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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9-25 16: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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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간호사 6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한 내외빈들.[장순휘 작가 제공]


파독간호사 60주년을 기념하는 뜻깊은 행사가 재독한인간호협회(박소향 회장) 주최로 지난 5일(현지시간) 독일 중부 보트로프시 벨하이머 하우프트슐레 아울라에서 열렸다. 행사장은 미국과 캐나다, 스웨덴, 폴란드, 프랑스 등 전 세계 재외한인간호사회 회원 168명을 비롯해 파독간호사와 가족, 내외 귀빈, 축하공연단 등으로 입추의 여지 없이 만석을 이뤘다.

60년의 희생과 헌신을 기린 1부 기념식

제1부 기념식은 베를린 무악무용단(MuAk, 대표 최윤희)의 화려한 부채춤으로 포문을 열었다. 내빈 소개와 국민의례, 애국가 및 독일 국가 봉창에 이어 순국선열과 호국영령, 그리고 먼저 세상을 떠난 동료 파독간호사들을 향한 엄숙한 묵념이 진행됐다.

박소향 재독한인간호사협회 회장은 기념사에서 “파독간호 60주년이라는 뜻깊은 시간을 맞았다. 파독간호의 역사는 단순한 해외취업이 아니라 독일 사회에서 한국인의 성실성과 책임감을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이 됐다”고 의미를 밝혔다.

이어 “지금은 우리곁에 계시지 않지만 이 땅에서 자신의 젊음과 열정을 바치셨던 모든 파독간호사들의 삶을 마음 깊이 기억한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각계 인사의 축사는 파독간호사들의 공헌을 재조명하고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하는 장이 됐다. 신경림 대한간호협회 회장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강국으로 우뚝서고 한강의 기적을 이룰 수 있었던 그 위대한 초석은 바로 이곳 독일병원 바닥에서 선배님들께서 흘리신 땀과 눈물의 송금수표였다”고 강조했다.

칼 조제프 라우만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RW)주 노동복지부 장관은 “60년 전 독일도 의료 분야에서 어렵고 힘든 시기에 한국에서 간호사들이 파견돼서 진심으로 성실한 근무를 통해 독일인들에게 ‘코리안 엔젤’이라는 칭송을 받았다. 그리고 지금도 그 신화는 독일 간호사 분야의 가장 성공적인 해외인력 활용 사례로 전해진다”며 독일 정부 차원의 깊은 감사를 표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건복지부도 파독간호사 여러분께서 걸어오신 길을 소중히 기억하고, 올바르게 계승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김경협 재외동포청 청장은 “파독은 끝났지만 파독 간호사 여러분들의 역사는 과거에 머물지 않고, 한독 민간가교는 미래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축하했다.

고경석 주독일 대한민국 대사는 “파독간호사 6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하고, 대사로 부임과 동시에 뜻깊은 행사를 맞이해 매우 기쁘다”며 “녹록지 않은 타국 생활 속에서 당당한 독일 사회의 일원으로서 삶을 일구어 오신 여러분들께 진심 어린 존경과 경의를 표한다”고 경의를 전했다.

백관백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사무총장은 “가족과 조국을 위해 낯선 땅 독일행을 선택했고, 언어와 문화장벽, 고된 노동과 외로움 속에서도 환자를 돌보며 한국인의 성실과 온정을 세계에 보여줬다”고 말했고, 이수구 스마일재단 이사장은 “국경을 초월한 여러분의 간호 정신은 오늘날 우리 후배 보건의료인들이 전 세계 인류의 건강권을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을 밝혀주는 등불이 됐다”고 평가했다.

간호사 파독 60년 행사장에 모인 참가자들.[장순휘 작가]


정성규 재독한인총연합회 회장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여러분의 눈물과 인내 그리고 희생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병원에서는 ‘백의의 천사’였고, 가정에서는 자녀를 훌륭히 길러낸 어머니이자 가족의 든든한 기둥이었다”며 파독간호사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이어 케르스틴 그리세 연방 노동사회 정무차관과 마티아스 부쉬펠트 보트로프시 시장, 김장호 구미시장의 축사가 이어지며 양국의 우호 관계와 파독간호사들의 헌신을 다시금 새겼다.

이날 행사에서는 협회와 동포사회에 기여한 봉사자 35명에게 감사장이 수여됐으며, 박소향 회장에게는 한국국제보건의료재단 이사장 감사패가 전달됐다. 특히 장순휘 시인의 축시 ‘노을처럼 다시 빛나는 영원한 별들이시여’가 낭송될 때에는 청중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장 시인은 “파독행을 결심했던 20대 시절을 회고했고, 그 도전이 조국과 가정을 일으킨 한강의 기적의 마중물이었다는 점과 독일 사회의 ‘코리안 엔젤’이라는 신화를 상기하면서 팔순의 시절 이후에도 우리 사회의 위대한 별들로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며 시의 의미를 전했다.

흥과 화합, 감동이 어우러진 2부 축하공연

2부 행사는 가수 겸 작곡가 김정호 씨의 사회로 진행됐다. 오프닝 곡 ‘천년지기’를 시작으로 가수 영호, 손주희의 열창이 이어지며 장내 분위기는 축제의 열기로 가득 찼다. 참석자들은 무대 위아래 구분 없이 어깨를 나란히 하며 흥겨운 춤판을 벌였고, 현장의 독일 하객들도 한민족 특유의 흥과 화합에 뜨거운 호응을 보냈다. 특히 파독간호사 제1진 선배들이 무대에 오르는 깜짝 이벤트가 연출되자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제1진 파독간호사인 하영순 대한노인회 독일지부 회장은 “우리 제1진이 환갑을 맞는 날이다. 너무나 감개무량하다. 70주년, 80주년 때도 다모이자”며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클래식과 합창 무대도 이어졌다. 소프라노 박희진, 소프라노 김현주, 테너 이동욱, 바이올리니스트 강하렴 등이 선사한 아름다운 가곡과 연주, 그리고 특별 참석한 구미시 새마을 여성합창단의 합창은 강당을 감동으로 채웠다. 정안야 시인의 시 ‘하얀 꽃 향기’ 낭송과 참석자들이 길게 줄을 서서 행진하는 ‘콩가 라인(Conga Line)’ 춤이 이어지며 60주년 기념잔치는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특별히 (주)비오신 코리아 강종옥 대표이사의 각별한 후원과 배려가 있었다. 강종욱 대표이사는 “지난 시절 힘겨웠던 60년대와 70년대에 생이별의 아픔을 이겨내고 조국을 위해 멀리 독일까지 와서 국가와 가정을 위해 헌신하신 파독간호사분들의 노고에 감사하는 것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라며 소감을 피력했다. 그리고 비오신 코리아 장폴 본부장과 강성웅 과장은 행사의 성공을 위하여 헌신적인 봉사를 했다.

파독간호사 60주년 기념행사에서 흥겨운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장순휘 작가]


‘산업전사’라는 이름 너머, 이제는 국가가 보은해야 할 때

기념행사 준비위원들이 1년 가까이 공들여 마련한 60주년의 잔치는 끝이 났고, 파독간호사의 역사는 다시 새로운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파독 간호사들이 낯선 독일 땅에서 겪어야 했던 삶의 무게와 애환은 감히 다 헤아리기 어려울 만큼 깊고 묵직하다.

20대 안팎의 젊은 나이에 고국을 떠나 언어도, 문화도 전혀 다른 환경에서 견뎌낸 시간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선 생존과 애국의 과정이었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이어진 이들의 진출은 한국 여성노동사에서 가장 빛나는 성공적 노동수출 사례이자, 대한민국의 오늘을 있게 한 ‘여성 영웅사’ 그 자체다.

그러나 60년이 흐른 지금, 현장에서 만난 80대 황혼의 파독 간호사들은 화려한 수식어 뒤에 숨겨진 실질적인 현실을 냉정하게 되짚었다.

신정희(74) 재독한인간호협회 부회장은 “우리가 지난 시절에 파독의 길을 선택할 수 있게 해준 조국에 감사하며 이곳 독일에서 대한민국의 대표 간호사라는 자부심과 긍지로 열심히 근무했다.

이제 60주년을 맞으며 발전한 조국을 보며 보람과 행복을 느낀다. 그런데 조국은 젊음을 바쳐 일했던 산업전사라는 립서비스는 하지만 노후에 경제·건강·복지에 취약한 우리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가 없기에 서운한 점이 많았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수정(80) 재독한인간호협회 이사는 “파독간호사와 파독광부는 재독한인사회의 초석을 놓았던 분들이다. 우리들의 역사가 체계적이고 학술적으로 연구돼서 후대들에게 나라사랑의 이정표가 돼야 한다. 정부가 나서서 파독 산업전사에 대한 역사기념관·복지관을 건립해서 노후의 명예와 존재적 인정을 해줘야한다”며 정부와 재외동포청의 정책적 과제를 촉구했다.

조용순(74) 재독한인간호협회 섭외분과위원장 역시 “국회는 산업전사로 조국을 위해 헌신한 파독간호와 파독광부에 관한 처우개선법률을 제정해 실질적인 신분보장과 노후연금 대상의 수혜를 개선해야 한다. 국가에 대한 헌신과 희생이 결코 잊혀지지 않는다는 애국적 보상은 필요하다”며 강한 법적 개선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들의 절절한 목소리는 이번 60주년 기념사업이 일회성 이벤트나 수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제 80대 노령에 진입한 파독간호사들에게 필요한 것은 말뿐인 찬사가 아닌, 세심하고 실질적인 국가 차원의 복지·관리 시스템과 법적 보상이다.

정부와 보건복지부, 재외동포청의 실질적인 후원제도 마련과 정책적 배려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청춘을 바쳐 대한민국 경제의 기틀을 다진 ‘코리안 엔젤’들에게, 이제는 조국이 더 늦기 전에 실질적인 보은(報恩)으로 응답해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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