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현지 김임순 기자

세계 최대 패션소재 전시회 ‘프리미에르 비죵 파리(Premiere Vision Paris) 2026’가 9월 1일 프랑스 파리에서 본격 개막한 가운데, 올해 전시장에서는 한국 산업에 대한 조명이 두드러져 주목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K-Beauty를 대표하는 한국콜마와 K-Textile을 대표하는 DI동일이 각각 뷰티와 고급 면 소재를 앞세워 전면에 등장했다. 단순히 한국 참가기업의 수가 늘어난 차원을 넘어 한국의 소재·제조 경쟁력이 새로운 관점에서 부각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PV가 한국을 주목하는 방식도 과거와 달라졌다. 그동안 한국 기업들은 원사와 직물 등 패션소재를 중심으로 글로벌 바이어와 상담하며 경쟁력을 알려왔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패션소재의 범주를 넘어 뷰티와 고급 천연소재까지 한국의 산업 경쟁력을 확장해 보여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뷰티다. PV는 이번 9월 전시에서 패션과 뷰티산업의 접점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프랑스 화장품산업 클러스터인 코스메틱 밸리(Cosmetic Valley)와 협력해 ‘Cosmetic Village’를 구성하며 뷰티를 새로운 전시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한국콜마 부스

향수와 화장품 연구개발, 제조, 패키징 등을 담당하는 프랑스 기업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국에서는 한국콜마가 글로벌 뷰티 전문기업으로 별도 조명되고 있다.
전 세계 4800여 개 고객사를 확보한 한국콜마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단순히 K-Beauty의 글로벌 인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PV는 시장과 트렌드 분석을 시작으로 제품 기획, 연구개발, 색채 연구, 제조까지 전 과정을 아우르는 한국콜마의 통합 OEM·ODM 시스템과 이를 뒷받침하는 제조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뷰티 브랜드의 요구를 빠르게 상품화하고 이를 실제 생산으로 연결하는 한국 특유의 제조·R&D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한국콜마를 선택한 것이다. 특히 한국콜마는 이번 전시에서 단순 참가기업의 위치를 넘어 PV가 직접 소개하는 글로벌 뷰티 혁신 사례로 부각되고 있다.
패션소재 전문 전시회였던 PV가 뷰티를 새로운 산업 축으로 끌어들이는 시점에 한국콜마가 전면에 등장했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K-Beauty가 소비자 트렌드를 넘어 글로벌 제조산업의 경쟁력으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DI 동일 부스

DI동일 마라톤 자수사
면에 기능 입힌 DI동일…‘K-Textile’ 새 경쟁력 제시
텍스타일 분야에서는 DI동일의 참가에 유럽을 비롯한 고급 소재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DI동일은 이번 PV에서 ‘K-Textile Pioneer’를 앞세워 고급 코튼 니트와 기능성 면 소재, 마라톤 자수사를 선보였다.
특히 프리미엄 코튼을 기반으로 재귀반사·방수·발수·감온 등의 기능을 접목한 ‘Performance Cotton Collection’을 통해 면 소재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단순히 천연섬유를 고급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면이 가진 자연스러운 감성과 기능성을 동시에 구현해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새롭게 형성되는 수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DI동일의 참가가 더욱 주목되는 이유는 효성티앤씨 등 기존 글로벌 소재 강자와는 보여주는 경쟁력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효성티앤씨가 글로벌 원사기업으로 오랜 기간 PV에서 첨단 원사와 친환경 소재 경쟁력을 보여왔다면, DI동일은 이번 첫 전시를 통해 한국 섬유산업의 전통적인 강점인 면 소재를 고급화·기능화한 새로운 경쟁력을 제시했다.
DI동일은 고급 코튼뿐 아니라 자수사 브랜드 ‘마라톤’을 통해 글로벌 부자재 경쟁력도 함께 보여준다. 이를 통해 한국 섬유산업이 원사와 원단에 국한되지 않고 패션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다양한 소재와 부자재까지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번 PV에서 한국콜마와 DI동일이 나란히 주목받는 상징성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이는 PV가 한국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과거 한국이 유럽 패션산업에 경쟁력 있는 원단과 원사를 공급하는 국가였다면, 이제는 소재와 기술, 제조와 연구개발을 결합해 글로벌 브랜드가 필요로 하는 상품을 빠르게 만들어내는 ‘산업 생태계’로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PV는 패션과 뷰티의 경계를 허물고 소재의 영역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뷰티와 패키징을 새로운 전시 영역으로 끌어들이고 지속가능성과 기능성, 기술 융합을 강조하면서 글로벌 패션산업의 밸류체인 자체를 재편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콜마와 DI동일의 등장은 의미가 더욱 커진다. 하나는 뷰티, 하나는 섬유지만 두 기업 모두 한국 제조산업이 가진 빠른 개발력과 기술력, 글로벌 대응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PV에서 한국 기업의 존재감은 단순히 참가기업 수가 늘었다는 의미와는 다르다”며 “한국콜마와 DI동일처럼 각 산업의 경쟁력을 대표할 수 있는 기업이 PV가 지향하는 새로운 산업 구조와 맞물리면서 한국의 위상이 한 단계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PV 파리는 한국 섬유패션산업에도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원사와 원단을 공급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소재에 기능과 스토리를 더하고, 패션과 뷰티 등 인접 산업과 연결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글로벌 경쟁력을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PV가 이번 전시에서 전면에 내세운 한국은 더 이상 ‘원단을 만드는 나라’에 머물지 않는다. ‘새로운 소재와 제품을 개발하고 세계시장에 공급하는 나라’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콜마와 DI동일이 그 변화의 대표 선수로 파리 현장 전면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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