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공예로 만든 작품.[출처:소르티라파리]
지난 주말 파리 콩코르드 광장의 오텔 드 라 마린에는 프랑스의 오래된 왕실 공간을 보기 위해 찾은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 사이에서 낯선 소재가 눈길을 끌었다. 얇고 가벼운 종이가 조명과 가구, 조형물로 변신한 작품들이다. 한국의 전통 종이 ‘한지’다.
지난 19~20일(현지시간) 유럽문화유산의 날을 맞아 오텔 드 라 마린이 관람객에게 개방되면서 ‘한지마니아'(Hanjimania) 전시에도 관심이 이어졌다. 18세기 프랑스 문화유산 공간에 들어선 한지 작품들은 전통 공예품이라기보다 현대적인 디자인 오브제에 가까운 모습으로 관람객을 만났다.
한지마니아는 한국과 프랑스의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경상북도와 공동으로 마련됐다. 큐레이터 카트린 뤼로와 안강은이 기획한 이번 전시에는 한국의 전통 장인들과 프랑스 디자이너들이 참여했다.
피에르 요바노비치, 콩스탕스 기세, 스튜디오 KO 등 프랑스 디자인계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은 한지의 반투명성, 질감, 유연성과 질긴 특성을 활용해 조명과 가구, 대형 조형물 등으로 표현했다.
8일에는 김혜경 여사가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함께 전시장을 찾아 한지 작품을 관람했다.[출처:청와대 ]
프랑스 현지 매체들의 관심도 이어지고 있다. 디자인 전문매체 ‘메종 아 파르(Maison à Part)’는 9월 19일 한지마니아를 소개하며 ‘오텔 드 라 마린에서의 프랑스-한국 대화’라는 의미를 부각했다. 매체는 한지를 매개로 서로 다른 두 문화와 창작 방식이 만나는 점에 주목했다.
앞서 프랑스 문화·여행 매체 ‘소르티라파리(Sortiraparis)’도 이번 전시를 파리 디자인 위크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소개하며, 한국의 전통 한지가 현대적인 디자인 작품으로 재해석된 점을 조명했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역시 파리 디자인 위크의 주요 전시 가운데 하나로 한지마니아를 소개하며 한국의 전통 소재와 현대 디자인의 만남에 주목했다.
이번 전시에서 한지는 더 이상 평면적인 기록 매체에 머물지 않는다. 빛을 투과시키는 조명에서는 부드러운 질감을 드러내고, 접고 구부리는 방식에 따라 입체적인 형태를 만들어낸다. 프랑스 디자이너들에게는 익숙한 소재가 아니었던 한지가 한국 장인들의 전통 기술과 만나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확장된 셈이다.
전시는 한지 자체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전통 소재가 다른 문화권의 현대적 감각과 만났을 때 어떤 모습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프랑스의 대표적인 역사 공간인 오텔 드 라 마린을 전시장으로 선택하면서 한국의 전통과 프랑스의 문화유산, 현대 디자인을 한 공간에 겹쳐놓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한지마니아 전시는 오는 27일까지 계속된다. 전시가 막바지로 접어든 가운데 현지 디자인 매체들은 한지를 단순한 전통 공예 소재가 아닌 현대 디자인의 가능성을 가진 재료로 소개하고 있다.
앞서 8일에는 김혜경 여사가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와 함께 전시장을 찾아 한지 작품을 관람했다. 두 사람은 한지로 제작된 다양한 작품을 둘러보며 전시를 관람했으며, 이번 방문은 한불 수교 140주년을 계기로 마련된 문화교류의 현장을 함께 살펴보는 자리였다.
한지로 만든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들.[출처:소르티라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