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노 일가가 LVMH 경영권 장기 안정화에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
LVMH를 보유한 아르노 일가가 복잡하게 얽힌 지주회사 구조를 하나의 상장사로 통합하는 대대적인 지배구조 개편에 나섰다. 아가슈(Agache)와 크리스찬 디올(Christian Dior SE) 등 여러 회사를 거쳐 LVMH를 지배하던 구조를 단순화하고, 아르노 일가의 경영권을 장기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체제로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도 즉각 반응해 개편안 발표 다음 날 크리스찬 디올 주가는 파리 증시에서 장중 17% 이상 급등했다.
이번 개편은 두 단계 합병과 회사 형태 변경으로 진행된다. 먼저 피낭시에르 아가슈(Financière Agache)를 아가슈가 흡수하고, 다시 아가슈를 크리스찬 디올이 흡수한다. 이후 크리스찬 디올은 프랑스의 주식합자회사(Société en commandite par actions·SCA)로 전환하고 회사 이름을 다시 ‘아가슈’로 변경한다.
절차가 끝나면 현재 여러 회사에 나뉘어 있는 아르노 일가의 LVMH 지배지분 대부분이 새 아가슈에 집중된다. 현재 아르노 일가 그룹은 LVMH 자본의 50.33%, 의결권의 66.27%를 직·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개편 후 새 아가슈는 LVMH 지분 49.76%와 의결권 65.55%를 직접 보유하게 된다.
특히 새 아가슈가 일반 주식회사가 아닌 주식합자회사로 전환되는 점이 중요하다. 이 구조는 일반 주주의 자본 소유와 회사 경영권을 일정 부분 분리할 수 있다. 회사 발표에 따르면 아가슈 코망디테(Agache Commandité)와 베르나르 아르노가 무한책임사원(general partner)이 되고, 아르노 회장은 업무집행사원(managing partner) 지위도 유지한다. 장기적인 가족 경영권 유지에 적합한 구조다.
이번 개편은 LVMH의 장기 승계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아르노 회장의 다섯 자녀는 이미 그룹의 주요 경영직에 참여하고 있으며 장남 앙투안 아르노는 최근 LVMH 집행위원회에 합류해 그룹 이미지·커뮤니케이션·지속가능성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그는 크리스찬 디올 이사회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도 맡아왔다.
즉 이번 개편은 후계자가 누구인지와 별개로 가족의 지분이 향후 여러 상속인에게 나뉘더라도 LVMH에 대한 지배력이 흔들리지 않도록 구조 자체를 먼저 정비하는 성격이 강하다.
시장에서는 LVMH보다 크리스찬 디올 주가가 훨씬 크게 움직였다. 9월 24일 오전 파리 증시에서 크리스찬 디올 주가는 한때 17.42% 상승했다. 같은 날 LVMH의 장중 상승폭은 최대 1.2% 수준이었다.
주가 차이를 만든 핵심 요인은 소수주주를 대상으로 한 공개매수(tender offer)다. 크리스찬 디올을 주식합자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아르노 일가는 자신들이 보유하지 않은 크리스찬 디올 주식을 현금으로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대상은 자사주를 제외한 전체 발행주식의 2.44%이며, 지난 22일 종가 기준 시장가치는 약 16억 3000만 유로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합병과 주식합자회사 전환은 오는 12월 말 완료되고, 크리스찬 디올 소수주주 대상 공개매수는 프랑스 금융시장청(AMF) 승인 등을 거쳐 2027년 1분기 시작될 예정이다. 다만 합병과 공개매수 모두 주주총회와 규제당국의 절차가 남아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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