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최초의 농업유전체연구센터의 주요시설을 돌아보는 장면.[코이카 제공]
필리핀이 해외 연구기관에 의존해온 농업 유전자 분석을 자국에서 직접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은 21일(현지시간) 필리핀 라구나주 필리핀국립대학교 로스바뇨스 캠퍼스(UPLB)에서 필리핀 최초의 농업유전체연구센터(Agricultural Genomics Research Center·AGRC) 완공식을 열었다.
이번 센터는 코이카가 UPLB 및 국제미작연구소(IRRI)와 함께 추진한 농업 연구 역량 강화사업의 핵심 시설이다. 3,400㎡ 규모의 연구시설과 600㎡ 규모의 곡물·과일·채소 재배온실을 갖췄으며, 연구장비 77종 107대도 지원됐다.
농업유전체 연구는 작물이나 가축 등의 유전정보를 분석해 생산성이 높거나 병해충과 기후변화에 강한 품종을 개발하는 분야다. 필리핀은 그동안 관련 연구시설과 전문인력이 부족해 일부 농업 시료를 해외 연구기관에 보내 분석해야 했다.
센터가 본격 가동되면 작물뿐 아니라 소·돼지·닭·염소 등 가축, 곤충과 미생물까지 다양한 농업 관련 생물의 유전정보를 현지에서 분석할 수 있다. 해외 운송과 검역 등에 걸리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필리핀의 기후와 농업환경에 맞는 품종 개발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이카는 시설 건립과 함께 연구인력 양성에도 나섰다. 전문인력 학위 프로그램에 25명이 참여하고 있으며, 농업유전체 관련 교과과정 개발과 연구장비 교육, 인턴십 등도 지원했다.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과 9건의 업무협약을 체결해 공동연구와 인적교류 기반도 마련했다.
특히 이번 센터는 한국과 필리핀의 농업 연구협력을 확대하는 거점으로도 활용될 전망이다. UPLB와 세계적인 농업연구기관인 IRRI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 품종과 식량안보 등에 관한 국제 공동연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농업유전체연구센터는 기후변화와 병해충에 강한 품종 개발은 물론 한국과 필리핀 간 농업 연구협력에도 새로운 전기가 될 전망이다. 사진은 완공식에 참석한 인사들이 기념 촬영을 하는 장면.[코이카 제공]
한국과 IRRI의 농업 연구협력은 1960~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은 IRRI와의 연구협력을 통해 확보한 유전자원과 연구성과를 다수확 벼 품종인 ‘통일벼’ 개발에 활용했고, 이는 쌀 자급 기반을 마련하는 데 기여했다.
과거 국제 농업연구 협력의 도움을 받았던 한국이 이제 필리핀의 연구 기반 구축을 지원하고 공동연구를 확대한다는 점에서 이번 센터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이날 완공식에는 이동기 주필리핀 한국대사, 정영선 코이카 필리핀사무소장, 셰릴 마리 나티비다드 카발리에로 필리핀 농업부 차관 등이 참석했다.
이동기 대사는 “농업유전체연구센터가 양국 간 과학기술·연구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어 미래 농업과 식량안보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