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용석 중소벤처기업부 제1차관이 지난 6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K-뷰티 글로우 위크 인 로마'에서 전시·체험존을 둘러보는 모습. [중기부]
화장품 중소·중견기업이 연구개발(R&D)부터 원료·용기, 유통·판로, 해외시장 진출까지 산업 전 과정에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법적 기반이 마련됐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혁신형 화장품기업’으로 인증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사업에서 우대할 수 있는 근거도 신설됐다.
그동안 안전·품질 관리에 무게가 실렸던 화장품 정책이 산업 육성으로 범위를 넓히면서 K-뷰티 중소기업의 기술개발과 판로·수출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틀이 만들어진 셈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화장품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화장품산업육성법) 제정안이 지난 2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은 국무회의 상정·의결을 거쳐 공포된 뒤 1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된다.
안전·품질관리 넘어 ‘산업 육성’ 법적 기반 마련
이번 법 제정은 국내 화장품산업의 급격한 성장에도 이를 산업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할 별도 법적 기반이 없었다는 데서 출발했다.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은 지난해 역대 최고인 114억달러를 기록하며 세계 2위 수준으로 성장했다. 특히 화장품은 국내 중소기업 수출 품목 가운데 1위를 차지하는 대표 수출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기존 화장품 관련 법률은 안전과 품질관리를 중심으로 한 ‘화장품법’이 사실상 유일했다.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을 연구개발과 생산, 유통, 수출까지 아울러 지원할 별도 육성법은 없었다.
화장품산업육성법은 이에 따라 ‘화장품산업’의 범위를 연구개발·제조·생산·유통·판매·수출과 관련된 산업으로 규정했다. 완제품을 생산하는 제조·브랜드 기업뿐 아니라 원료·용기와 유통 등 K-뷰티 밸류체인 전반을 정책 지원 대상으로 포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혁신형 화장품기업’ 인증…中企 지원 우대 근거
눈에 띄는 변화는 ‘혁신형 화장품기업’ 인증제 도입이다.
정부는 연구개발 투자와 해외시장 진출 역량 등을 갖춘 기업을 혁신형 화장품기업으로 인증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화장품산업 지원사업과 연구개발 사업 등에서 우대할 수 있도록 했다.
혁신형 화장품기업의 유형은 대통령령으로 구분하고 유형별 지원이 이뤄지도록 했다. 인증 업무를 담당할 전담기관을 지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특히 법에는 중소·중견기업을 연구개발과 해외진출 등 주요 지원사업에서 우대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별도로 담겼다. 이에 따라 자금과 인력, 자체 연구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중소 화장품기업을 대상으로 한 지원정책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다.
다만 어떤 기업이 혁신형 화장품기업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인증 기업에 구체적으로 어떤 지원이 제공되는지는 향후 대통령령 등 하위법령과 개별 사업을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원료·용기부터 판로까지…지원 대상 넓어진다
지원 범위도 완제품 중심에서 화장품 생태계 전반으로 확대된다.
정부가 화장품산업 관련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으며 시험·평가와 연구, 지속가능성 대응, 친환경 인프라 조성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데이터와 인공지능(AI),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산업 혁신도 지원한다. 품질평가 기반 구축과 기능·피부특성 등에 대한 시험·평가·연구, 환경친화 기술개발 등을 정부 지원체계 안에 포함시켰다.
화장품 원료와 용기 산업에 대한 지원 근거가 마련된 점도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주목할 대목이다. 정부는 원료·용기 제조·공급 기반 강화를 지원하고 유통구조 개선과 판로 지원도 추진할 수 있다.
화장품산업 종합지원센터 설치·운영과 전문인력 양성, 산업통합정보시스템 구축·운영, 지식재산권 보호체계 구축도 법적 지원 범위에 들어갔다. 화장품산업 클러스터 지정과 산학연 공동 인프라 구축·운영도 가능해진다.
해외시장 진출도 법정 지원사업으로
수출 중소기업을 위한 해외시장 진출 지원도 법에 명시됐다.
정부는 화장품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국제협력을 지원할 수 있다. 연구개발과 해외진출 지원사업 등에서 중소·중견기업을 우대할 수 있는 근거도 함께 마련됐다.
정부의 화장품 정책이 개별 사업 단위의 지원을 넘어 R&D→원료·용기→유통·판로→수출로 이어지는 산업 전주기를 포괄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정책 추진체계도 마련된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5년마다 화장품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관계 부처 장관은 매년 시행계획을 세운다. 복지부 장관 소속 ‘화장품산업 육성·지원위원회’를 설치하고 3년마다 산업 실태조사도 실시한다.
기업이 체감할 지원은 ‘하위법령’에 달려
관건은 법 시행까지 1년 동안 마련될 구체적인 지원체계다.
법률은 정부가 연구개발이나 해외진출 등을 ‘지원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마련한 단계다. 이에 따라 혁신형 화장품기업의 구체적인 인증 기준과 유형별 지원 내용, 중소·중견기업 우대 방식 등이 어떻게 설계되느냐에 따라 기업이 실제 체감하는 지원 수준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는 산업계와 전문가,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해 하위법령을 마련하고 종합계획 수립과 혁신형 화장품기업 인증제 도입 등 후속 조치를 준비할 계획이다.
출처= 보건복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