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학병원들이 고난도 임상 경험을 늘리고 있다.
국내 주요 병원들이 로봇수술과 켈로이드 치료, 두경부암 재건 등 전문 치료 분야에서 의미 있는 누적 기록을 잇달아 세우고 있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이 비수도권 병원 최초로 로봇수술 1만회를 넘어섰고 차 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은 켈로이드 흉터 전자선 치료 1만건을 기록했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국내 최초로 두경부암 미세재건수술 2000회를 달성하며 고난도 수술 경험 및 다학제 협진 역량을 입증했다.
먼저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은 최근 원내 행소대강당에서 '로봇수술 1만회 달성 기념식'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비수도권 병원 최초이자 전국 10번째로 누적 로봇수술 1만회를 달성한 것을 기념하고, 그간의 임상 성과를 공유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상훈 로봇수술센터장(산부인과 교수)은 "1만회는 각 진료과 집도의, 수술실·병동 간호사, 진료 지원 부서 등 모두의 완벽한 팀워크가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라고 말했다.
동산병원은 2011년 6월 다빈치Si 로봇수술을 시작으로 2016년 1000회, 2021년 4000회를 넘어섰으며 2026년 9월 기준 누적 1만64회를 기록했다.
최근 수술 건수는 37% 증가하며 대구·경북 지역 1위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또 고난도 최소침습 수술에 활용되는 단일공 로봇수술기(다빈치SP) 사용률에서 전국 3위에 올랐으며 진료과별 누적 수술 규모에서도 부인과 전국 7위, 대장항문외과 전국 8위를 달성했다.
특히 동산병원 로봇수술센터는 세계 최초 기록을 다수 보유하며 로봇수술 발전을 이끌어왔다. 2016년 세계 최초로 자궁내막암 단일공 로봇수술과 직장암 단일공 로봇수술을 성공했다. 이외에도 소아 담관낭종 및 담도폐쇄증 단일공 로봇수술 세계 최초로 성공하는 등 각 진료과에서 최소침습 수술의 한계를 극복하며 안정적인 임상 적용을 선도하고 있다.
로봇수술센터는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임상 역량을 더욱 고도화할 계획이다. 차세대 로봇 플랫폼인 다빈치5(DV5) 도입을 추진하고 다빈치SP(단일공 수술로봇)를 추가 확충하여, 초정밀 맞춤 치료 수요에 적극 대응할 예정이다. 아울러 진료과 간 교육 및 연구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해 수술 가능 영역을 지속적으로 넓혀갈 방침이다.
배재훈 의료원장은 "진료과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인 로봇수술 분야에서 1만회를 달성한 것은 뜻깊은 일"이라며 "지역 환자들이 수도권에 가지 않고도 정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차 의과학대학교 일산차병원은 최근 켈로이드 흉터 전자선 치료 1만 건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2020년 8월 켈로이드 클리닉을 개소한 이후 약 6년 만의 성과로 국내 최다 건수다. 2024년 누적 치료 5000건을 넘어선 데 이어 2년여 만에 치료 건수가 두 배로 늘었다.
켈로이드는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에서 섬유조직이 과도하게 증식해 원래 상처의 범위를 넘어 흉터가 커지는 질환이다. 붉고 단단하게 돌출되는 형태로 나타나며 가려움이나 통증을 동반할 수 있다.
일산차병원 켈로이드 클리닉은 방사선종양학과에서 선형가속기(LINAC)의 일렉트론빔(전자선)을 이용해 켈로이드 절제 부위를 치료한다. 전자선의 물리적 특성을 활용해 수술 부위에 방사선을 조사(照射)함으로써 켈로이드 조직의 재증식과 재발 위험을 낮춘다.
일산차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양고운 교수는 "켈로이드는 절제 후에도 다시 증식할 수 있어 수술과 전자선 치료의 시기를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산과를 비롯한 진료과와 긴밀히 연계해 환자 상태에 맞는 치료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특히 켈로이드 치료를 받은 환자의 50% 이상이 제왕절개 출산 후 흉터 예방을 위해 전자선 치료를 받은 산모로 나타났다.
기존 제왕절개 부위에 켈로이드 흉터가 있는 산모가 다시 제왕절개를 받는 경우 수술 과정에서 기존 흉터를 함께 절제한 뒤 수술 다음 날부터 하루 한 차례씩 3일간 전자선 치료를 받는다.
출산 후 입원 기간에 대부분의 치료를 마칠 수 있으며 전자선은 체외에서 조사하기 때문에 치료 후 체내에 방사선이 남지 않는다.
일산차병원은 강남, 일산 등 지역의 켈로이드 전문 성형외과와도 연계해 귓볼, 어깨, 가슴 등 다양한 부위의 켈로이드 절제술을 받은 환자에게 전자선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환자에게는 절제 후 약 72시간 이내 전자선 치료를 시행한다.
송재만 원장은 "켈로이드 흉터 치료 1만 건은 수술 이후 삶의 질까지 세심하게 살피려는 노력의 결과"라며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들이 치료 이후의 일상에서도 만족할 수 있도록 환자 중심의 의료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최종우·오태석·정우식·김영철 교수팀은 국내 최초로 두경부암 미세재건수술 2000회를 달성했다.
이 기록은 1996년 처음 수술을 시작해 2019년 1000회를 달성한 이후 불과 7년 만에 다시 1000회를 시행한 결과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두경부재건성형팀은 2000년대 연평균 약 30건이었던 두경부암 미세재건수술을 최근 5년간 연평균 130건 이상 시행하며 수술 건수가 4배 이상 증가했다.
이 같은 성과는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두경부암팀을 비롯한 여러 진료과가 긴밀하게 협력하는 다학제 진료 시스템과 장기간 축적해 온 고난도 수술 경험이 뒷받침됐기에 가능했다.
두경부암은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상악암, 하악암 등 머리와 목의 다양한 부위에서 발생하는 암을 통칭한다. 발생 부위와 병기에 따라 예후가 크게 다르며, 특히 진행된 두경부암은 치료가 어렵고 생존율이 크게 낮아지는 중증 질환이다.
두경부암 치료에서는 암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뿐 아니라 제거된 조직을 어떻게 재건해 환자의 기능과 삶의 질을 회복시키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암 제거 과정에서 혀나 구강, 인두, 후두, 상·하악골 등의 상당 부분을 절제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적절한 재건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환자는 말하거나 음식을 삼키는 기본적인 기능에 심각한 장애를 겪을 수 있으며, 얼굴과 목의 형태에도 큰 변형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환자들이 다시 말하고, 삼키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미세유리피판을 이용한 두경부 재건수술이다.
미세유리피판 재건수술은 환자의 허벅지, 팔, 복부, 종아리 등에서 피부나 근육·뼈 등의 조직을 혈관과 함께 채취해 암 제거 부위로 옮긴 뒤, 현미경을 보면서 직경 약 1~2mm의 작은 동맥과 정맥을 연결해 이식한 조직에 혈류가 공급되도록 하는 고난도 수술이다.
특히 최종우 교수팀은 세계 최초로 단순 연부조직 재건뿐 아니라 기능적 근육 이식까지 시행해 혀의 움직임을 동적으로 재건함으로써 환자가 음식을 삼키는 데 겪는 어려움을 최소화 하고 있다.
두경부암 수술은 이비인후과 두경부암팀이 약 5~6시간에 걸쳐 암과 경부 림프절을 제거한 직후 성형외과 재건팀이 수술을 이어받아 다시 5~6시간 이상 재건하는 경우가 많아 여러 진료과 의료진의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다. 또 구강 내 복잡한 3차원 해부학적 구조를 복원해야 하고 침이 수술 부위로 새지 않도록 정교하게 봉합해야 해 의료진의 높은 숙련도가 요구된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두경부재건성형팀은 이러한 고난도 미세유리피판 재건수술에서 약 97%의 높은 성공률을 유지하고 있다. 정교한 재건은 넓은 범위의 조직을 절제해야 하는 경우에도 적극적인 암 치료를 가능하게 한다. 또한 수술 후 식사와 의사소통 등 주요 기능을 회복시켜 환자가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종우 교수는 "두경부암 미세재건은 미세혈관을 다루는 수술로 암 제거수술 직후 장시간 이어지는 고난도 수술인 데다 수술 후 이식한 조직에 문제가 생기면 새벽에도 다시 나와 응급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럼에도 환자가 다시 말하고 음식을 삼키며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성형외과 의사로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분야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두경부암 치료와 재건은 어느 한 명의 의사만으로는 결코 완성할 수 없고 이비인후과 두경부암팀을 비롯해 성형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재활의학과, 치과와 간호팀 등 여러 분야의 의료진이 오랜 기간 함께 만들어 온 팀워크가 있었기에 2000회 달성이 가능했다"며 "앞으로도 단순히 암을 치료하는 것을 넘어 환자가 최대한 정상적인 기능과 삶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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