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자력 발전소 전경. [이미지=언스플래쉬]
전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이 다시 부활하는 조짐이다. 무엇보다 AI붐과 함께 반도체 산업,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채굴 등 각종 IT산업이 날로 발전하면서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요해진 때문이다. 물론 태양광, 풍력, 조력, 수력 등 대체 에너지원 개발이 촉진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대체 에너지로의 전환 흐름이 너무나 느리다는게 문제다.
반면에 현재의 전력 수요 증가가 워낙 커서, 원자력 발전의 부활을 막지는 못할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최근 해외 전문가들은 요즘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되는 에너지 분야의 뉴스에 주목하고 있다. ‘익스트림테크’는 “하나는 전 세계적인 석유 운송 차질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전 세계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방대한 신규 원전 계획”이라고 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 일본,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그리고 미국에 이르기까지 여러 나라에서 원자력 발전(핵분열 방식)이 새롭게 도입되거나 부활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 수십 년 만에 신규 원자로 가동
‘마켓앤마켓’, ‘퓨처럼’ 등 리서치 기관들도 최근 이런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그 중 뉴스레터 전문 ‘프롤리픽 노스’는 “유럽 국가들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원자로를 가동하기 시작했고, 캐나다 정부는 '원자력 르네상스'를 계획하고 있다.”며 “특히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전망도 매우 낙관적”이라고 했다. 특히 “'혁신적 시나리오(transformative scenario)'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 세계 원자력 발전 용량이 현재 총량의 4배가 넘는 1,324GW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 왜 원자력발전이 다시 활발히 부활하게 된 것일까? 사실 원자력 발전의 잠재력이 줄어든 적은 없었다.
앞서 전문가들과 언론의 분석을 종합하면, “일단 수소, 파력, 핵융합 발전 등을 모두 고려하더라도, 원자력 발전은 기술 분야에서 가장 자주 거론되는 '혁명적 서사'의 주인공”이다. 그 이유는 다른 기술들과 달리 원자력 발전이 현존하는 기술 중 가장 성숙한 단계에 있으며, 기존 전력망에 즉시 통합하기에 완벽하게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간 원자력 발전에 대한 다양한 국제적 규제
‘Our World In Data’ 등에 의하면, 전 세계 원자력 발전량은 80년대와 90년대에 급증했다가 이후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그 후로는 간신히 발전 용량을 유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원자력 발전에 관한 이야기와 그것이 왜 세계 에너지 경제를 장악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이미 많이 다뤄졌다. ‘퓨처럼’은 이에 대한 구조적 원인을 짚었다.
이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잠재력을 한때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화석 연료에서 진정한 재생에너지로 너무 느리게 전환하는 대신, 화석 연료에서 원자력으로 빠르게 전환한 뒤 원자력에서 재생에너지로 여유를 갖고 넘어갈 수도 있었을 것”이란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원자력 산업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수십 년간 서서히 위축되어 왔다. 핵분열성 물질을 수입할 수 있는 국가를 제한하는 국제적 규제도 가해졌다. 그로 인해 그 쇠퇴가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 대목에서 ‘퓨처럼’은 “중국과 같은 특정 지역이 없었다면,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 원자력 산업은 상당히 위축되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원자로의 작동을 시사하는 이미지. [출처=언스플래쉬]
여기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의문이 있다. 과연 무엇 때문에 원자력 발전의 부활이 예상되고 있을까.
가장 명백한 문제이자 가까운 미래에 해결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안은 바로 전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으로 인한 석유 수송 차질은 유럽의 에너지 시장과 석유 비축량에 큰 부담을 주었다. 동시에 이란과 미국 간의 갈등은 중동 지역의 석유 공급에 지속적인 차질을 빚고 있다.
단순히 수송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두 분쟁 모두 석유 채굴 및 정제 시설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을 동반했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에는 완전히 복구하는 데 수년이 걸릴 정도의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복구 비용이 실익을 넘어서거나, 생산 능력을 영구적으로 상실하게 될 수도 있다.
중동사태, 에너지 수송난, 기후변화 우려 등 크게 작용
특히 중동사태로 인해 심심찮게 중동 산 석유 가격은 배럴당 100달러 선에 육박하고 있다. 이 가격대는 일종의 임계점으로 여겨지며, 이를 넘어서면 전문가들도 “어딘가에서는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의견이다.
이러한 상황은 단순히 비용 절감을 위해서가 아니라,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의 혼란을 피하기 위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이끌고 있다. 자원 자립이란 다양한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하므로, 특정 자원 하나가 에너지망 전체를 볼모로 잡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석유와 달리 우라늄은 전 세계 여러 지역에 널리 분포되어 있어, 석유 생산 지역의 정세 불안이 초래하는 충격을 우라늄 교역을 통해 완화할 수 있다.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변화의 영향도 있다. 이는 단순히 생태계의 재앙을 막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통제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솟는 비용을 억제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여름 기온이 상승하면 냉방비가 증가하고 많은 산업 공정의 비용도 늘어난다. 담수는 더욱 부족하고 비싸지며, 농작물 수확량도 크게 변할 수 있다.
그래서 “이 모든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원자로 자체에 대한 우려나 사용후핵연료 저장 문제, 그리고 핵물질의 보안 및 확산 우려를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대체 에너지원에 대한 강력한 필요성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원자력 기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따라 원자력 발전의 종류도 달라진다. '원자력 발전'을 핵분열 방식의 발전으로 한정하더라도 선택할 수 있는 원자로 유형은 꽤 다양한다.
현재 추진 중인 대규모 원자력 프로젝트들은 대부분 3세대(Gen-III) 또는 이른바 3세대 플러스(Gen-III+) 원자로 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들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참사의 원인이 되었던 2세대(Gen-II) 원자로에 비해 전혀 차원이 다른 개선을 거듭해왔다.
비트코인 채굴과 블록체인 개발에도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비트코인 매거진’도 이를 둔 매우 세밀한 분석을 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3세대 원자로는 '수동 안전(passive safety)' 기술을 도입, 시스템 고장 시 노심 용융(멜트다운)이 아닌 원자로 정지로 이어지게 한다. 3세대 플러스 원자로는 이런 안전 조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고 효율성을 높여 더 높은 출력을 낸다는 분석이다.
“이는 후쿠시마 사고 당시 실패했던 능동적 안전 조치들에 대한 대안”이라며 “후쿠시마 사고 때 디젤 발전기가 가동을 멈추자 냉각 장치에 능동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없게 되었다.”고 돌이켰다. “반면에 수동 안전 시스템에서는 전력이 핵반응을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유지하는 데 사용되므로, 전력이 차단되면 핵반응이 자연스럽게 잦아들며 멈추게 된다”고 설명했다.
제4세대 원자력발전 기술이 등장하기도 했댜. 원자로 내부 이미지.
“SMR보단 대형 원자력 발전이 활성화될 것”
데이터센터, 대형 항만, 심지어 군사 기지와 같은 단일 대형 시설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설계된 소형 원자로(mini-reactor)에 대한 논의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전력 생산 측면에서 볼 때,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는 전반적인 효용성 면에서 기가와트(GW)급 대형 원자로에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토륨’ 원자로는 핵확산 등을 제어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현재 추진 중인 원전 건설 계획에서 토륨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런 가운데 등장한 것이 바로 '4세대(Gen-IV)' 또는 흔히 '차세대' 원자로라 불리는 최신 첨단 설계 방식이다. 4세대 원자로 프로젝트는 아직 대부분 개념 검증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최근 원자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해당 기술을 상용화하는 데 필요한 투자가 마침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것이다.
‘퓨처럼’은 “원자력은 탄소 배출을 줄이고 전력 생산량을 늘리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 년간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만약 현재의 성장세가 지속되면 화석 연료 산업의 상당 부분을 대체하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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