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인수 월드옥타 싱가포르 지회장.[왕길환 기자]
“공사대금 40만달러(약 5억6000만원)를 받지 못했고, 투자 사기로 60만달러(약 8억5000만원)를 잃기도 했습니다. 비용을 아끼려고 국수로 끼니를 때우며 2년 가까이 버텼습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싱가포르에서 전기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황인수 월드옥타 싱가포르지회장은 사업가로 살아온 시간을 이렇게 돌아봤다.
13일(현지시간) 싱가포르 그랜드 콥튼 워터프런트 호텔에서 기자와 만난 황 지회장은 화려한 성공담부터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실패와 좌절의 순간을 먼저 이야기했다. 그에게 기업가의 성공은 얼마나 빨리 정상에 오르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버티며 다시 기회를 만들어내느냐에 가깝다.
황 지회장은 2006년 몰디브 호텔 개발 프로젝트를 계기로 해외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말레이시아를 거쳐 싱가포르 SLNG 프로젝트(삼성물산)에 참여하면서 싱가포르를 본격적으로 경험했다.
그가 싱가포르에서 직접 창업하기로 결심한 것은 안정적인 제도와 투명한 비즈니스 환경 때문이었다. 현재는 싱가포르 전기 건설업체 토패즈 E&I(TOPAZ E&I PTE. LTD.)를 운영하며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Land Transport Authority)이 추진하는 지하철 역사와 차량기지, 케이블 터널 등의 전기공사에 참여하고 있다.
2026 동서남아 지역경제인대회 개막식에 앞서 포즈를 취한 황인수 지회장.[왕길환 기자]
하지만 지금의 자리까지 오는 길은 순탄하지 않았다. 사업 초기 공사를 마치고도 약 40만 달러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하는 일이 발생했다. ‘좋은 투자라면 성공할 것’이라는 믿음으로 뛰어든 사업에서는 약 60만 달러를 사기당하기도 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묵묵히 견적을 내고, 사람을 만나고, 다음 기회를 준비했습니다.”
그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국수로 끼니를 해결하면서 2년 가까이 버텼다. 그리고 기다리던 대형 프로젝트가 하나둘 시작되면서 회사는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황 지회장은 이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큰 교훈으로 ‘버티는 힘’을 꼽았다.
“사업은 한 번의 성공보다 끝까지 버티는 힘이 더 중요합니다. 실패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틴 사람에게는 반드시 다시 일어설 기회가 온다고 믿습니다.”
“좋은 기업인은 돈보다 사람을 먼저 봐야”
그가 기업을 바라보는 기준도 독특하다. 좋은 기업인을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진정한 기업인은 직원을 단순한 인력이 아니라 함께 성장하는 가족처럼 아끼고 존중해야 합니다. 회사의 성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이 행복해야 회사도 성장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함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그의 경영철학이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좋은 기업인의 가장 중요한 조건입니다.”
2026 동서남아 지역경제인대회 개막식에서 개회사하는 황인수 회장.[왕길환 기자]
“해외시장, 완벽하게 준비한 뒤 시작하려 하지 말라”
황 지회장이 이번에 만날 차세대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도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다. 그는 이날 같은 호텔에서 개막하는 월드옥타 동·서남아 지역경제인대회와 차세대 통합무역스쿨을 준비하면서 차세대들이 ‘준비’보다 ‘현장 경험’을 얻어가길 바라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의 서로 다른 상권 5곳을 직접 찾아가 시장을 관찰하고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는 현장 비즈니스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투자자 앞에서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모의 투자유치 경연’(Shark Tank Challenge)도 진행한다.
“사업은 책상 앞에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배웁니다. 직접 시장을 걸어보고,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관찰하고, 상권의 분위기를 눈으로 확인해야 시장을 읽는 감각이 생깁니다.”
그는 한국 청년들이 동남아 시장에 진출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로 자신의 기준으로 현지 시장을 판단하는 것을 꼽았다.
“동남아는 나라별로 문화와 소비 방식이 모두 다릅니다. 먼저 그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거나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외로움 때문에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현지에 스며들고 사람들과 신뢰를 쌓는 것이 해외사업의 출발점이라는 이야기다.
“완벽하게 준비한 뒤 시작하려 하지 마십시오. 해외시장에는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항상 있습니다. 현지에 와서 직접 사람을 만나고 시장을 경험하면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AI·양자 시대에도 결국 기회를 만드는 것은 사람
이번 싱가포르 행사에서 황 지회장이 ‘양자와 AI’를 주요 화두로 내건 것도 기업가들에게 변화의 흐름을 먼저 읽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올해 동·서남아 지역경제인대회의 주제는 ‘양자와 AI가 결합해 펼쳐질 위대한 미래’다.
AI와 로봇, 휴머노이드, 양자컴퓨팅 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산업과 무역의 방식, 기업의 경쟁력도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황인수 월드옥타 싱가포르 지회장.
하지만 그가 강조하는 것은 기술 자체가 아니다.
“기술은 계속 발전하지만 결국 기회를 만드는 것은 사람입니다. 새로운 기술을 이해하고 세계 각국의 옥타인들과 연결하며 새로운 시장과 사업 기회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 더욱 중요합니다.”
차세대들에게 필요한 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차세대는 월드옥타의 미래가 아니라 현재입니다. 이제는 배우는 세대에 머무르지 말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행력으로 월드옥타의 변화를 이끄는 주역이 되어야 합니다.”
“월드옥타에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사람”
황 지회장은 월드옥타 활동이 자신의 사업에 직접적인 도움을 줬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큰 것을 얻었다고 했다.
“솔직히 월드옥타 활동이 제 사업에 직접적인 도움이 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사업보다 더 큰 가치를 얻었습니다.”
그가 말하는 자산은 사람이다. 사업을 하다 보면 좋은 일도 있지만 힘든 일도 많다. 그때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위로하며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자산이라는 것이다.
“월드옥타는 단순한 경제인 단체가 아니라 세계 어디를 가도 반갑게 맞아주는 또 하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월드옥타는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넘어 평생 함께할 사람들을 만난 가장 큰 선물입니다.”
인터뷰에 응하는 황인수 월드옥타 싱가포르 지회장.[왕길환 기자]
8월 13일 싱가포르에서 시작되는 동·서남아 지역경제인대회와 차세대 통합무역스쿨. 황 지회장이 준비한 프로그램에는 AI와 양자, 금융과 스타트업 등 미래 산업의 키워드가 빼곡하다.
그러나 그가 차세대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의외로 단순하다.
“두려워하지 말고 세상에 부딪치십시오.”
실패를 피하기보다 실패한 뒤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완벽한 계획을 세우기보다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며 기회를 찾으라는 것이다.
“기회는 준비만 하는 사람보다 도전하는 사람에게 먼저 찾아옵니다. 여러분이 바로 월드옥타의 미래입니다. 세계를 무대로 더 큰 꿈에 도전하시길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