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르메스가 상반기 강한 성장세를 유지했다. 사진=에르메스
글로벌 럭셔리 시장이 2026년 2분기 성장세로 돌아섰지만 회복의 속도는 그룹과 브랜드, 품목에 따라 크게 엇갈렸다. 에르메스는 고정환율 기준 6.7% 성장과 41.0%의 영업이익률로 독보적인 방어력을 보였고, LVMH는 디올과 주얼리·세포라를 앞세워 유기적 기준 3% 성장했다. 케링도 구찌의 감소폭 축소에 힘입어 비교 가능 기준 2% 증가했다. 세 회사의 실적은 시장이 바닥을 통과하고 있다는 신호지만, 코로나19 이후와 같은 전면적 호황보다 상위 고객과 핵심 제품에 수요가 집중되는 ‘선별적 회복’을 보여준다.
에르메스, 매출보다 강한 41% 수익성
에르메스의 2026년 상반기 매출은 81억 6300만 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고정환율 기준 6.1%, 공시환율 기준 1.6% 증가했다. 2분기 매출은 40억 9400만 유로로 고정환율 기준 6.7% 늘어 1분기 성장률 5.6%보다 1.1%포인트 높아졌다. 상반기 경상영업이익은 33억 5100만 유로로 소폭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41.0%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22억 3800만 유로로 전년 동기 22억 4600만 유로와 사실상 같은 수준이었다.
품목별 실적은 에르메스의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보여준다. 2분기 가죽제품·마구 부문은 10.2%, 실크·텍스타일은 12.2% 성장했다. 의류·액세서리도 3.6%, 시계는 4.4% 증가했지만 향수·뷰티는 9.5% 감소했다. 그룹은 프랑스 내 가죽제품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도 공급량을 급격히 늘리기보다 생산 인력 양성과 품질 통제를 병행하고 있다. 높은 가격과 제한된 공급, 장기간 축적된 대표 제품의 수요가 결합된 사업모델이 경기 변동 속에서도 높은 수익성을 지탱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역별로는 미국과 일본이 성장을 이끌었다. 에르메스의 2분기 매출은 미주에서 13.7%, 일본에서 12.3%, 프랑스를 제외한 유럽에서 8.3% 증가했다. 프랑스도 현지 고객과 관광객 유입 회복으로 6.2% 성장했다. 반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성장률은 2.5%에 머물렀고 중동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 지역은 2.4% 감소했다.
LVMH는 2분기 패션 및 가죽 제품부문에서 반등세를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
LVMH, 2분기 성장률 3%…패션·가죽제품도 2년 만에 반등
LVMH의 2026년 상반기 매출은 386억 4400만 유로로 전년 동기보다 공시 기준 3% 감소했지만, 환율과 사업 범위 변동을 제외한 유기적 기준으로는 2% 증가했다. 2분기 매출은 195억 2400만 유로로 유기적 성장률이 3%까지 높아졌다. 영업이익률은 22.5%를 유지했고, 순이익은 56억 9700만 유로로 전년과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동안 그룹 실적을 압박했던 패션·가죽제품 부문은 2분기 유기적 매출이 1% 증가하며 약 2년 만에 분기 성장으로 돌아섰다. 상반기 전체 매출은 181억 4600만 유로로 공시 기준 5%, 유기적 기준 1% 감소했으나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약 34.1%로 여전히 그룹 전체 평균을 크게 웃도는 수익성을 유지했다.
패션 부문의 반등은 크리스찬 디올이 주도했다. 조나단 앤더슨의 첫 디자인과 ‘시갈’ 백이 초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고, 도쿄와 오사카 신규 매장도 성장을 지원했다. 루이비통은 베이징과 서울 플래그십스토어가 양호한 성과를 냈으며 로로피아나와 리모와도 성장세를 이어갔다. 다만 패션·가죽제품의 2분기 성장률 1%는 시장 기대치보다 낮았다. 이는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와 매장 투자가 효과를 내기 시작했지만, 그룹 최대 수익원인 소프트 럭셔리가 아직 강한 성장 단계에 진입하지는 않았다는 의미다.
LVMH의 더 강한 성장 동력은 주얼리였다. 시계·주얼리 부문은 상반기 유기적 매출이 9%, 2분기에는 11% 증가했다. 티파니의 ‘노트’와 ‘하드웨어’, 불가리의 ‘세르펜티’ 등 핵심 컬렉션이 성장을 이끌었다. 선택적 유통 부문도 세포라의 시장점유율 확대에 힘입어 상반기 5%, 2분기 6% 성장했다. 패션의 완만한 회복을 주얼리와 뷰티 유통이 보완하는 LVMH의 사업 다각화 효과가 확인된 셈이다.
케링 매출은 2분기 회복세를 보였다. 사진=게티이미지
케링, 구찌 부진 완화하며 그룹 매출 플러스 전환
케링의 2026년 상반기 매출은 72억 2000만 유로로 공시 기준 3% 감소했지만 비교 가능 기준으로는 1% 증가했다. 특히 2분기 매출은 36억 5200만 유로로 공시 기준 1%, 비교 가능 기준 2% 증가해 그룹 매출이 성장세로 전환됐다. 상반기 경상영업이익은 9억 2100만 유로, 영업이익률은 12.8%로 전년 동기보다 0.4%포인트 개선됐다. 매장 수를 84개 순감축한 가운데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이번 결과는 단순 매출 반등뿐 아니라 유통망 효율화의 초기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핵심 브랜드 구찌의 2분기 매출은 14억 1000만 유로로 공시 기준 3%, 비교 가능 기준 2% 감소했다. 여전히 역성장이지만 1분기의 비교 가능 매출 감소율 8%에서 6%포인트 개선됐다. 직영점 매출 감소율도 1분기보다 7%포인트 개선된 2%로 낮아졌다. ‘보르세토’와 ‘파파라초’ 등 신규 가방과 남성 가방 판매가 미국에서 반응을 얻었으며, 북미 지역의 구찌 매출은 2분기 9% 증가했다.
케링 패션·가죽제품 부문의 2분기 매출은 29억 4800만 유로로 비교 가능 기준 보합을 기록했다. 생로랑은 상반기 성장으로 돌아섰고 보테가베네타는 가죽제품을 중심으로 개선됐지만, 발렌시아가는 크리에이티브 전환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상반기 패션·가죽제품 매출은 58억 유로로 비교 가능 기준 1% 감소했으나 영업이익률은 14.3%로 0.7%포인트 높아졌다. 구찌 역시 매출이 감소한 가운데 비용 통제를 통해 영업이익률을 16.0%에서 17.0%로 끌어올렸다.
그룹 반등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한 사업은 주얼리와 아이웨어였다. 케링 주얼리의 2분기 비교 가능 매출은 18%, 상반기는 20% 증가했다. 부쉐론과 포멜라토가 일본·북미·아시아에서 성장했으며 직영점 매출은 상반기 28% 늘었다. 케링 아이웨어도 2분기와 상반기 비교 가능 매출이 각각 8% 증가했고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23.0%에 달했다. 구찌 의존도를 낮추고 주얼리·아이웨어를 독립적인 성장축으로 키우려는 전략이 실적에 반영되고 있다.
럭셔리 반등세에 각자 다른 성장 공식
세 그룹의 실적은 럭셔리 시장이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에르메스는 희소성과 장인 생산, 대표 제품 중심의 수요를 통해 가장 빠른 성장과 높은 수익성을 유지했다. LVMH는 패션의 완만한 반등을 주얼리·유통·주류가 보완했고, 케링은 구찌의 감소폭을 줄이는 동시에 비용과 유통망을 재정비하는 단계에 있다. 단순 비교에는 사업구조 차이를 고려해야 하지만 상반기 영업이익률이 에르메스 41.0%, LVMH 22.5%, 케링 12.8%로 나타난 것은 브랜드 선호도와 가격 결정력, 유통 효율에서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드러낸다.
공통적인 성장 지역은 미국과 일본이었고, 한국도 에르메스와 LVMH가 성과를 언급한 시장에 포함됐다. 반면 중국의 회복은 완만했으며 중동은 지정학적 충격을 받았다. 품목별로는 주얼리가 시장을 주도한 가운데 가죽제품은 브랜드별 격차가 컸다. 에르메스 가죽제품은 두 자릿수 성장했지만 LVMH와 케링의 패션·가죽사업은 각각 1% 성장과 보합에 머물렀다. 같은 품목 안에서도 제품의 상징성, 희소성, 신제품 반응에 따라 실적이 갈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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