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오후 6시께 서울 경복궁 돌담길. 관광객 사이로 러너들이 혼자 또는 삼삼오오 달린다. 해가 기울고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뛰는 사람은 더 늘어난다. 댕댕런, 모닝런 등 러닝 문화가 확산된 북촌과 서촌에서 이제 쉽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푸마 ‘스니커 박스 북촌점’에서 기자가 러닝 코칭을 체험하고 있다. 사진=정정숙 기자
인근 북촌 화동에는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푸마(PUMA)의 스니커즈 전문 매장 ‘스니커 박스 북촌점(SNEAKER BOX Bukchon)’이 지난 11일 문을 열었다. 국내 푸마 매장 최초로 러닝랩 ‘푸마락(PUMARAK)’을 마련했다. 신발을 고르고 신어보는 데 그쳤던 매장 경험을 직접 뛰고 자세를 분석받는 단계까지 넓혔다.
이날 기자는 이곳에서 러닝 코칭을 약 30분간 직접 체험했다. 발을 측정해 러닝화를 추천받고 트레드밀에서 자세를 분석·교정한 뒤 보강운동까지 진행했다.
푸마의 스니커 박스 북촌점 외관.
정세윤 런콥(RUNCOP) 러닝 코치가 강조한 것은 3가지다. 몸의 무게중심을 바로잡고 고관절을 효율적으로 움직이며 팔은 앞보다 뒤로 더 보낸다. 주먹이 시야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앞쪽 움직임을 줄이는 것이 포인트다.
먼저 양쪽 발 길이를 잰 뒤 러닝랩에 설치된 풋스캐너에 올라섰다. 화면에는 발 너비와 높이, 아치 형태 등이 자동으로 표시됐다.
정 코치는 큰 발을 기준으로 러닝화를 고르고 달릴 때 발이 붓는 점을 고려해 발가락 앞쪽에는 여유를 둬야 한다고 설명했다.
푸마 스니커 박스 북촌점 러닝랩에서 발을 측정하고 러닝화를 추천받는 과정.
측정 결과에 맞춰 ‘디비에이트 나이트로 퓨어(Deviate Pure NITRO)’를 추천받았다. 신발을 신자 코치는 앞부분을 눌러 발끝의 여유 공간을 확인했다. 추천받은 러닝화를 신고 바로 옆 트레드밀에 올랐다.
처음에는 천천히 걷다가 속도를 높여 달렸다. 코치는 옆과 뒤에서 달리는 모습을 촬영했다. 몇 분 뒤 화면에는 방금 뛰었던 모습 위로 몸의 기울기와 각도가 표시됐다.
먼저 허리를 세워 무게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고관절을 이용한 다리 움직임도 강조했다. 첫 촬영에서 무릎 각도는 59도로 나타났다. 정 코치는 50도를 이상적인 각도로 제시하고 무릎을 억지로 높이 들기보다 고관절을 활용해 뛰라고 주문했다.
팔 스윙은 앞보다 뒤쪽 움직임을 강조했다. 정 코치는 “주먹이 눈앞에 보이면 안 된다. 앞으로 많이 올리지 말고 뒤로 간결하게 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달라진 자세, 영상과 리포트로 확인
허리를 세우고 고관절을 접어 다리를 움직이며 팔을 뒤로 보내는 세 가지를 의식한 채 다시 뛰었다. 평소 자연스럽게 하던 동작을 하나씩 신경 쓰자 처음에는 오히려 어색했다.
두 번째 영상을 확인하자 무릎 각도는 59도에서 55도로 줄었다. 코치가 제시한 50도에 가까워졌다.
트레드밀에서 촬영한 러닝 자세 분석 화면. 무게중심과 무릎 각도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정정숙 기자
뒤에서 촬영한 영상에서는 오른쪽 어깨가 조금 낮게 나타났다. 정 코치는 가슴과 어깨 주변을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권했다.
이어 벽을 짚고 한쪽 다리로 선 뒤 반대쪽 다리를 들어 올리는 보강운동을 했다. 1분 가까이 버티자 지지하는 다리의 엉덩이와 허벅지에 힘이 들어왔다. 자세가 흐트러지면 코치가 바로 잡아줬다.
코칭이 끝난 뒤 휴대전화로 개인별 러닝 자세 리포트를 받았다. 상체 무게중심과 팔 동작, 무릎 움직임, 좌우 밸런스 등 10개 영역을 분석한 결과 팔 동작과 좌우 밸런스는 양호했다. 상체 무게중심과 무릎 움직임, 어깨 라인은 개선 항목으로 표시됐다.
러닝랩 한쪽에는 지난 8월 등록한 특허증도 걸려 있다. 푸마와 협업해 북촌점 러닝랩을 운영하는 런콥컴퍼니는 ‘지능형 러닝 데이터 기반 맞춤형 교육 제공 시스템 및 학습 성과 분석 방법’으로 특허를 등록했다.
현재는 코치들이 직접 영상을 분석하고 자세를 교정한다. 런콥컴퍼니는 러닝 데이터를 축적해 향후 AI가 코치의 분석과 피드백 일부를 대신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러닝 코칭은 약 30~40분 진행된다. 코치들이 교대로 상주하며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운영한다. 현재 고객이 매장에 방문해 데스크에 문의하면 예약제로 체험할 수 있다.
북촌의 지역성을 반영해 우 단청을 연상시키는 문양을 적용한 2층.
푸마가 북촌점을 연 데는 이 지역의 러닝 문화가 배경에 있다. 푸마는 북촌이 도심 러닝 스팟으로 떠오르는 점에 주목해 매장이 북촌 러닝 코스의 한 지점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공간을 기획했다. 향후 스니커 박스 북촌점을 도심 속 ‘러닝 핫스팟’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스니커 박스 북촌점은 1층 스포츠스타일 공간 ‘푸마루(PUMARU)’, 1.5층 다락방 형태의 러닝랩 ‘푸마락(PUMARAK)’, 2층 러닝·모터스포츠 공간 ‘푸마헌(PUMAHEON)’으로 구성했다. 러닝랩 ‘푸마락’에는 풋스캐너와 트레드밀을 갖췄다.
북촌·서촌 일대는 경복궁 돌담길과 인왕산 등 도심 러닝 코스와 가깝다. 이날 저녁 경복궁 돌담길에서도 관광객 사이를 달리는 러너들이 잇따라 눈에 띄었다.
북촌의 지역성을 반영해 우드 소재와 단청을 연상시키는 문양을 공간 곳곳에 적용했다. 2층에는 디비에이트 나이트로 퓨어, 디비에이트 나이트로 엘리트 4, 포에버런 나이트로 3 등 러닝화를 용도별로 진열해 직접 신어볼 수 있도록 했다.
운동 뒤 땀을 닦거나 옷매무새를 정리할 수 있는 파우더룸과 야외 공간 ‘푸마당(PUMADANG)’도 마련했다. 푸마는 고객이 매장에 머물며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러닝 체험을 마치고 매장을 나서자 흰 자갈이 깔린 입구 너머 나무 데크 계단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러닝과 관광이 한데 섞인 북촌의 저녁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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