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제약사들이 의료기기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사업 영역이 의약품을 넘어 의료기기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사들이 기존 의약품 유통망과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할 수 있는 생활밀착형 의료기기에 관심을 보이면서 의료기기 및 헬스케어 제품의 경계도 점차 넓어지고 있다.
최근 한미사이언스 계열사 온라인팜이 '콜드마스크'를 필두로 전국 약국 공급에 나서고 있다. 콜드마스크는 비강에 직접 분사하는 스프레이 형태의 의료기기다. 온라인팜에 의하면 약국에서 판매되는 람다카라기난 성분 비강 스프레이 가운데 유일한 제품이다.
람다카라기난은 해조류에서 유래한 고분자 물질이다. 비강에 분무하면 점막 표면에 물리적인 보호막을 형성해 외부 호흡기 바이러스가 점막에 침투하거나 부착하는 것을 막고 점막을 보호하는 원리다.
체내에 직접적인 약리 작용을 일으키는 일반적인 의약품과 달리 물리적 보호막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별도의 준비 과정 없이 비강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고 평상시에는 하루 3회 사용이 권장된다. 감염이 의심되거나 감염된 경우에는 필요에 따라 사용 횟수를 늘릴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 병원 중심 의료기기와 달리 소비자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직접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온라인팜은 한미사이언스 계열사로 한미약품 의약품과 헬스케어 제품 등의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회사는 기존 전국 약국 유통망을 활용해 콜드마스크 공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팜 관계자는 "콜드마스크는 비강 점막에 물리적 보호막을 형성해 호흡기 바이러스의 침입을 방어하는 새로운 개념의 의료기기"라며 "간편한 스프레이 방식과 람다카라기난 성분을 적용한 차별화된 제품 특성을 바탕으로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제약은 최근 약국 전용 압박스타킹 '센시슬림' 라인업을 출시했다. 센시슬림은 종아리 부위를 압박하는 1등급 의료기기 압박스타킹이다.
발목부터 종아리까지 단계적으로 압박하는 점진감압 방식과 인체공학적 Y자 설계를 적용했다. 이를 통해 종아리 후면을 압박하고 다리 부기 완화와 혈액순환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장시간 서 있거나 앉아 있는 현대인의 생활습관을 제품 수요와 연결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동국제약은 오후가 되면 다리가 쉽게 붓는 사람을 비롯해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하는 직업군,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학생과 사무직 종사자, 장거리 운전이 잦은 운전자 등을 주요 사용 대상으로 제시했다.
제품 소재에 대한 안전성 검증도 진행했다. 한국의류시험연구원(KATRI)을 통한 항균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pH 적합성 판정과 함께 아릴아민 기준치 미만, 포름알데히드 불검출 등의 결과를 확보했다.
동국제약은 압박스타킹과 함께 '센시슬림 마그네핏'도 선보였다. 종아리에 착용해 근육통 완화에 도움을 주는 자석형 의료용 자기발생기로, 종아리에 밀착되는 밴드 형태로 제작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2등급 의료기기다.
한독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웰트와 함께 불면증 인지행동 디지털치료기기 '슬립큐(SleepQ)'를 공동 개발했다. 슬립큐는 의료진의 처방을 받아 사용하는 디지털치료기기로, 불면증 환자가 스마트폰을 활용해 인지행동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최근에는 실제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기존 대면 인지행동치료와 유사한 치료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도 제시됐다. 분당차병원 신경과 신정원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후향적 코호트 비교 연구에서는 국제 불면증 진단 기준인 ICSD-3에 따라 불면증으로 진단된 환자 가운데 병원에서 대면 인지행동치료를 받은 14명과 슬립큐를 이용해 디지털 인지행동치료를 받은 10명의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두 그룹 모두 치료 이후 불면증 심각도를 나타내는 ISI와 수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평가하는 DBAS-16이 유의하게 개선됐다. 우울 정도를 평가하는 PHQ-9, 불안 수준을 측정하는 GAD-7 등 주요 심리·임상 지표에서도 두 그룹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인지행동치료가 기존 대면 인지행동치료와 유사한 수준의 치료 효과를 나타낼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환자 순응도 측면에서는 디지털 방식의 장점이 나타났다. 수면일지 작성 순응도는 슬립큐 사용군이 79.5%로 대면 치료군의 50.0%보다 높았다.
스마트폰을 통해 치료 프로그램을 이용하면서 자동 알림 등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가 치료 과정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연구진은 분석했다.
슬립큐 사용군을 6주 동안 추적 관찰한 결과에서도 주관적 수면의 질이 지속적으로 개선됐고 야간 각성시간은 감소했다. 수면효율과 입면시간 역시 치료 기간 동안 개선되는 경향을 나타냈다.
신정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표본 수가 적은 후향적 분석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디지털 인지행동치료가 주요 임상 지표에서 대면 치료와 유사한 효과를 보일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높은 순응도와 접근성을 바탕으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보완할 수 있는 만성 불면증 치료의 대안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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