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VMH 수장 아르노가 블룸버그 부호 순위 톱10에서 밀려났다. 사진=게티이미지
한때 세계 최고 부호 자리를 차지했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LVMH 회장이 세계 10대 부호 순위에서 밀려났다. 단순한 개인 자산 순위 변동이라기보다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미국 기술기업의 기업가치가 급팽창하는 사이, 중국 소비 둔화와 수년간 이어진 럭셔리 업황 조정이 유럽 명품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압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블룸버그가 9월 10일 집계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에 따르면 아르노의 순자산은 1430억 달러로 내려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보다 아래로 밀렸다. 이에 따라 블룸버그가 이 지수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세계 10대 부호가 모두 미국인으로 채워졌다. 1위 일론 머스크의 자산은 9188억 달러로 집계됐으며 래리 페이지, 제프 베이조스, 세르게이 브린, 마이클 델 등 기술기업 창업자들이 상위권을 장악했다.
아르노의 순위 하락을 직접적으로 끌어낸 것은 LVMH 주가다. 유로넥스트 파리에서 LVMH는 9월 10일 406.50유로에 장을 마쳤다. 9월 3일 로이터는 LVMH 주가가 2.3% 떨어지며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고 보도했다. 유럽 주요 럭셔리 기업을 추종하는 ‘스톡 유럽 럭셔리 10(STOXX Europe Luxury 10)’ 지수도 당시 연초 대비 19% 하락했다.
시장 조정의 핵심은 럭셔리 업황에 대한 투자자의 눈높이가 낮아졌다는 데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LVMH 시가총액이 2023년 고점에서 크게 후퇴해 약 2130억 유로로 줄었으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19년 이후 일부 명품 가격이 50~70% 상승한 가운데 약 6000만 명의 ‘열망형(aspirational) 럭셔리 소비자’가 시장에서 이탈한 것이 업계 성장 동력을 떨어뜨린 요인으로 지목됐다.
중국 소비도 부담이다. 포브스는 아르노가 9월 세계 10대 부호에서 탈락한 배경으로 중국 소비자의 명품 지출 감소에 따른 LVMH 주가 약세를 직접적으로 지목했다. 9월 1일 포브스 순위에서도 아르노와 워런 버핏이 톱10에서 빠진 반면, 자라(Zara) 모기업 인디텍스 창업자 아만시오 오르테가는 한 달 동안 자산이 50억 달러 늘면서 1480억 달러로 세계 10위에 올라섰다.
아르노의 톱10 탈락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글로벌 부의 중심축이다. 블룸버그 기준 세계 10대 부호가 처음으로 모두 미국인이 됐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소프트웨어, AI, 반도체, 인터넷, 전기차·우주 등 기술산업과 연결돼 있다. 이는 AI 투자 사이클이 기업 실적뿐 아니라 창업자·대주주의 자산가치까지 급격히 확대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회복 신호도 아직 확실하지 않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집계한 3분기 럭셔리 산업 데이터에서는 수요 증가세가 2분기보다 약 3%포인트 둔화됐으며 미국과 일본,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에서 약세가 두드러졌다. 1분기보다 개선됐던 LVMH의 2분기 실적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 있을지를 투자자들이 확신하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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