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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위고, 중국서 ‘만주사변’ 역풍…반복되는 패션업계 ‘역사’ 리스크 - -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협업 9·18 발매 취소 - - 유니클로·자라·로에베 등 역사 검증 실패 이어져
  • 박병두 기자
  • 기사등록 2026-09-22 09: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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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브랜드가 애니메이션 협업 과정에서 중국 역사 리스크에 직면했다. 사진=위고


글로벌 패션기업의 ‘역사’ 리스크가 반복되고 있다. 일본 패션 브랜드 위고(WEGO)가 중국 첫 콘셉트 플래그십 개점을 앞두고 애니메이션 협업 상품 출시일을 중국에서 만주사변을 상징하는 9월 18일로 정했다가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위고는 결국 협업 판매를 중단했고 중국 법인은 사과문을 냈다.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각국의 집단적 역사의식을 자극하는 경우가 잇따르며 패션기업의 현지화 전략에 ‘역사적 맥락 검증’이 필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위고는 지난 9월 7일 일본에서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협업 의류와 굿즈를 9월 18일부터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이날이 1931년 만주사변이 시작된 ‘9·18 사변’ 95주년이라는 점이었다. 더욱이 협업 대상인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는 이미 중국에서 역사적 민감성과 관련한 논란을 경험한 IP였다. 2020년 작품 속 인체실험을 하는 악역의 이름에 ‘마루타(丸太)’가 사용되면서 중국과 해외 독자들의 반발이 발생했고, 출판사 슈에이샤는 해당 이름이 과거의 비극적인 역사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캐릭터명을 변경하고 사과했다.

이런 이력을 가진 IP와의 협업 상품을 9월 18일 출시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중국 SNS와 전자상거래 채널에서 비판이 확산됐다. 중국 법인은 지난 11일 일본 본사가 일본 시장을 대상으로 기획한 협업이었다면서 사전에 충분하고 신중한 검토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일본 본사가 협업을 종료하고 관련 정보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위고 일본 본사 홈페이지에도 12일 협업 상품 판매 중단 공지가 올라왔다. 위고는 오는 9월 29일 상하이에 187㎡ 규모의 중국 첫 콘셉트 플래그십 ‘위고 하라주쿠’를 열고 중국 시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려던 시점이었다.

‘역사 리스크’는 회계나 법률상 정형화된 위험 항목은 아니지만 글로벌 패션기업에는 실질적인 경영 리스크가 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19년 유니클로 광고 논란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광고 원문에서 90대 여성이 과거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의미로 답하는 장면을 한국판에서는 ‘80년도 더 된 일을 어떻게 기억하느냐’는 취지로 번역했다. 원문에는 없던 ‘80년’이라는 숫자가 일제강점기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연상시킨다는 비판이 확산됐다. 유니클로는 역사 문제를 겨냥한 의도가 없었으며 세대 차이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국내 광고 송출을 중단했다.

유럽에서는 자라(Zara)가 2014년 파란색과 흰색 줄무늬에 노란색 육각 별을 부착한 아동용 상의를 출시했다가 홀로코스트 당시 유대인 강제수용소 수감복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받았다. 인디텍스 측은 서부영화의 보안관 별에서 영감을 얻은 디자인이며 의도적인 유사성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제품을 신속히 철수하고 사과했다. 로에베도 2019년 영국 도예가 윌리엄 드 모건에서 영감을 받은 캡슐 컬렉션에 검정·흰색 세로 줄무늬 상하의를 선보였다가 강제수용소 수감복을 연상시킨다는 지적을 받았다. 로에베는 역사적 비극을 언급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밝혔지만 결국 해당 제품을 판매 대상에서 제외하고 사과했다.

이처럼 전쟁과 식민지배, 홀로코스트, 인종차별, 국가 정체성 등 집단적 기억과 상품·마케팅이 충돌하면 단기간에 불매운동과 제품 철수, 파트너십 종료, 브랜드 이미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패션산업은 색상·문양·군복·국기·지도·숫자처럼 상징적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과거의 복식과 문화를 끊임없이 재해석한다. 최근에는 애니메이션·게임·아티스트와의 IP 협업도 급증했다. 이에 따라 패션기업은 단순한 디자인 검수뿐 아니라 협업 IP의 과거 논란과 시장별 역사적 맥락까지 사전에 검토하는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상품 기획 단계에서는 협업 IP·인물·디자인이 주요 판매국에서 과거 어떤 논란을 일으켰는지 확인해야 한다. 출시 일정 역시 전쟁 발발일, 독립기념일, 추모일 등 각국의 민감한 날짜와 겹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번역과 광고 문구는 원문에 없던 의미가 현지화 과정에서 추가되지 않는지 검수해야 하며, 국기·지도·군복·문양·특정 숫자를 활용할 때도 지역별 의미를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본사와 현지 법인의 검수 체계를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 위고 사례처럼 일본 시장만을 대상으로 기획한 상품도 중국 사업에 직접적인 평판 충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지 조직이 단순히 번역과 판매를 담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역사·문화적으로 민감한 요소를 발견할 경우 출시나 마케팅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권한과 절차를 갖춰야 한다.

Tag#위고#역사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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