익히도록 했다고 한다.

“한국말을 못하면 정체성도 희미해질 수 있습니다. 그게 지금 민단에도 큰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민단과 한인회가 합의점을 찾아 좋은 방향으로, 통합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도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한편 일본에서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게 구 전 회장이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다.

“일본에서 한국문화를 좋아한다는 것이 피부로 와 닿습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양국 간 왕래가 늘고 국제결혼도 많아지는 등 인적 교류의 폭도 넓어지고 있다고 했다. 한인회 역시 코리아페스티벌과 한국어 교육, 한국문화 소개 등을 통해 현지사회와 접점을 넓히는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화려한 한류의 이면에서 한인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고 전했다.

일본의 물가 상승에 비해 임금 상승이 충분하지 않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요식업을 비롯한 한인 소상공인들의 어려움도 커졌다는 것이다.

여기에 최근 강화된 일본의 ‘경영·관리’ 체류자격 요건도 새로운 부담으로 등장했다.

일본 출입국재류관리청에 따르면 2025년 10월 16일부터 ‘경영·관리’ 체류자격의 허가 기준이 개정됐다. 법인의 경우 자본금 또는 출자총액 기준이 종전 500만엔에서 3000만엔 이상으로 높아졌으며, 1명 이상의 상근직원 고용도 의무화됐다. 경영자 또는 상근직원 중 한 명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일본어 능력을 요구하는 등 요건도 추가됐다.

구 전 회장은 이러한 변화가 일본에서 소규모 사업을 시작하려는 한인들에게 특히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전에는 500만엔 정도의 자본금으로 회사를 만들 수 있었는데 이제 3000만엔이 필요하고 직원도 고용해야 합니다. 조그맣게 사업하시는 분들은 많이 어려워졌습니다.”

그는 이 문제를 한인회와 민단만의 힘으로 풀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양국 정부와 정치권의 관심도 주문했다.

현재 한일친선협회중앙회 부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구 전 회장은 일본 정치권 인사들을 만날 때 동포사회가 겪는 어려움을 전달하고 있다고 했다.

“한인회와 민단도 노력하고 있지만 국가 정책이다 보니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 한일관계가 좋은 만큼 양국이 이야기를 잘해서 비자 문제도 조금 수월해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건 제 바람입니다.”

서울대 ‘세계한인통일평화 최고지도자과정’ 총동문회 초대 회장에 선출된 구철 재일본한국인총연합회 초대 회장.


일본서 일군 ‘삼겹살’ 성공…한식문화 확산에도 기여

구 전 회장의 일본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이 아니다.

부산의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중·고교 시절부터 아르바이트를 하며 학비를 벌었다. 군 복무 중 일본어를 독학했고 1989년 제대하자마자 가방 하나를 들고 일본으로 건너갔다.

도쿄에서의 시작은 혹독했다. 집을 구하지 못해 공원에서 노숙하기도 했고 파친코장 아르바이트와 택배 배달, 식당 접시닦이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어학원을 다녔다. 1991년에는 니혼대학 상학부 경영학과에 입학했고 일과 공부를 병행해 6년 만에 졸업했다.

졸업 뒤 한국으로 돌아와 무역업을 시작했지만 외환위기의 파고를 넘지 못했다. 결국 2000년 다시 일본으로 향했다.

두 번째 일본행에서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삼겹살이었다.

일본에서는 당시 한국처럼 고기를 불판에 올려 직접 구워 먹는 삼겹살 문화가 대중화되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해 도쿄에서 삼겹살 전문점 ‘돈짱’을 열었다.

“일본 사람들은 원래 삼겹살을 그렇게 구워 먹지 않았어요. 한국식으로 돌판에 구워서 잘라드리고 반찬도 함께 내놨습니다.”

사업은 예상보다 빠르게 자리를 잡았다. 일본 방송에 소개되면서 손님이 몰렸고 주변에 비슷한 삼겹살집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일본 TBS가 소개한 맛집 가운데 높은 평가를 받으면서 ‘돈짱’의 이름도 널리 알려졌다. 당시 TBS가 한 해 동안 소개한 423곳 가운데 가장 맛있는 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 전 회장은 한국식 삼겹살이 확산되는 과정 자체를 하나의 문화 전파로 바라봤다.

“음식도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이 먼저 들어가고, 그다음 음악이나 콘텐츠 같은 다른 문화가 들어갑니다.”

그는 자신의 삼겹살 사업이 신오쿠보 일대 한국 음식점 증가와 코리아타운 활성화에도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자평했다. 한때 직영점이 19개까지 늘었으며 코로나19 이후 사업을 정리해 현재는 도쿄 주요 지역에서 15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을 매입해 직접 점포를 운영하고 나머지 공간을 임대하는 부동산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사업가로 자리잡은 뒤 그의 활동 무대는 한인사회로 넓어졌다. 일본 한인회 행사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동포 행사에도 빠지지 않고 얼굴을 내미는 이유를 묻자 구 전 회장은 ‘네트워크’를 이야기했다.

“사업도 중요하지만 여러 분을 만나 정보도 교환하고, 해외에 있는 한인들이 필요할 때 한목소리를 내야 한국과도 여러가지 교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에게 이번 서울대 ‘세계한인통일평화 최고지도자과정’ 총동문회장 선출은 그런 활동의 또다른 연장선인 셈이다.

구 전 회장은 다시 ‘초대 회장’이라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은 이유를 거창하게 설명하지 않았다.

“힘은 들지만 처음 기반을 잘 만들어놓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자신을 선택한 동문들에게 어떤 회장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묻는 질문에는, 처음과 같은 답을 내놓았다.

“동문 간의 신뢰와 화합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서로에게 실질적인 힘이 되고, 동문이라는 데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동문회를 만들겠습니다.”

구철 회장이 지난 7월5일 재일본한국인 야마나시 연합회 창립식에서 축사를 하는 모습. [구철 회장 제공]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new.kscn.co.kr/news/view.php?idx=14424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1,105. 월요편지 삶의 희로애락만큼 가을도 깊어갑니다.
  •  기사 이미지 ks06 다년간 지도경력 원장직강 (함수학4층, JYP영어2층)
  •  기사 이미지 1,104. 월요편지 가을도 삶도 아름답고 맛있게 익어갑니다.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