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타·레이밴·오클리·유통사 경영진이 독일에서 개인정보보호법으로 고발당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빠르게 성장하는 AI 웨어러블 시장이 개인정보보호 규제와 본격적을 충돌하기 시작했다. 독일 디지털 인권단체 헤이트에이드(HateAid)가 레이밴 메타 스마트글래스의 카메라 기능이 독일 통신·디지털서비스 개인정보보호법(TDDDG)을 위반할 수 있다며 메타와 에실로룩소티카 계열 브랜드, 주요 유통업체 경영진을 형사고발했다.
헤이트에이드가 근거로 제시한 TDDDG 제8조는 일상용품으로 위장돼 다른 사람의 영상이나 비공개 대화를 당사자가 모르게 촬영·청취하는 데 특별히 적합하고 이를 목적으로 하는 통신장비의 소지·제조·판매 등을 금지한다. 특히 법은 정상적인 사용 과정에서 촬영·청취 기능이 당사자에게 명확하게 인식되지 않는 경우 몰래 촬영하기 위한 장비로 판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제8조를 위반해 해당 장비를 제조하거나 시장에 공급한 경우 제27조에 따라 최대 2년의 징역 또는 벌금형이 가능하다.
문제는 레이밴 메타가 일반 웨이페어 안경과 외관상 크게 구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메타는 촬영 중 전면의 흰색 ‘캡처 LED’가 점멸해 주변 사람들이 촬영 사실을 알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또 2세대 제품부터 LED가 가려진 것으로 감지되면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으며, 2026년 7월에는 LED 자체를 물리적으로 훼손한 경우에도 카메라를 비활성화하도록 탐지 기능을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번 고발에 대한 개별 답변이 아니라 메타가 지난 7월 공개한 스마트글래스 개인정보보호 정책이다.
그러나 독일 개인정보보호 당국의 판단은 더 엄격하다. 함부르크 개인정보보호·정보자유위원회(HmbBfDI)는 실제 제품을 확보해 기술 시험을 진행한 결과, 촬영을 알리는 흰색 LED가 좁은 시야각과 가까운 거리, 적절한 조명 환경에서만 충분히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8월 11일 공개한 자료에서는 촬영 대상자가 녹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울 수 있으며, 사람이 식별 가능한 영상을 촬영하려면 원칙적으로 법적 근거가 필요하고 상당수 상황에서는 당사자 동의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독일 연방네트워크청(BNetzA)은 2023년 스마트글래스에 대해 촬영 사실을 충분히 알리는 빛이나 소리 신호가 있다면 원칙적으로 금지 대상은 아니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연방네트워크청은 이번 고발과 관련해서도 시장을 주시하고 있지만 현재 공식적인 법 위반 조사에 착수하지는 않았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결국 향후 핵심은 메타가 적용한 캡처 LED가 TDDDG가 요구하는 ‘명확한 인식 가능성’을 충족하느냐에 맞춰질 전망이다.
에실로룩소티카에 따르면 레이밴 메타와 오클리 메타를 포함한 AI 글래스 판매량은 2025년 한 해 700만대를 넘어섰다. 2026년 2분기에는 메타와 공동 개발한 AI 글래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거의 두 배로 증가했다. 에실로룩소티카의 올해 상반기 매출도 고정환율 기준 9.7% 늘었으며, 회사는 AI 글래스를 성장 동력 가운데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메타와 에실로룩소티카의 전략은 기술기기를 별도로 착용하는 것이 아니라 레이밴과 오클리라는 기존 패션·아이웨어 브랜드 안에 AI 기능을 흡수시키는 데 있다. 양사는 2019년부터 협력해왔으며 장기 파트너십을 통해 레이밴 메타에서 오클리 메타까지 제품군을 확대했다. 2026년에는 도수렌즈 착용자를 겨냥한 새로운 레이밴 메타 옵티컬 스타일도 추가하면서 AI 글래스의 적용 범위를 일반 안경 시장까지 확대하고 있다.
바로 이 점에서 독일의 형사고발은 패션업계에도 의미가 크다. 헤이트에이드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제조사뿐 아니라 제품을 독일 시장에 공급하는 안경점과 전자제품 유통업체까지 판매 과정의 규제 책임을 검토해야 할 가능성이 생긴다. 실제 이번 고발 대상에는 메타와 브랜드 운영사뿐 아니라 판매업체 경영진도 포함됐다. TDDDG 제8조 역시 규제 범위를 제조뿐 아니라 ‘시장에 공급하는 행위’까지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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