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 2020년 5월 주캄보디아한국대사관에서 열린 한인상공회의소 월례회의 모습. 당시 박흥경 대사가 한국 유상원조 자금으로 추진될 예정인 한캄우호의 다리 건설 계획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정연 재외기자]
캄보디아에서 한국 정부의 공적개발원조(ODA) 재원으로 추진되는 건설사업의 하도급 과정에 중국계 건설업체들이 참여하면서 한국계 건설·기자재 업체들의 사업 참여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캄보디아 한인건설협회(KCBA·Korea-Cambodia Construction Association·회장 정복길)는 지난 8월 18일 주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에 ‘캄보디아 내 한국 건설 ODA 사업의 하도급 실태 개선을 위한 건의’라는 제목의 공문을 전달하고,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사업의 하도급 실태를 점검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협회가 문제를 제기한 핵심은 한국의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건설 ODA 사업에서 한국계 기업들의 참여가 충분히 보장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공문에서 현재 캄보디아에서 진행 중인 일부 한국 건설 ODA 사업의 하도급 과정에서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등을 통해 조성된 한국의 공적 재원이 중국계 건설업체의 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특정 사업이나 업체의 실제 하도급 계약 내용과 자금 흐름이 협회의 주장과 일치하는지는 정부와 발주기관 등의 별도 확인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국 기업은 정작 하도급 참여 기회 잃어”
협회는 한국계 전문건설업체와 기자재 업체들이 현지의 어려운 사업 환경 속에서도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 재원으로 추진되는 사업에서 정당한 참여 기회를 확보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 기업이 직접 진출했거나 현지에서 협력업체로 참여할 수 있는 사업에서 중국계 업체가 하도급을 맡는 사례가 반복될 경우, 한국 ODA가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연계되는 효과가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협회는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캄보디아 현지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건설업체와 기자재 업체들의 사업 기반이 위축되고, 장기적으로는 한국 기업의 현지 시장 진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캄보디아 한인건설협회측은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계 하도급 업체의 불투명한 시공 방식으로 향후 부실시공이나 유지보수 문제로 이어져 한국 건설의 대외 신인도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정연 재외기자]
“저가 하도급 경쟁, 품질·유지보수 문제로 이어질 수도”
협회가 제기한 또 다른 쟁점은 시공 품질과 사후관리 문제다.
협회는 일부 중국계 하도급 업체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시공 및 관리가 충분히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부실시공이나 유지·보수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한인건설협회 관계자는 “저가 공세를 펼치는 중국계 하도급 업체의 불투명한 시공 방식으로 향후 부실시공이나 유지보수 문제로 이어져 대한민국 K-건설의 대외 신인도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를 단순히 개별 업체의 수익성이나 수주 경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정부가 공적 재원을 투입해 추진하는 ODA 사업의 품질과 사후관리, 나아가 한국 건설산업의 대외 신인도와도 연결되는 문제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협회는 현재 진행 중인 주요 건설 ODA 사업의 하도급 계약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사업 추진 과정 전반을 상시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입찰제도 개선해 한국 기업 참여 확대해야”
협회는 앞으로 EDCF 차관사업의 입찰 과정에서 한국계 기업들이 실질적으로 하도급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입찰안내서와 계약조건 등을 보완해 줄 것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는 한국계 기업의 하도급 참여 비율을 일정 부분 제도적으로 반영하는 방안과 함께, 제3국 업체를 통한 우회 하도급을 제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 달라고 건의했다.
또 캄보디아 공공사업교통부(MPWT) 등 현지 발주기관과의 고위급 협의 과정에서도 한국 ODA 사업에 한국 기업이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을 강화해 줄 것을 요청했다.
협회는 공문을 통해 “한국 ODA 사업은 한·캄 양국의 상생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만큼 한국 기업의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했다.
대사관 통해 재경부·수출입은행에 공식 전달
이번 건의는 주캄보디아 대한민국 대사관을 통해 재정경제부와 한국수출입은행에도 공식 전달돼 제도 개선 요청으로 이어졌다.
한국의 ODA는 개발도상국의 경제·사회 발전을 지원하는 동시에 양국 간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한다. 이 때문에 실제 하도급 과정에서 한국계 업체의 참여가 배제됐는지, 중국계 업체가 어떤 계약 구조를 통해 사업에 참여했는지 등을 사업별로 객관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의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사업에서 국내 기업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또는 사실상 제한되고 있는 사례가 있는지 여부는 향후 정부 차원의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대한민국 유상차관사업으로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 건설될 예정으로 한캄 우호의 다리 조감도 모습. [유신 건설]
이번 건의가 주캄보디아 한국대사관을 경유해 기획재정부와 한국수출입은행에 공식 전달된 만큼, 향후 정부가 실제 하도급 실태를 확인하고 관련 제도 개선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편 캄보디아 한인건설협회는 정부와 관계기관의 실태조사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하고, 현지 사업 현황 파악과 조사 과정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