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의료기기 업체들이 유럽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디지털헬스 및 의료기기 기업들이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스카이랩스, 큐렉소 등의 기업들이 유럽 의료기기 규제 인증 획득, 현지 유통기업과의 계약,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과의 협업 등을 통해 실제 판매와 의료현장 적용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먼저 스카이랩스는 영국을 유럽 시장 확대의 주요 거점으로 삼고 있다. 스카이랩스는 지난 14일부터 15일까지 영국 리버풀에서 열린 '제45회 영국·아일랜드 고혈압학회 연례 학술대회(BIHS 2026)'에 참가해 반지형 혈압계 CART의 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학회 산학세션에서는 전남대병원 순환기내과 이기홍 교수가 광혈류측정(PPG) 센서를 기반으로 혈압을 측정하는 CART의 유효성 검증 데이터와 함께 심방세동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4시간 혈압 모니터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반지 형태의 혈압계를 활용해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시간대별 혈압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 연구다. 병원에서 특정 시점에 혈압을 측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낮과 밤에 걸친 혈압 변화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 가능성을 제시했다.
특히 야간 혈압을 비롯한 일중 혈압 변화는 기존의 간헐적 혈압 측정만으로는 충분히 파악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꼽힌다. 스카이랩스는 웨어러블 형태의 혈압계를 통해 이러한 데이터를 보다 편리하게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영국 의료진에게 제시했다.
현지 의료진과 실제 진료현장에서의 활용 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영국·아일랜드 고혈압학회 회장인 이안 윌킨슨 교수는 CART가 외래 환자가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상대적으로 편안하게 혈압을 측정할 수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스카이랩스는 학술적 검증에 이어 현지 공급망 구축에도 나섰다. 최근 유럽 의료기기 기업 IEM과 유통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 상반기부터 영국 병·의원과 약국을 대상으로 CART 공급 확대를 추진한다.
영국 시장은 스카이랩스 입장에서 사업성 측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회사에 따르면 국내 24시간 활동혈압검사의 병·의원 수가는 약 1만8000원 수준인 반면 영국은 약 21만8000원 수준이다. 영국에서는 병·의원뿐 아니라 약국에서도 활동혈압검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건당 50.85파운드 수준의 검사 수가가 적용되고 있다.
고혈압 환자 규모도 크다. 영국심장재단(BHF)에 따르면 영국에서 고혈압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성인은 약 1600만명에 달한다. 스카이랩스는 병·의원과 약국을 함께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스카이랩스의 경우 국내 의료현장 도입 경험 역시 유럽 진출 과정에서 중요한 기반이 될 전망이다. 반지형 커프리스 혈압계 '카트 비피 프로'는 일상생활과 수면 중에도 혈압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제품으로 지난 6월 기준 국내 빅5 병원을 포함해 전국 1800여개 병·의원에 도입됐다.
이병환 스카이랩스 대표도 국내에서 축적한 임상 데이터와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영국 의료진과 약사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고 이를 유럽 시장 확대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의료로봇 분야에서는 큐렉소의 유럽 진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큐렉소는 독일 뮌헨 BMW Welt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관절치환술학회 'ISTA 2026'에 참가해 인공관절 수술로봇 'CUVIS-joint'를 유럽 의료진과 업계 관계자들에게 소개했다.
ISTA는 관절치환술 분야 의료진과 의료기기 기업, 연구기관 관계자 등이 참여하는 국제 학술행사다. 큐렉소는 현장에서 전시부스를 운영하며 CUVIS-joint 시연과 함께 유럽 정형외과 의료진 및 관련 기업과 접점을 넓혔다.
큐렉소의 유럽 사업 확대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올해 확보한 CUVIS-joint의 유럽 CE MDR 인증이다.
유럽연합 의료기기규정인 MDR은 유럽 의료기기 시장 진입을 위한 핵심 규제 요건이다. 인증 획득에 따라 큐렉소는 제품 홍보 중심의 시장 탐색 단계를 넘어 실제 판매와 유통망 확보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유럽은 인공관절 및 정형외과 의료기기 분야에서 주요 시장 중 하나다. 독일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영국 등은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관절질환 및 인공관절 수술 수요가 지속되고 있다.
로봇수술 역시 정밀한 수술계획과 인공관절 삽입을 지원하는 수단으로 활용 범위를 넓히고 있어 글로벌 의료로봇 업체들의 시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큐렉소는 국가별 현지 파트너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정형외과 전문기업 Permedica Orthopaedics와 파트너십을 구축했으며 스페인과 포르투갈에서는 의료기기 유통기업 Medcomtech와 협력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 의료기기 시장은 국가별 병원 구매체계와 의료기기 유통망이 서로 다른 만큼 CE MDR 인증 이후에도 현지 의료진과 유통기업을 확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큐렉소 역시 국제 학회를 활용해 제품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국가별 영업 및 판매 네트워크 구축을 병행하고 있다.
큐렉소는 CE MDR 인증을 기반으로 유럽 주요 국가에서 판매 및 영업망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인공지능 기반 의료기기 기업들의 유럽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수면 AI 기업 에이슬립은 최근 프랑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에어리퀴드헬스케어와 수면무호흡증 선별 및 관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찾아내는 선별 단계에서부터 진단과 치료 이후 장기 관리까지 이어지는 의료서비스 모델 구축에 협력한다.
특히 단순히 유럽 현지 유통사를 확보하는 방식과 달리 글로벌 재택의료 기업의 기존 환자 관리 체계에 AI 의료기기를 결합하는 사업 모델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에어리퀴드헬스케어는 프랑스 에어리퀴드그룹의 헬스케어 사업부문으로 전 세계 30개국에서 만성질환 환자 약 230만명의 재택 관리를 지원하고 있다. 약 2만곳의 병원과 의료기관에도 의료가스 및 관련 서비스를 공급하고 있다.
양사는 우선 한국에서 협력 모델을 검증한다.
에어리퀴드헬스케어의 국내 재택 환자 관리 체계에 에이슬립의 AI 의료기기 '앱노트랙'을 적용해 미진단 수면무호흡증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수면다원검사 전 선별검사와 양압기 치료 순응도 모니터링, 장기 환자 관리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앱노트랙은 별도 웨어러블 장비를 착용하지 않고 스마트폰 마이크를 이용해 사용자의 수면 중 호흡음을 분석하는 AI 의료기기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머리맡에 두고 잠을 자면 호흡음을 분석해 수면무호흡·저호흡지수(AHI)를 산출하고 이를 의료진이나 서비스 제공자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에이슬립은 특히 한국에서 구축한 협업 모델을 향후 유럽 시장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앱노트랙은 지난 2월 유럽 의료기기규정에 따른 CE 인증을 획득했으며 현지에서도 초기 검증이 진행되고 있다. 에어리퀴드헬스케어가 이미 다수의 유럽 국가에서 재택 환자 관리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활용해 국가별 적용 가능성을 검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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