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반기 세계경제는 견조해도 섬유패션은 저속 회복할 전망이다. 사진=게티이미지
세계경제가 예상보다 강한 회복 탄력성을 보이고 있지만 섬유패션산업의 체감경기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일본 금융지주회사인 노무라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세계경제는 에너지 가격 충격과 인플레이션, 높은 채권금리에도 인공지능(AI) 투자와 정책 지원에 힘입어 견조한 흐름을 유지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0%, 2027년을 3.4%로 전망했다.
그러나 국제섬유제조업자연맹(ITMF)의 7월 조사에서는 섬유산업의 경기와 신규 주문, 설비가동률이 모두 다시 악화됐다. 올해 하반기 견조한 거시경제가 섬유패션 수요 회복으로 곧바로 연결되지 않는 ‘저속·불균형 회복’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세계 교역 증가의 상당 부분은 ‘가격과 AI 효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세계 상품교역액은 약 13조 7000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12.5% 증가했다. 그러나 교역상품 가격이 1분기 3.6%, 2분기 약 5% 오른 영향이 컸다. 세계무역기구(WTO)가 집계한 1분기 상품교역 물량 증가율은 3.2%에 그쳤고, 올해 연간 증가율 전망도 1.9%다. 반면 1분기 AI 관련 기반상품 교역은 40% 이상 증가했고, UNCTAD 집계에서도 반도체 25%, ICT 제품 14%, 배터리 15% 늘었다. 세계 교역 확대가 의류 등 소비재보다 AI·첨단산업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다.
섬유산업 현장에서는 경기 격차가 더 뚜렷하다. 국제섬유제조업자연맹(ITMF)이 7월 실시한 제39차 글로벌 섬유산업 조사에서 현재 경영상황을 ‘좋다’고 평가한 기업은 10%에 불과했고 ‘나쁘다’는 응답은 37%였다. 경기평가 균형치는 5월 -17%포인트에서 7월 -26%포인트로 떨어졌으며 신규주문도 -9%포인트에서 -27%포인트로 악화됐다. 평균 수주잔고는 2.3개월, 글로벌 설비가동률은 71%였다.
특히 의류 제조업의 경기평가는 같은 기간 +5%포인트에서 -25%포인트로 급락한 반면 브랜드·소매업체는 +11%포인트를 기록해 생산단계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수입 줄고 중국은 ‘소재 우위’ 뚜렷
세계 최대 의류시장인 미국도 수입이 줄고 있다. 미국 상무부 섬유의류국(OTEXA) 통계를 인용한 집계에 따르면 1~6월 미국의 섬유·의류 수입액은 476억 7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7.12% 감소했고, 이 가운데 의류는 350억 8700만 달러로 7.71% 줄었다. 국가별 차이는 컸다.
미국향 의류 수출은 캄보디아가 12.32%, 베트남 1.08%, 인도네시아 3.4% 늘어난 반면 중국은 37.69%, 인도는 25.27% 감소했다. 수요 둔화와 함께 관세·지정학적 위험, 공급망 다변화가 글로벌 의류 소싱 지도를 동시에 바꾸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완제품보다 소재 수출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1~7월 전체 소매판매 증가율은 1.2%에 그쳤지만 의류·신발·모자·섬유제품 판매는 5.8% 증가했다. 다만 7월 한 달만 보면 해당 품목 판매는 1.0% 감소했다. 온라인 의류 판매는 5.8% 증가한 반면 브랜드 전문점 판매는 9.3% 줄어 소비채널 재편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해관총서와 중국방직품수출입상회 집계에서는 1~7월 섬유·의류 수출이 1747억 5000만 달러로 2.4% 증가했다. 원사·직물 등 섬유제품은 853억 4000만 달러로 3.9% 늘었지만 의류는 894억 달러로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수요보다 먼저 올라오는 면화·물류 비용
문제는 수요 회복보다 원가 부담이 먼저 커질 가능성이다. 미국 농무부(USDA)는 2026/27 시즌 세계 면화 생산량을 1억1760만베일로 전년보다 약 4%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 반면 소비량은 1억2290만베일로 약 2%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기말재고는 6970만 베일로 7% 감소해 2011/12 시즌 이후 최저 수준이 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에는 해상운임도 부담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7월 40피트 컨테이너 기준 수출 운송비용은 전월보다 EU 36.4%, 중국 26.5%, 중동 14.5%, 미국 동부 14.4%, 미국 서부 11.1%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중동 123.2%, 미국 서부 54.8%, EU 47.0%, 중국 41.2% 높았다.
하반기 핵심은 ‘물량 회복’보다 수익성 방어
하반기 전망은 급격한 침체보다 완만한 회복 쪽에 무게가 실리지만 강한 업황 반전을 기대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ITMF 조사에서 향후 6개월 경기전망 균형치는 +14%포인트로 현재 상황보다 낙관적이었고 응답자의 47%는 향후 상황이 현재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시장이 추가 급락보다는 안정화를 예상하고 있다는 의미지만, 동시에 신규 주문 균형치가 -27%포인트이고 가동률이 71%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실제 발주 회복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ITMF 조사에서 가장 큰 경영 위험으로 ‘수요 부진’을 꼽은 기업이 56%, 지정학적 위험을 꼽은 기업이 46%였다는 점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지역별 회복 속도도 달라질 전망이다. 노무라는 미국 경제가 당분간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유로존도 2027년으로 갈수록 완만하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중국은 여전히 내수 부진과 강한 수출이라는 양극화 구조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대만·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은 AI와 반도체 사이클의 수혜를 받고 있으나 이 효과가 의류 소비와 섬유 주문으로 동일한 속도로 전파될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IMF 역시 올해 글로벌 성장의 특징을 ‘불균등한 회복’으로 규정하며 중동 분쟁이 에너지 수입국에 부담을 주는 반면 AI 수요는 기술 공급망 국가들의 성장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Tag#경제#섬유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