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뷰티 유럽 진출을 위해 밀라노·독일·파리 거점을 확대한다. 사진=게티이미지
K-뷰티의 유럽 진출 방식이 온라인 수출과 단기 마케팅을 넘어 현지 소비자 체험, 상설 판매, 규제 대응, 기업간거래(B2B) 유통망 확보를 결합한 ‘현지 사업 인프라’ 구축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9월 25일 이탈리아 밀라노를 시작으로 28일 독일 슈투트가르트, 30일 프랑스 파리에 중소 화장품 기업을 위한 체험·판매 거점을 잇달아 가동한다. 시장 반응을 확인하는 팝업스토어, 실제 판매 실적을 만드는 플래그십스토어, 규제와 바이어 연결까지 담당하는 플래그십 허브를 국가별 시장 성숙도에 따라 달리 배치한 것이 핵심이다.
이 같은 전략 전환의 배경에는 빠르게 커지는 유럽 수출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소기업 화장품 수출은 50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0.7% 늘어 역대 상반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유럽 수출은 7억 7000만 달러에서 12억 6000만 달러로 확대됐으며 공식 증감률은 62.4%다. 북미 증가율 36.8%를 크게 웃돈다.
중소기업 화장품 전체 수출에서 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상반기 약 19.8%에서 올해 약 24.9%로 약 5.0%포인트 높아졌다. 즉 중소 화장품 수출액의 약 4분의 1이 유럽에서 발생하는 구조로 이동한 셈이다. 국내 전체 화장품 수출 역시 올해 상반기 7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7.3% 증가해 역대 상반기 최대를 기록했고, 미국이 14억 5000만 달러로 중국 10억 1000만 달러를 앞서는 등 수출시장 다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유럽 3개 거점은 같은 K-뷰티 매장이지만 역할은 서로 다르다. 밀라노에서는 밀라노 패션위크에 맞춰 9월 25~27일 토르토나 디자인 지구에서 ‘곱다(Gop-da)’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한복의 겹 구조를 활용한 공간에 스킨케어와 메이크업 체험을 결합해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고, 현지 유통업체와 수출 상담 및 계약·업무협약(MOU)을 추진하는 시장 테스트형 거점이다.
독일은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슈투트가르트의 ‘NEMO Store x K-BEAUTY ON’은 지난해 팝업 운영을 거쳐 올해 대형 쇼핑몰 밀라네오(MILANEO)에 상설 매장으로 전환됐다. 단기간 소비자 반응을 보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현지 기업의 기업·소비자간거래(B2C) 판매 실적을 축적하고 이를 바탕으로 B2B 유통망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다.
가장 기능이 복합적인 곳은 파리다. 9월 30일 문을 여는 ‘mmm(Maison des Mille Muses)’은 단순 판매장이 아니라 플래그십 허브로 설계됐다. K-뷰티 제품 판매와 함께 인공지능(AI)을 활용한 퍼스널컬러·피부 진단 등 뷰티테크를 적용하고, 유럽 화장품 제품 신고 포털(CPNP) 관련 컨설팅과 바이어 매칭, 현지 미디어·인플루언서 연계까지 맡는다.
세 국가를 동시에 공략하는 이유는 시장 규모에서도 확인된다. 코스메틱스 유럽(Cosmetics Europe)에 따르면 2025년 유럽 화장품·퍼스널케어 소매시장은 1100억 유로 규모다. 독일이 180억 유로로 유럽 최대 시장이며 프랑스 145억 유로, 이탈리아 128억 유로가 뒤를 잇는다. 세 나라를 합치면 453억 유로로 유럽 전체의 약 41.2%에 달한다. 스킨케어는 323억 유로로 유럽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큰 제품군이다.
따라서 밀라노에서 소비자·트렌드를 검증하고, 독일에서 상설 판매 데이터를 축적한 뒤, 파리에서 규제와 유럽 전역의 B2B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구조는 단순히 세 도시에 매장을 추가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특히 그동안 해외 소비자가 온라인 플랫폼이나 개별 유통업체를 통해 한국 제품을 발견하는 방식에 의존했던 중소 브랜드 입장에서는 ‘시장 조사→판매 실적→유통 파트너 확보’로 이어지는 현지 진출 경로를 만드는 데 의미가 있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팝업스토어를 시장성 검증 단계, 플래그십스토어를 판매·유통망 구축 단계, 플래그십 허브를 규제·마케팅·바이어 연결을 포함한 종합지원 단계로 구분한 데서도 드러난다.
다만 오프라인 거점이 생겼다고 곧바로 유럽 사업 기반이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유럽연합(EU) 화장품 규정은 한국 기업이 제품을 현지에 정식 유통하기 전에 해결해야 할 절차를 요구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EU 시장에 출시되는 화장품은 역내 ‘책임자(Responsible Person·RP)’가 지정돼야 하며, 제품 안전성 평가와 화장품 안전성 보고서(CPSR), 제품정보파일(PIF) 등을 갖춰야 한다. 제품 출시 전에는 CPNP를 통해 제품 정보를 신고해야 한다.
한편 정부의 해외 판매장 정책은 유럽 3개 도시에 그치지 않는다. 2026년 운영 현황은 플래그십 허브 2곳, 플래그십스토어 6곳, 팝업스토어 10곳 등 총 18개 거점을 제시하고 있으며 미국·일본·에스토니아·베트남·칠레·인도네시아·모로코·싱가포르 등으로 형태를 달리해 운영하거나 확대하는 구조다. LA 허브에는 뷰티테크 진단과 라이브커머스, 베트남에는 오프라인과 이커머스를 결합한 O2O, 칠레에는 피부진단형 상담, 싱가포르에는 정보기술(IT)을 연계한 진단 기능을 적용하는 등 시장별 모델도 차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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